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전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에 가입해 활동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던 수습기자 정식 채용을 놓고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이 이슈를 다루지 않았던 이른바 보수성향의 신문까지 가세해 보도하면서 이 문제가 좌우이념 대결로 비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1인 시위 등 개인의 반대를 앞세워 잠시 뒤로 물러나 있는 것으로 보였던 언론노조KBS본부도 다시 본격 전에 뛰어든 모양새다. 특히 이들은 조대현 사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서 조 사장이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KBS본부노조는 조 사장이 수습기자를 임용할 경우 불신임 운동을 펴나갈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올해 임기가 끝나 연임을 노리는 조 사장이 언론노조와 좌파진영의 유무형의 지원을 등에 업은 KBS본부의 목소리를 외면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반대로 수습기자가 KBS 구성원들의 이 같은 집단 왕따와 압박에 퇴사하거나 KBS가 본부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임용을 취소할 경우 조 사장은 거센 비난 여론에 시달릴 수 있다.
“일베 기자 퇴출 운동은 정치투쟁” KBS 다수는 일베 낙인 두려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
KBS ‘일베 기자’ 논란은 언론노조와 야권의 박근혜 정권 퇴출운동의 맥락과 같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이미 한 개인의 문제 차원을 떠났기 때문이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KBS언론노조의 소위 ‘일베 기자’ 퇴출 운동은 일종의 정치투쟁”이라며 “그것도 좌파진영, 야권 전체의 뜻과 무관하지 않은 상징적 투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 개인의 사상을 이유로 왕따 등의 집단적 폭력과 사상검증 등 공영방송 KBS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일베 기자’란 낙인에 부당한 일들이 벌어져도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BS본부노조의 이 같은 인민재판식 여론몰이가 잘못됐다고 반박이라도 할 경우 “일베를 편든다”는 또다른 낙인이 두려워 다수가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베 기자 논란이 불거진 후 KBS 내에서 이루어진 불법적인 신상털이와 제보 및 미디어오늘 보도에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했던 KBS노동조합이 끝내 본부노조에 무릎을 꿇게 된 것도 “우리를 일베노조로 몰아간다”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KBS의 한 기자는 “일베를 편드는 것이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본부노조의 ‘일베’ 낙인이 실제로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개혁 시도라도 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아무 생각이 없어”
일베에 대한 찬반을 떠나 일베가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향한 굴복을 요구하거나 사상검증의 잣대로 이용되고 있는 점은 또 다른 사회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극우 일베라서 안 된다면 극좌노선을 따르는 언론노조 KBS본부 역시 공영방송에 있어서는 안되기는 마찬가지”라며 “일베 기자를 반대하고 퇴출시키려는 KBS 구성원들은 정말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입사 전 일베에서 오물을 쏟았다는 기자보다 더 나쁘고 유해한 인간형은 입사 전 일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한 개인을 사상검증하고 인민재판하고 조리돌려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는 인간들”이라고 직격했다.
한편, KBS 일베 기자 논란 등 각 언론사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 인사와 좌편향 보도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언론에 대한 무관심과 무정책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언론학자는 “이 정부는 언론에 대한 어떤 생각이 없다. 언론관련 단체에 하는 인사를 보면 알 수 있다”며 “과거 이명박 정부는 그래도 언론을 개혁하려는 어떤 시도들을 했지만 현 정부에 와서는 전무하다. 언론은 그저 가만히만 있으면 된다는 수준이 이 정부의 언론관”이라고 비판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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