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경축행사 주관방송으로 선정된 KBS가 정부와 비슷한 행사를 자체적으로 추진하면서 수십억원을 쏟아부어, 조대현 사장이 연임 욕심에 KBS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된 기획은 ‘광복 70주년 <국민대합창> 나는 대한민국’이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최불암 김연아 및 국회의원 등 유명인과 국민이 함께 합창을 하는 프로젝트로, 정부의 축하행사와 다르게 KBS 조대현 사장이 사업비 약 5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노동조합이 10일 발행한 특보에 따르면, KBS는 '해방둥이 합창단', '연아 합창단', 여야 국회의원 14명과 시장 상인들이 함께하는 '아침 합창단' 등의 연습과정을 외주제작사에서 만들어 방송하고 있다. 광복절인 8월 15일 저녁 서울 상암경기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합창단과 정재계 인사 등 7만 명이 참가하는 국민대합창을 연출할 예정이다.
노조는 “국민이 합창으로 하나 되게 한다는 기획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행사가 중복되며 과연 꼭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오는 14, 15일 이틀에 걸쳐 서울광장 세종문화회관 광화문광장 등의 장소에서 각종 퍼포먼스 및 뮤지컬 ‘영웅’ 갈라쇼와 콘서트 등을 개최할 예정으로,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독립기념관 경축행사 등 50여개 대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조 사장이 수십억의 비용을 들여 이와 비슷한 성격의 '국민대합창'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또한, '국민대합창'은 15일 저녁 상암경기장에서 진행 될 예정으로, 같은 날 동시간대에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되는 행사와 경쟁하게 된다. 이 때문에 노조 측은 “당초 국민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도 무색해 졌다”고 비판했다.
광복 70주년 주관방송사 협약을 체결한 상태라 KBS 자체 프로젝트와 방송 송출 스케줄도 복잡해졌다. KBS는 상암경기장에 7만명을 모으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겨 군장병 수천명을 보내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KBS노조는 “군병력까지 동원해도 광화문에서 걸그룹까지 출연하고 불꽃쇼까지 열리는 화려한 행사가 마련돼 있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암으로 모일 지는 의문"이라며 "거기다 요즘은 밤에도 25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지 않는가? 벌써부터 행사 관계자들은 상암경기장의 자리가 빌까봐 걱정들이 많다고 한다”고, 조 사장이 야심차게 밀고 있는 이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60억원으로 기획된 '나는 대한민국' 프로젝트는 KBS 자체 예산으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다. 노조측 설명에 의하면, 26개 기업에서 현금, 현물, 광고 협찬으로 56억원을 모으는데 보도국 기자까지 동원됐다. 그럼에도 협찬 금액은 기업들이 미리 배정된 KBS 몫 광고 예산이지, 행사를 위해 추가예산을 배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노조 측 견해다. 즉 이로 인해 다른 프로그램 제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인 것.
노조는 “결국 '나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당겨온 협찬은 하반기 우리 프로그램 제작협찬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돈 마련을 위해서 정규 프로그램의 외주제작 예산까지 삭감한 정황이 뚜렷하다."며 "KBS의 대표 휴먼다큐 프로그램인 인간극장이 지난달 2주 연속 특선 앙코르라는 명목으로 본방 시간에 재방송을 했다. 여기서 줄인 외주제작비 5억원은 '나는 대한민국' 제작비로 전용된 것으로 보인다. 인간극장 게시판에는 방학특집 앙코르라는 명목으로 재방송을 한 것에 대해서 시청자들의 분노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는 대한민국' 프로젝트는 홍보측면에서도 파격적이다. KBS노조는 “지하철과 버스중앙정류장은 물론 서울 등 전국 7개 광역시 버스 랩핑과 서울시내 5개 전광판 광고에 약 6억 원을 쓴다”면서, “통상적으로 KBS가 하는 대형 프로젝트는 스팟이나 스크롤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과는 크게 다른 파격이다. 행사보다는 이 행사를 널리 알리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등 SNS, 뉴스기사 관리에 2억원 가량을 쓴다. 돈이 남아도나보다”면서 프로젝트 홍보 액수와 방안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KBS 노조는 “지역의 시청자를 위한 지역국(원주, 순천, 안동, 포항) HD 디지털화 사업은 예산을 책정해놓고도 이를 유보하는 등, 회사 경영이 어렵다며 각종 사업집행에는 까다롭게 굴고 있는 조대현 사장이 전대미문의 홍보예산에 돈을 펑펑 쓰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사이고 누구를 위한 홍보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행사를 KBS 조대현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홍보 같다. 이러고도 연임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비판하면 조대현 사장은 아니라고만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조대현 사장의 ‘연임욕심’을 날카롭게 들춰냈다.
결국, 자신의 연임을 위해 정부 관계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KBS자산을 사유재산처럼 활용했다는 것이 노조 비판의 핵심이다.
노조는 “여야국회의원들이 사전 녹화를 하러 수시로 KBS를 드나들고 있다...올해는 와도 너무 자주 온다. 수신료 정국이 끝난 뒤에도 정치인들의 발길은 멈출 줄 모른다."며 "이번 행사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 등 위원 5명과 고위 간부들도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와 관련된 사내 모든 창구가 풀가동 돼 VIP 모시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국회 여야 대표와 방통위원장, 대통령이 누구인가? 방송법상 KBS사장 선임과 직접 관련된 핵심인물이거나 사장을 뽑는 이사들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렇게 진행되다보니 사내 안팎에서 국민적 대축제가 사장 연임 프로젝트라는 비아냥거림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공영방송 KBS의 인적·물적 자원이 총동원되고 있다. 예능국에서 행사 전체를 주관하지만 300여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외부인사(장차관, 국회의원, 방통위 위원, 미래부 관계자, 광고주, 체육단체장 등)를 초청하고 행사장에서 맞이하는 업무는 각 부서별로 역할이 분담됐다"면서 "본사 TV중계차 10여대는 물론 대구, 대전, 부산, 광주, 전주, 청주 중계차들도 독도함과 광화문광장, 독립기념관 등에 2~3일전부터 배치되고 항공 1호기까지 출동해 사실상 KBS방송 자원이 총동원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조는 “KBS노동조합은 이처럼 방만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는 조대현 사장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며 "KBS의 자산과 예산은 사장 한 명이 맘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패한 이전의 사장들과 같은 길을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조대현 사장은 연임을 위한 프로젝트에 KBS의 물적·인적 자원과 예산을 개인 것처럼 낭비하지 말라! 조 사장은 직원들과 국민들이 두렵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