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동조합(1노조)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던 수습기자 6명이 가입의사를 철회하고 언론노조KBS본부(2노조)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1노조 가입의사를 밝힌 후 유무형의 각종 압박에 시달리던 신입 기자들이 결국 본부노조를 택한 것이다.
KBS노동조합 측 관계자에 따르면 수습기자들이 이른바 ‘일베 기자’ 논란 이후 속속 가입서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한다. 또한 수습기자들이 가입철회를 요청한 당일 본부노조 측 대의원이 기자들에게 가입신청서를 돌렸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습기자 6명이 가입신청서를 냈는데, 그 다음날부터 논란이 있었다. 기자들이 가입신청서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해 왔고, 또 본부노조 쪽에서도 요청이 세게 들어오고 있어서 6명에 대해 일괄적으로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실제로 기자들이 가입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한 그날 본부노조 대의원이 기자들한테 가입신청서를 돌렸다. 어이가 없는 건 문제의 ‘일베 기자’한테도 신청서를 돌렸다는 거다. 본인들은 단순착오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수습기자한테도 돌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노조 가입신청서까지 냈던 수습기자들이 돌연 본부노조 쪽으로 돌아선 건 ‘일베 기자’ 논란과 무관치 않다고 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판단해봤을 때 수습기자들의 가입철회와 일베 논란과 무관하다 볼 수 없다”며 “(일베기자) 보도가 나온 첫날부터 수습기자들이 놀랐다. ‘선배(본부노조)들이 자꾸 철회했냐고 물어본다’, ‘회사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판단하라’는 식으로 계속 압박을 가했다고 그러더라. 상식적으로 보나, 일의 순서로 보나 심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왕따’ 등 초딩문화가 지배하는 KBS 기자 조직문화, 이대로 괜찮나
가장 독립적이고 주관적으로 사고해야 할 공영방송 기자들이 이렇듯 선배와 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건 공채 위주의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번 입사하면 평생을 같이 하게 되기 때문에 기수 문화나 도제식 교육과 같은 선후배 간의 엄격한 관계 등 조직문화가 대단히 폐쇄적이고 집단적인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초·중학교 교실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반에 이런 애들 저런 애들이 많은데 몇 몇 목소리 크고 힘센 아이들이 ‘담임선생님 말 듣지마’ ‘누구 말 듣지마’ 이런 거랑 똑같다.”며 “공채 위주이다 보니 평생 같이 할 사람들이라는 생각 때문에 위의 선배들을 많이 의식할 수밖에 없다. 기자들이 선배들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기 때문에 초·중학교 반 분위기랑 똑같다고 보면 맞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이번 ‘일베 기자’와 관련해 성명서에 이름을 안 올린 여기자들이 있는데 이유를 추궁한다. 인사 때 그 기자가 좋은 데로 가면 ‘쟤는 성명에 이름을 안 올려서 간부에 이쁨 받아 가는 거다. 쟤는 역시 이상한 애다. 왕따 시켜버려라’ 이렇게 한다”며 “반대로 만약 자기네 편이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 싶으면 ‘쟤는 성명에 이름 올라서 간부에 미움 받아 불이익을 받았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일부러 그런 소문을 내기도 한다. 모든 게 그런 식이다. 조직결속력을 위해 하는 그런 잘못된 문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논란의 당사자인 수습기자와 관련해 KBS 기자협회에서 사측에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이 이를 수용하면 본부노조는 30일 기자협회국제회의실에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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