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지상파 광고 총량제를 놓고 종편을 소유한 신문사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상파를 제외한 타 매체들을 희생시켜 지상파의 배만 불려주는 악법 중 악법이라는 것이다.
광고 총량제란 방송 광고의 전체 허용량만 정하고, 광고 시간이나 횟수, 길이는 방송사가 임의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에 광고가 집중되어 타 매체에 갈 광고가 지상파로 쏠리는 걸 피하기 어려워진다는 분석이 많다. 이로 인해 미디어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되고 매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문들은 특히 1억 원에 가까운 KBS와 간부가 70%가까이 되는 MBC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언급하며 공영방송사들의 개혁 없는 지상파 광고 총량제 강행은 오로지 지상파만을 위한 편향 정책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신문들은 2일자 사설에서도 이러한 측면을 적극 부각하며 지상파 TV 광고 총량제 도입을 골자로 한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추진을 강하게 반대했다.
조선일보 “박근혜 정부 눈엔 지상파만 보이나”
조선일보는 <방통위 '광고 총량제' 강행, 朴 정부 눈엔 지상파만 보이나>제목의 사설을 통해 “광고총량제가 지상파 TV의 배만 불리고 신문이나 잡지·통신·케이블TV·종편·인터넷 신문 등 다른 미디어들의 경영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뻔하다.”며 “그런데도 방통위는 여러 종류 매체를 원하는 국민의 기대를 무시하고 오로지 지상파 편향의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광고 총량제가 실시되면 지상파 TV는 더 많은 광고를 끌어모으려고 지금보다 훨씬 선정적인 드라마·오락 프로그램으로 시청률 경쟁을 할 것”이라며 “공익·교양 프로들은 심야 시간으로 쫓겨나 공영방송의 공공성은 더 후퇴할 수밖에 없어 결국 시청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게다가 방통위가 이번에 간접·가상 광고까지 폭넓게 허용하면 지상파 TV는 홈쇼핑 TV를 방불케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면서 “감사원에 따르면 KBS는 2008년 47.2%이던 2급 이상 상위 직급이 2013년 57.8%로 늘었다. 2013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9547만원이다. MBC는 전체 직원 1425명 가운데 차장 이상 간부만 987명으로 69.3%에 달한다.”며 “방통위는 지상파 TV의 이런 방만 경영을 바로잡기는커녕 그들의 광고 수입을 더 올려주며 오히려 부추기려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내 미디어 시장은 신문·방송 등 기존 매체 외에 5000여 인터넷 언론사가 우후죽순처럼 새로 등장해 이미 과포화 상태”라며 “방통위는 이처럼 과잉 경쟁에 돌입한 미디어 산업에서 특정 매체만을 우대하는 정책으로 시장의 혼란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정책추진자가 누군지도 몰라...지상파 배만 불려주는 밀실담합 의혹”
중앙일보 역시 이날 <지상파 편드는 광고총량제, 대통령은 알고 있나> 사설에서 정부의 지상파 중심 위주의 방송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광고총량제에 대해 “매체 간 균형발전을 도외시한 데다 사회적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면서 특혜 시비까지 일고 있다.”며 “방만한 경영 등 지상파 방송의 내부 문제를 경영 혁신이 아니라 광고 몰아주기로 해결하려는 꼼수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광고주의 81.7%가 신문, 유료 방송 등 타 매체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 광고비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를 신문업계의 연간 광고물량에 대입해 보면 1000억~2800억원의 신문광고비가 지상파로 옮겨가 신문광고 매출의 10~20%가 줄어든다. 최대 4000억~5000억원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내 미디어산업의 한 축인 신문산업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그러면서 “국내 미디어 전체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방송광고정책을 추진하면서 방통위가 문화체육관광부·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 부처와 긴밀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과연 정책 추진자가 누구이며, 그 목표와 의도는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그저 지상파의 배만 불려 주는 밀실담합의 의혹이 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과연 대통령은 이런 정책의 난맥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국민과 시청자에게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MBN의 매일신문도 이날 <‘시청권’ 침해하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허용 절대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방통위가 광고총량제를 허용하려는 명분은 방송 발전과 광고시장 활성화다. 하지만 최근 경영 위축에 대한 지상파의 불만이 높아지자 총량제 도입을 통해 무마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면서 “그동안 지상파는 방만 경영에다 무리한 투자로 경영이 악화한 상태다. 시청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경쟁력을 상실한 데서 책임을 묻지 않고 광고 몰아주기로 불만을 달래려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구조조정 절실한 지상파 위주 방송 광고 정책 맞지 않아”
종편을 겸영하는 신문사들이 이처럼 최근 정부의 지상파 중심 방송광고 정책에 이처럼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를 빌미로 지상파가 구조조정에 눈감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영방송 이사 출신의 한 언론학자는 “정부가 언론정책에 대단히 무지하다.”며 “종편을 적으로 돌리고 구조조정이 절실한 지상파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시민단체의 한 인사는 “정부가 지상파에 광고를 몰아주는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에 종편이 정부를 매일같이 비판하는 건가 싶다”며 “정부는 비판하는 종편이 밉겠지만 그렇다고 지상파 방송사가 정부를 편드는 것도 아니지 않나? 박근혜 정부에 음해성 보도하는 것도 지상파인데, 살찌워 줘봤자 안에 있는 노조 힘이나 더 키워주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정부가 좀 형평성 있게 양쪽을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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