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다룬 MBC 'PD수첩-무상급식 논란, 보편이냐? 선별이냐?'를 놓고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방송 이후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이어지면서 해당 방송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해당 방송은 다음 달부터 경남도교육청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선언하고 그 예산을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에 쓰겠다고 밝히면서 무상급식 논란 중심에 선 홍 지사를 다뤘다.
일부 시청자들은 'PD수첩'이 전체적으로 홍 지사가 무상급식에 대해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것 등 비판조로 방송한 것에 대해 일방적으로 무상급식을 옹호하는 ‘좌편향’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홍준표 반박하려 등장시킨 이재명 시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문제
조모씨는 게시판글을 통해 “이제 감성팔이 그만하라. 아이들 상처 이런 속이 뻔히 보이는 소리도 말라”며 “돈 5만원이면 내 자식 몇 만원 돈 더 보태서 학원 보내거나 인강(인터넷강의) 볼 수 있는데 (부모들이)그걸 못하니까 짜증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지나친 감성 위주로 만들어진 방송이 무상급식 논란의 본질을 파헤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모씨는 “애들 밥 갖고 정치 이용하지 말라는 멘트가 정말 가증스럽다”며 “사탕발림으로 그럴 듯이 포장해서 선동하는 당신들이 과연 아이들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하는지 의심스럽다”며 “무상급식 찬·반을 떠나 한쪽으로 치우친 방송행태를 이렇게 하는걸 보니 시청자와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알만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PD수첩' 홍준표 지사 무상급식 중단편을 보면 시청자들이 편파적이라고 오해를 살 만한 대목이 나온다. “학교는 배우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는 홍 지사 반론 차원에서 등장하는 출연자들을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뜨거운 인물들로 섭외했기 때문이다. 홍 지사 주장에 반박 차원으로 등장한 인물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었다.
'PD수첩' 측이 방송을 마무리하며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재공되던 밥상을 두고 어른들이 괜스레 논란을 부추기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들 밥보다 공부냐, 급식도 교육이냐 논쟁도 필요하겠지만 지자체장의 성향, 교육감 방침에 따라 아이들 즐거운 점심시간이 불편해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취지를 밝혔듯,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 무상급식의 보편이 맞는지 선별이 맞는지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면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논란이 많은 인물은 피하는 게 옳았다.
이재명 시장은 방송에서 “예산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의지와 철학의 문제다. 그게 무한대로 있는 재원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어떤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어떤 사업을 중하게 평가할 것이냐 하는 선택하는 게 결국 정책이”라며 “예산의 낭비적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그 다음에 급하지 않은 토목사업, 건설 사업들을 대폭 줄이면 꼭 필요한 이런 사업들은 충분히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이 급식을 '무상급식, 무상급식' 하는데 용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의무급식' 또는 '교육급식'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며 “그러니까 교육급식으로 하는 것은 의무교육이 주는 교육의 일부라는 것이죠.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PD수첩' 공정성 위반하지 않았다, 다만 ‘감성팔이’ 위주 비판 논리의 문제가...
그러나 'PD수첩'이 출연자들을 일방적으로 편향적인 인사들로만 섭외해 방송의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홍준표 지사 뿐 아니라 경남도와, 홍 지사의 결정을 찬성하는 경남도의회 인사, 학부모단체와 교원단체 인사들도 출연해 그들의 의견도 방송에 내보내 균형을 맞췄다. 당사자들인 학부모들도 찬반 입장 모두를 내보냈다.
게다가 2012년 도지사 취임 당시나 방송토론에서 무상급식을 지지하고 지원하겠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던 홍 지사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명분을 앞세워 갑작스럽게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것을 비판적으로 담은 제작팀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힘들다.
정작 'PD수첩'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방송에 무상급식 중단을 비판하는 출연자들이 대부분 감성적이고 막연한 논리로 홍 지사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을 보면 홍 지사를 비판하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논리적인 근거로 홍 지사를 비판하고 있다. 박 교육감은 홍 지사가 감사를 거부한다는 명분으로 예산지원을 중단한 것을 법적 근거를 대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반해 다른 비판자들은 대부분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감성 비판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상급식 이후에 아이들 표정 밝아졌다”가 홍준표 비판 논리
방송에 출연한 경남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걱정된다”며 반대했고, 특히 경남도 한 초등학교에 영양교사로 있는 양모씨는 “무상급식 전에는 지원받는 아이들은 지원받아야 하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있기 때문에 신청 안하는 경우가 있어서 대상자가 아닌 아이도 간혹 있다”며 “그럴 경우 아이들이 점심식사 할 때 항상 그런 심리적인 상처를 받고 점심 식사하는 모습, 표정이 무상급식 이후에 표정이 밝아진 점에 대해서 달라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전에 아이들은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있어 신청을 안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무상급식 후에는 아이들이 밝아지고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양교사의 발언은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에 해당한다. 영양교사가 아이들 전체 가운데 몇 명이 무상급식 지원을 받는 아이이고 아닌지도 알 수 없고,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는 것 역시 개인의 느낌일 뿐이다.
방송에 나온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의 발언도 마찬가지였다. 송 대변인은 “아이들이 정말 청소년기 자라나는 시기에 굉장히 예민한 시기인데 자신의 가난으로 인해서 뭔가 좀 차별받고 눈칫밥 먹고, 눈치 보면서 교육받는 이런 것들이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있어선 굉장히 부정적인 어떤 정서나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PD수첩'이 진짜 놓친 것
'PD수첩-무상급식 논란, 보편이냐? 선별이냐?' 편은 일부 반감을 보이는 시청자들의 소감처럼 홍준표 지사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방적인 편파보도로 보기 어렵다. 형식상, 내용상 충분히 반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궁색해 보이는 논리와 명확한 명분도 없이 달라진 홍 지사의 갑작스런 변신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홍 지사 비판 측의 논리가 대단히 허술하고 감성 일변도로 담겼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무상급식 보편이냐, 선별이냐를 놓고 정말로 생산적인 담론을 던지고 싶었다면 비판 측의 논리를 제대로 담았어야 했다. PD수첩팀이 진짜 놓친 건 이 부분이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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