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습기자의 부적절한 글을 놓고 공영방송 KBS 내의 집단 ‘이지메’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KBS 일베 기자’ 논란으로, 해당 기자는 4월 1일 정식 임용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언론노조KBS본부를 비롯해 내부 협회들이 또다시 성명을 내고 사측 압박에 나섰다.
지난 20일 KBS기자협회‧경영협회‧기술인협회‧아나운서협회‧여성협회‧PD협회‧촬영감독협회‧카메라감독협회‧방송그래픽협회 사원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KBS는 치우치지 않고 모두를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적어도 KBS의 구성원은 아닐 것”이라며 “이제 경영진도 본인도 결단해야 한다. ‘일베 기자’의 임용을 명확히 반대한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23일 성명을 내고 “20일 대법원은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는 음란성 글을 올린 일베 회원의 징역1년 실형을 확정 선고했다”며 “그러나 KBS경영진은 이른바 일베 기자 사태가 벌어진 지 몇 달이 흐르도록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사태를 키우고 있다. 신입사원 최종 면접장에서 선발권을 행사한 조대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에게 1차 책임이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KBS본부 노조는 “일베 회원들은 여성, 특정지역, 세월호 등 누군가를 혐오하고 능욕할수록 그들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비상식적이고 반사회적인 집단”이라며 “일베 기자가 우리 동료로 KBS에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BS본부 노조는 “일베 기자를 개인의 일탈행위, 입사 전 행적으로 치부하기에는 그가 공영방송인으로 책임져야 할 무게감이 크다”며 퇴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본인과 그의 아버지까지 사과문을 올려 반성한다는 뜻을 충분히 밝혔고, 사측이 채용 취소나 징계, 기자직을 박탈할 근거가 없음에도 단지 ‘일베 회원’이란 이유만으로 기득권을 쥔 거대 집단들이 한 개인에 대해 사실상의 인민재판과 사상검증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일베’에서 보이는 지역과 여성 비하 등의 경향이 다른 유사 성격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임에도 전체를 문제 삼지 않고 커뮤니티를 특정해 반사회적 집단으로 몰아가고 사용자 역시 반사회적 인물로 매도하는 것도 정치적 목적을 의심하게 만든다.
수습기자의 글 내용을 문제 삼아 기자로서 자질을 비판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이지만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이었다는 이유로 집요하리만큼 계속되는 이런 식의 집단 이지메 현상 자체가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공영방송 KBS에서 일하는 소위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한 개인을 이지메하고 잔인하게 여론 공격하고 사상을 검증하고 그의 직업을 박탈하라는 요구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퇴행이 너무나 충격적이다”면서 “소위 보수우파라는 사람들도 KBS 문창극 허위보도 한 기자에 대해 비판 여론이 강했지만 그 기자의 채용을 취소하고 기자 밥줄을 끊어놓으라고 KBS에 이런 식으로 노골적인 요구를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그 보도에 대한 분노와 불만은 크지만 공적으로 비판한 것이지 해당 기자를 집단 공격하고 이지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해악으로 따져볼 때 문창극 허위보도나 KBS의 각종 편파보도가 더욱 크고 심각하다”며 “KBS 구성원들에게 ‘나는 너의 생각에 반대하지만 너의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는 식의 품위까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소위 공영방송에서 일하는 책임있는 지성인들이라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꼴값하는 짓은 더 이상 구경하지 않게끔 해달라”고 꼬집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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