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막말 및 편파 방송에 대해 현행 벌점 수준보다 최고 2배까지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방송평가에 관한 규칙개정안’을 23일 전체회의를 통해 발표했다.
규칙개정(안)은 행정예고를 통한 추가적인 의견수렴, 규제심사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 12월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 확정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내년부터 시행되는데, 2016년 1월 1일 방송 실적분에 대한 2017년도 평가에 적용된다.
방통위 측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제3기 정책 과제(‘14.8.4.) 및 15년 업무계획(’15.1.27.)에서 방송의 공정성 관련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방송평가에서 감점수준을 강화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이미 밝힌바 있다”면서,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제고하고, 매체별 특성반영 등 방송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임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규칙개정이 방송사업자들의 프로그램의 품격향상, 오보방지 노력을 촉구하고 방송평가의 내실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이 같은 개정안 발표를 두고, 야당 측은 “내년 총선을 앞둔 언론통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방송평가위가 제안하지도 않았고 공론화 과정도 없었는데 안을 (서둘러) 기관예고하기위해 상정한 것 아니냐”면서 “혈세 3천 만원을 들여 관련 용역을 해놓고 (이와 관계없이) 사무처안을 만든 것은 주먹구구…왜 연구과제결과도 제대로 보지않고 규칙개정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방송평가에 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대한 비중을 높이려는데 대해)규칙을 바꾸면서까지 언론통제를 강화하려는것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최성준 위원장은 “내년에 방송 평가를 하려면 안을 마련해야 하고, 안을 공개해 광범위한 여론수렴을 하겠다”고 밝혔다.
연구 용역에 대해 최 위원장은, “결과가 11월 말에 나오는데 빨리 당겨하겠다”며, “방송 평가규칙 의결은 12월까지만 하면 된다. 보고를 접수해 행정예고를 하고 폭넓게 의견을 들어 보고할 것”이라 설명했다.
“방통위 조치는 언론 재갈물리기” 야당과 조선일보 한 목소리
하지만, 함께 참석한 김재홍(야권 추천)부위원장은 “방송평가 규칙 개정에 대해 평가위원 7명중 5명이 사무처안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방통위 상임위 전체회의에서도 추진하는 위원이 2명, 반대 2명, 1명은 입장을 유보했다. 합의되지 않은 안건을 내일 전체회의에 상정한다는 것은 절차상 하자”라고 위원장과 다른 입장에 서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부위원장의 이 같은 태도는 23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전히 이어졌다. 김재홍 고삼석 등 야당 측 위원들은 이날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퇴장했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과거 방심위에서도 제재강화를 추진했다가 논란 끝에 2010년 말 폐기된바있다”며 “오늘 보고 안건은 상정하지 말고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방송평가는 재승인•재허가 과정에서 방송사의 생존문제”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자유를 위축할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반발에도 최성준 위원장은 곧 행정예고를 내고 12월 중 최종의결을 시도할 계획이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매체들도 방통위의 감점 강화를 비판적인 논조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2일 ‘‘官治방송’으로 역주행하는 방통위’ 제하의 기사에서, 한 방송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규제가강해지면 방송사들이 알아서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전했다.
또, 평가위원인 김현주 광운대 교수를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추천했다’면서, “방송사를 옥죄는 도구를 정부가 갖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이제도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정파 이해관계에 충실한 미디어오늘이 “조선동아 야당 측 비판 정략적으로 이용” 비판
미디어오늘은 22일,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언론자유투사로 '전향'한 조선•동아에대한 유감’ 제하의 기사를 전하면서, “야당 방통위원들의 비판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정략적으로 이용한 대목”이라 비난했다.
이와 함께, “조선은 방통위가 “관치방송으로 역주행한다”고 비판했으나, 지금껏 수많은 관치방송 역주행에는 침묵해오다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놓이자 돌연 야당과 의견을 맞추는 어색함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편향보도에 대한 자기반성이 이뤄져야 조선‧동아의 보도가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이 분명한 매체에 속하는 미디어오늘은 종합편성채널의 우파적 성격을 맹비난해 온 상황에서, 최근 방통위 개정안을 정부의 ‘언론통제・장악시도’라 평했던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의 기고문을 싣기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보도행태를 보였다.
방통위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근거는 같지만, 우파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매체와의 분명한 선긋기를 통한 정치적 선명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재영 방송기반 국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벌점으로 인한 지상파 재허가나 종편 재승인 시 우려되는 불이익에 대해, “방송평가규칙을 바꿔도 재승인이나 재허가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방송사들이 스스로 오보나 막말방송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노력을 촉구하는 영향이다”라고 말했다.
절대적 권리는 아니다라고 평가되는 ‘표현의 자유’와 야권과 일부 매체들의 ‘재갈물리기’ 비판 속에서 방통위의 결정이 그 의도대로 언론의 오보와 막말방송에 대한 자제를 촉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