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배석규 사장이 임기를 마치고 YTN을 떠났다. 2009년 구본홍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중도 퇴진하면서 직무대리로 시작, 사장 바통을 이어받은 뒤 연임하며 6년의 임기를 마쳤다. 노조 파업 등 어려운 시기를 거치는 동안 YTN을 무난히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 사장은 특히 전임 구본홍 사장이 노조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녔던 것과 다르게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하는 등 YTN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배 사장은 지난 13일 케이블TV 20주년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는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취임 이후 노조의 ‘낙하산 사장’ 낙인 공격에 끊임없이 시달리던 구본홍 전 사장이 노사협약 등에서 보도의 중립성을 허물고 사실상 경영권마저 내주는 수준의 ‘공정방송을 위한 YTN 노사협약’을 체결하는 등 패착을 거듭한 것에 대해 배 사장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
소회 남기고 떠나는 배석규 사장에 “해직자 문제 외면” 비난한 노조와 노조 측 언론
배 사장은 임기종료일인 20일 사내 게시판에 ‘YTN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배 사장은 글에서 “44살인 지난 1994년 초에 창업을 하겠다며 몸을 담은 YTN을 이제 60대 중반 들어 꼭 21년 만에 떠나게 된다”며 “아직 적지 않은 과제와 숙제를 남겨놓고 떠나지만 새로 오는 사장을 중심으로 여러분들이 힘을 합쳐 나간다면 지금까지와 같이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많았지만 고비 고비를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고 또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노력해온 여러분 덕분에 지금의 YTN은 지상파와도 어깨를 견주는 메이저 언론사로 성장했다”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왔던 YTN이라면 어떤 난관도 충분히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협회 등 YTN 노조를 대변하는 미디어 매체들은 배 사장이 끝까지 해직자 문제를 외면했다며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관련 기사에서 “하지만 해직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2009년 배 사장 취임 한 달 뒤인 11월 해고무효확인소송 1심에서 6명 전원 해고 '무효'가 선고됐지만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이후 구성원들은 내부 화합을 위한 선결과제로 해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진척은 없었다. 6년이 넘도록 해직 사태가 장기화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지만 결국 임기 내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배 사장은 노사 관계에 있어서도 기존과 같은 입장을 비쳤다. YTN노동조합은 배 사장 임기가 끝나기 하루 전인 19일 성명을 통해 임기동안의 경영과 인사, 보도 문제점을 꼬집으면서 ‘YTN을 망친 배 사장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노조가 어제 떠나는 저에게 대부분 터무니없고 일방적인 주장을 되풀이해 설명했다” “각 사안마다 이미 저와 회사가 적극적으로 충분히 설명하고 대응해왔던 사안이기 때문에 굳이 되풀이할 생각이 없다”는 배 사장의 주장을 덧붙였다.
다만 배 사장은 글을 통해 “다만 노사분규 과정에서 빚어진 동료 간, 선후배 간 갈등의 골을 치유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면서 “모든 분들이 그 골을 좁히고 메울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시길 부탁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본의 아니게 저로 인해 상처 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비록 몸은 밖에 있더라도 마음은 항상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이다. 밖에서 YTN이 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배석규 사장의 굴복을 요구했던 YTN 노조
배 사장이 해직자 문제를 끝까지 외면했다는 주장은 YTN 노조와 노조 측 언론들의 일방 주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배 사장은 노조가 전향적인 자세로 사과하면 얼마든지 대화와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고 수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배 사장은 2013년 신년사에서도 해직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배 사장은 “회사가 해직자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사내 요구와 YTN의 미래를 위해 해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해직자들 및 노조가 기존 입장을 고수해 아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회사도 원칙을 유지하는 바탕 위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해직자들과 노조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는 ‘조건없는 협의’를 요구하며 사측의 입장을 일축했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화해란 양측 모두의 양보와 타협을 의미한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사과나 양보를 주장한다면 그건 화해가 아니라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시청자 국민이 보기에 과연 어느 쪽이 화해의 의지를 보였고 어느 쪽이 굴복을 요구한 것으로 비춰질까?”라며 “그러나 원칙없는 타협이나 화합이란 야합에 불과하다. 배 사장이 잘한 건 노조의 굴복 요구에 물러서지 않았고 해직사태를 해결한답시고 야합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해와 대화의 의지를 가지되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았다는 게 배 사장이 보여준 최고의 미덕”이라고 평가했다.
박 비평가는 그러면서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조준희 사장도 익히 알겠지만 경영이나 노사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을 가지는 것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화해란 그 원칙 아래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라며 “YTN 노조가 여전히 해직자 사태를 무조건 남탓으로 돌리고 원망하면서 자신들은 사과한마디도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조 사장이 원칙을 허무는 일로 시작한다면 YTN은 그때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조 사장은 구본홍 사장이 실패한 이유 배석규 사장이 성공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20일 주주총회에서 사장에 선임된 조준희 신임 사장은 23일 오전 10시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한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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