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MBC 길들이기’가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은 4일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이 문재인 대표를 두고 과거 ‘공산주의자’ 라고 지칭한 데 대해 명예훼손죄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냈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MBC를 관리 감독하는 기구다.
새민련 김성수 대변인은 4일 오전 현안브리핑을 통해 “지난 달 21일 MBC 대주주인 방송 문화 진흥회 이사장으로 선임된 고영주 씨가 지난 2013년 1월 4일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애국시민 사회진영 신년하례회 인사말을 통해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표가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함께 제기하기로 했다”면서, “법률적 검토를 한 결과 고영주 이사장을 상대로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 훼손죄 고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날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 시민단체 고발에 따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최근 MBC 보도에 대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법원의 판결로 이미 끝난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의혹을 MBC가 다시 꺼내 왜곡 편파보도를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서울의 내년 총선은 박원순 시장과의 싸움이라고 새누리당이 선언한지 단 하루만의 일” 이라며, “저를 공산주의자로 매도한 적이 있는 극단적인 인물이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임된 지 열흘만의 일이다”이라고 말해, 고 이사장의 2년 전 발언과 MBC보도 내용을 연결 지어 비난했다.
고 이사장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변호사로 전업한 이후 시민운동에 본격 투신해 그동안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활동들을 해왔다. 고 이사장이 자신의 경험과 삶을 통해 ‘공산주의자’ 에 대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개인의 철학 문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표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판단 부분을 가지고 야권 전체가 들고 일어선 형국인 것.
특히, 고 이사장의 문제의 발언은 이미 언론을 통해 기사화가 된지 오랜 마당에 문 대표가 지난 2년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보도 이후, 고 이사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사법처리를 운운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 이사장에 대한 고소에 다분히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박 시장과 문 대표의 고발조치를 시간 순으로 살펴보면, 지난 1일 MBC 보도가 나온 다음 날(2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MBC를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3일 새민련은 고 이사장의 과거 발언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 지적하며 색깔론을 제기, 이사장직 사퇴를 촉구했고, 4일 문 대표는 사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박 시장 문제에 야당 대표가 합세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고영주 이사장은 야권의 이 같은 모습에 대해 4일 기자와 통화에서 “개인의 자격으로 신년 하례회에 참석해 사견이 포함된 발언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MBC보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2년 전 발언을 이제 알았다면 오히려 야권 대표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형사고발 이후 유죄가 성립되면 민사소송을 진행하는데, 둘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숨은 의도가 보이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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