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관련 최근 우파시민사회에서 대두되는 방송문화진흥회 책임론과 관련해 김문환 이사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 이사장은 연장자가 맡아오던 관례상 이사들 가운데 연장자인 김문환 이사장이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전임 김재우 이사장이 논문표절 의혹 등 논란 끝에 중도 사퇴한 지난 2013년 3월 보궐이사로 선임됐다.
김 이사장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국민대에서 교수와 학장, 총장을 지냈다. 아름다운가게 이사장을 지냈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시청자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이사장 선임 배경에 당시 김재철 사장과의 가까운 인연도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명박 정권이 임명한 김재우 이사장이 갑작스럽게 중도 사퇴한 후 박근혜 정권이 임명했다는 점에서 권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 이사장은 전 정권이 임명한 사장 퇴출 이상의 역할은 전혀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요한 때마다 자질부족 드러내
김 이사장의 문제점은 MBC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언론사 MBC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김 이사장은 2013년 10월 국감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노보 내용의 80%는 거짓’ ‘대통령 패션 보도 강조돼야 한다’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동시에 받았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발행하는 노보의 80%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왜 거짓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못했고, 대통령 패션 보도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너무 경직된 것보다는 타협, 조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패션 보도가 더 강조되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타협과 조화와 대통령 패션 보도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었다.
김 이사장은 또한 자료제출을 제때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야당 의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다. MBC본부 노조 등 MBC 전반에 대한 이해와 언론사와 방문진 이사장의 역할에 대한 책임의식 부족을 스스로 드러냈던 셈이었다.
김 이사장은 2014년 10월 MBC 조직개편 때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MBC 교양국 폐지 사실 몰랐다”고 발언해 큰 파장을 낳았다. 앞서 3일 전엔 “아직 검토 중으로 결론이 안 났다”고 말했다가 노조 측 반발로 ‘교양국 폐지’ 논란이 확산되자 재빨리 말을 바꿔 비판을 받았다. 이 역시 방문진 이사장으로서의 책임의식 부족이란 면을 크게 부각시켰던 작은 해프닝이었다.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제 역할이 부족한 탓에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 언론으로부터 꾸준히 비판받았던 김 이사장은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와 같은 행사에는 참석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받았다.
방문진 방만경영은 주도적
이 같은 모습과 반비례해 김 이사장 중심의 방문진은 씀씀이만큼은 컸다. 2014년 방문진 해외 출장비는 전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2014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방문진이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에 제출한 ‘임직원 해외출장 현황’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는 총 4번, 총 예산은 1억1756만 5천원이었던데 반해 2014년 8월까지 다녀온 해외출장은 7번, 들인 예산은 2억 3711만 1천원이었다. 출장 횟수와 비용이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또한 예산은 주로 여당 추천 이사들이 사용했다. 2013년부터 2014년 8월까지 예산 3억5467만6천원 가운데, 야당 이사들이 쓴 예산은 4천674만원(13.2%)이었다. 여당 이사들이 쓴 비용은 3억793만6천원(86.8%)이었다. 여야 구조 비율로 따져봐도 지나치게 여당 추천 이사들이 비용을 거의 독점적으로 쓴 셈이다.
당시 최원식 의원은 “출장 목적도 대부분 각종 행사 참관이었고, 조사를 위한 목적은 단 1건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이마저도 내용을 보니 모나코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발 개막식에 참석하고 시설을 견학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9기 방문진 역할론과 특히 김문환 이사장에 대한 시민사회와 언론의 비판이 불거지면서 이 같은 현 방문진의 모습은 차기 방문진 이사진 구성에도 반면교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김문환 이사장이 방문진 이사로 선임되면서 어떤 역할을 했다는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자리만 누리고 역할은 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꼽을만한 인사”라고 혹평하면서 “방문진 이사 특히 이사장의 역할은 매우 크다. 차기 방문진 이사진 구성에서도 능력있는 인물, 책임감 강한 인물이 선임될 수 있도록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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