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노조 측 ‘젊은 사원들의 모임’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뉴스퀘어 2층 카페에서 <소통 한마당> 행사를 가졌다.
YTN은 지난 달 신임 사장 선임을 앞둔 상황에서 회사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한다는 이유로 ‘젊은 사원들의 모임’이 갑작스런 사원총회 개최를 요구한데 대해 정치적 목적이 있다며 장소 사용을 불허한 바 있다.
YTN은 당시 “하필이면 차기 경영진 구성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집단행동으로 비칠 수 있는 이런 집회를 갖는 진정한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YTN은 4년 전에도 노조가 ‘소통과 회사 위기 극복’이라는 지금과 똑같은 이유로 사원총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결국 노조는 해고자 문제를 꼬투리 삼아 기다렸다는 듯 강경투쟁에 들어가 사장 연임 정국에서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사장 선임을 앞둔 상황에서 노조 측 조합원들이 다시 4년 만에 모임 개최를 요구한 것은 다분히 특정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젊은 사원들의 모임’이 개최한 <소통 한마당>에서는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4년 전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원 모임의 현장을 세세하게 기사화한 미디어스의 “YTN 사원도 YTN뉴스 안 본다. 민감한 이슈 안 나오니까” 기사에 따르면 역대 최악의 낙하산 사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조준희 사장 내정자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대 의견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보도국과 경영진 성토 목소리 조준희 내정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노조 측 '젊은 사원들'
YTN 노조를 대변하는 기사를 생산하는 이 매체의 특성상 ‘정치적 판단’에 따라 낙하산 사장 반대 발언을 생략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조합원들 사이에 언론 문외한 사장이 낙하산으로 선임된데 대한 문제의식이 아예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
대신 YTN ‘젊은 사원들의 모임’ 조합원들은 다만 기존 경영진에 대한 끊임없는 성토, 보도국 등 회사에 대한 불만 등을 털어놓고 이를 문서화해 간부들과 조준희 사장 내정자에 전달하겠다는 계획만 나와 있다.
미디어스는 “보도전문채널 YTN의 강점이자 자랑이었던 ‘보도’ 분야는 어느샌가 사원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가 돼 있었다. 자연히 보도국에서 느끼는 위험 신호에 대한 이야기가 속속 등장했다”며 이날 ‘젊은 사원들의 모임’에서 나온 조합원들의 발언들을 요약해 보도했다. 발췌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A 사원 “최악의 오보는 침묵이라는 말을 들었다. 보도국이 어떤 식의 비겁함을 보이냐면 아예 얘기를 안 하려고 한다. 민감한 이슈는 피해가고 싶은 거다. 이게 큰 문제다. 우리가 얘기 안한다고 해서 보도 안 되는 세상 아니다. 앉아서 물먹고 종편에서 떠들고 나서야 우리는 그걸 받아야 되는 무기력하고 비참한 상황이다”
B 사원 “저조차도 우리 뉴스를 보지 않는다. 우리는 민감한 이슈를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YTN 보도국의 중점적 화두는 이슈 선정이었다. 오전에 이슈를 선정하면 오후에는 온 나라가 그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YTN이 만들어내는 이슈는 없다”
또한 미디어스는 “능력 위주가 아닌 간부들의 호불호나 성향에 좌우되는 인사, 채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 모습, 법적 대응 과정에 휘말린 사원들을 지원하기보다 방관하는 법무팀의 행태 등 말 그대로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회사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면서 몇 몇 조합원들의 이야기도 전했다.
E 사원 “답답한 것 중 하나는 취재기자 입장에서 왜 이 기사는 나가야 되고 왜 이 기사는 이렇게 편향돼서 나가야 되는지에 대한 기준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 주니어급들 기자들의 분발도 필요하겠지만 시니어급들이 고충을 더 귀 기울여 듣고 의견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주길 바란다. 아무도 얘기 안하면 계속 이런 구조로 가는 거고 악순환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F 사원 “사내 특종상은 보도국장 말을 잘 들었다는 이유로 상탄 경우도 있다. 외부 시상을 보면 누가 어떤 공로로 상을 받게 됐는지 적어도 심사평 정도는 존재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이 전혀 없고 결과만 나온다. 이런 문제에 대해 기자협회나 노조가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준희 내정자 어설프게 나선다면 YTN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YTN 노조 측이 이 같은 모임을 갑작스럽게 만들고 현 경영진을 비판하는 발언들을 쏟아낸 이유는 뭘까?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마치 현재 YTN이 굉장히 잘못된 상태인 것처럼 주장하는 노조 측의 목소리를 전달해 조준희 사장 내정자를 움직여 현재 보도국을 비롯해 배석규 사장 체제의 간부진을 싹 물갈이하겠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비평가는 “젊은 사원들의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상식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보도나 회사 일처리가 노조 뜻대로 안 돌아가 불만이라는 게 아니냐”면서 “기존 경영진이 YTN을 얼마나 망쳤는지를 조준희 내정자에게 어필해 노조에 맞섰던 기존 간부진과 경영진 물갈이를 통해 노조가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장 내정 전에 모임 개최를 요구하고 내정되자마자 이런 모임을 통해 발언들을 쏟아내는 건 차기 사장의 상투를 자신들이 선점해 틀어쥐겠다고 나서는 것”이라며 “언론을 모르고 YTN언론노조에 대해서는 더더욱 캄캄한 백지상태나 다름없는 조준희 내정자가 노사화합하겠다고 어설프게 나서거나 자기 색깔 내겠다고 어설픈 변화를 시도할 경우 안 그래도 힘겹게 좌파노조와 맞서 질서를 찾았던 YTN 앞날은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권의 낙하산 사장 반대한답시고 극단적 투쟁을 해온 YTN 노조는 은행장 출신 낙하산 사장에겐 품어달라는 천박한 교태나 다름없는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조의 기존 주장이나 내세웠던 명분이라면 지금 누구보다 가장 앞장서 조준희 반대 투쟁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무가치한 집단”이라고 힐난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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