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문화진흥원(이하 방문진) 이사진 9명을 선임했다. 방문진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른 MBC 문화방송의 관리감독기구다.
방문진 이사진은 관례상 여당측 추천 인사 6인과 야당측 추천 인사 3인으로 구성되는데, 특정 사안을 결정할 때마다 야당 측 이사 3인의 편가르기 대응방식이 논란이 돼 왔다.
야당측 3인은 방문진 이사로서 보다는 야권의 나팔수 역할이 더욱 크다는 비판을 살 정도로 정파성을 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지난 달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공영방송이사 선임을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20개 범야권 시민사회단체들이 구성한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 추천 인사들을 최대한 기용하되, ‘여론다양성’을 기준으로 선발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도, 이들 3인에 대한 정파적 대응을 기대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측 3인은 지난 21일 10기 방문진을 대표할 이사장 호선 과정에서부터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다. 관례상 연장자가 이사장으로 부임하기에, 고영주(66) 이사가 유력했다.
고영주 이사와 함께 후보로 추천된 김원배(64) 이사는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며 기권의사를 밝혀, 고 이사 단독출마 상태가 됐고, 고 이사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야당 측 유기철 이사는 “이사장을 뽑는 일은 급한 게 아니지 않느냐“며 연기를 요청했다. 이완기 이사는 고 이사에 대해 ‘겸직 금지 원칙’ 위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유 이사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 이사의 문제제기도 규정상 하자가 없음이 밝혀졌다.
결국 유기철 이사와 이완기 이사는 투표를 거부한 채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최강욱 이사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야당 측 3인이 이사장 선출 자리부터 박차고 일어난 것이다.
종북 논란 단체출신, 논문 표절, 낙하산 인사 논란의 방문진 야당 측 이사들
김원배 이사를 이사장으로 추천했던 유기철(60)이사는 2011년 3월 MBC넷 사장에 부임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MBC에 입사해 도쿄특파원, 문화부장, 국제부장, 사회부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08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대전 MBC 대표를 역임했다.
MBC넷(MBCNET)은 쉽게 말하자면, 19개 지역 MBC로 구성된 지역전문PP다. 서울 MBC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지역 MBC의 대주주라는 이유로 MBC넷에 ‘낙하산’ 인사를 보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유 이사도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MBC노조는 지난 2014년 3월 “유기철 사장은 수익 사업에 치중하면서 채널 경쟁력을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지역과의 관계 끊기에 몰두했다”고 주장하며, 서울MBC의 낙하산인사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완기 이사와 최강욱 이사는 공추위 추천인사 5명 중에서 방문진 이사로 선출된 인물들이다.
이완기(60) 이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전 미디어오늘 대표이사)로, 전 울산MBC사장이기도 하다. 한국항공대학교 전자공학과 출신이며, 1997년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직을 거쳐 MBC 기술정책국 DTV 추진부장, 방송인프라국 부국장, 기술본부 본부장 직을 맡았다.
이 이사가 대표로 있는 미디어오늘은 최근 북한의 도발에 전역을 연기하는 국군장병 등 국민들의 자발적인 애국심을 보도했던 언론의 행보를 ‘안보상업주의’로 폄훼하기도 했다.
또, 이 이사가 공동대표로 활동 중인 민언련은 인터넷 매체 올인코리아 조용한 대표로부터 민언련이 평소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언론을 공격하고 주한미군 철수 등을 선동했다며, ‘종북세력의 선동세력’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이에, 민언련은 명예훼손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명예훼손이긴 하지만 민언련의 과거 행적을 볼 때 ‘종북’평가를 들을만했다”며, 관련 소송을 기각했다.
이처럼 국민의 애국심을 비웃는 매체 출신, ‘종북’ 성향 지적을 받은 민언련 출신 인사가 공영방송 이사직에 선출되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강욱(47) 방문진 이사는 9기에 이어 10기 이사직을 연임했다. 전주 전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법학과 학사와 대학원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방부 고등검찰부장(군법 11회) 출신이며,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서 신문과 라디오 인터뷰 등 매체를 통해 정부와 사법부를 상대로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고 있다.
최 이사는 지난 2013년 여권 성향 김재우 이사장의 논문 표절 사실을 강하게 문제삼으며 사퇴를 요구했던 야권의 공격수다. 하지만, 최 이사 조차도 자신의 지도교수인 조국 교수의 논문까지 표절해 학위논문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최근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의해 드러났다.
심지어, 조국 교수는 최강욱 이사의 논문을 지도하기 4년전, 서울대 연구윤리 심포지엄에서 표절 예방 교육을 하기도 했었다.
MBC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 이사는 9기 이사 재임시 차기환 이사와 곧잘 충돌했다. 또, 여당과 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몇 차례나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물의를 빚은 바 있어, 방문진 야당 측 이사로서의 역할 수행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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