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KBS 일베 기자’ 논란과 관련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신입 기자는 사내 게시판에 반성문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지만 KBS 기자협회 등은 지속적으로 사측을 향해 신입 기자에 대한 전직 등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KBS보도국 기자들은 지난 설연휴를 앞둔 16일에도 일베를 겨냥해 “바로 그러한 집단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심지어 거리낌 없이 자랑을 일삼았던 누군가가 KBS의 기자가 될 수 있다면 엄격한 공채는 무엇을 위한 절차냐”면서 “무엇보다 KBS 구성원들이 ‘일베 회원도 KBS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참혹한 상징을 대체 왜 감수해야만 하느냐”고 성토했다.
이어 “문제가 된 신입사원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나 사회적 불능상태를 선고해야 한다는 선동은 더더욱 아니다”면서도 “다만 그런 사람이 공영방송 KBS 기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뼈아픈 지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KBS 사측은 이번 파문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해당 신입 기자에 대한 기자협회 등의 징계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정연주 사장 시절 대거 입사한 특채 사원 다수가 정파성 강한 언론사 출신, 일베가 뭐가 문제냐”
KBS 이사회의 모 이사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알아보니 회사도 입사 전 밖에서 한 행위를 이유로 징계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회사는 법과 원칙을 지킨다는 입장”이라며 “만일 징계나 전직 등이 실제 이루어져도 기자가 소송을 할 경우 법원에 가면 회사가 질 텐데 회사가 왜 하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 일단 지금의 상황이 원만히 지나가야 할 것 같다. 잘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KBS 기자협회와 보도국 일부 기자들의 지속적인 조치 요구에 대해 “회사에 들어와 어떤 편향적이고 문제적인 행동을 했다면 수습기간 중에 패널티를 부과할 순 있어도 입사 전 어떤 행위를 가지고 그런 잣대를 쓴다면 노동행위나 반정부 시위를 한 친구들은 KBS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 아닌가? 극단적으로 말해 전과자는 취업도 못하나?”라며 “이사회 이사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언론학자 역시 KBS 기자협회와 보도국 일부 기자들의 주장에 대해 “말이 안 된다”며 일축했다.
익명의 이 언론학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입 기자가 선발과정에서 아무 문제없이 채용됐는데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지적하는 건 잘못됐다. KBS 기자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이니 그런 차원에서 다뤄져야지 과거에 있었던 개인 일을 가지고 ‘된다, 안 된다’ 이야기하는 건 잘못됐다”면서 “일베 기자라 편파적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과거 정연주 사장 당시 상당한 수의 인력이 특채됐는데, 그 사람들 대부분이 정치적 지향성이 강한 언론사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도 기자생활 다 잘만 했는데 도대체 그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다.
한편, 신입 기자의 일베 논란은 근본적으로 KBS 내 노조 간 주도권 다툼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 교섭대표 노조 지위를 가진 KBS노동조합의 기득권을 향한 언론노조 KBS본부 측의 도전으로 보는 시각이다.
실제 KBS노동조합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본부노조의 1노조 파괴공작”이라고 강력 비판한바 있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KBS노동조합에서 본부노조 측으로 이탈하는 조합원들이 많다는 의미는 이미 주도권 싸움에서 노동조합측이 지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이번 신입 사원 일베 기자 낙인 파동도 결국 KBS언론노조의 파워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근본적으로 신입 사원 징계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단 대내외적인 공포 효과를 노려 언론노조의 파워를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