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한다는 논조를 펴왔던 미디어비평지들이 이른바 ‘댓글판사’ 논란에는 침묵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댓글판사’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막말과 정치편향 댓글을 달았던 수원지법의 모 부장판사로, 이 판사는 “이런 거 보면 박통, 전통 시절에 물고문, 전기고문 했던 게 역시 좋았던 듯”, “전북 정읍 출신답게 눈치 잘 보고 매우 정치적인 판결을 했네요” 등의 부적절한 댓글을 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부적절한 댓글과 별개로 익명의 공간에서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한 개인의 정보가 어떤 경위로 유출됐는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댓글판사의 부적절한 처신을 강하게 질타한 동아일보는 또 한편 사설로 “이 판사의 문제행위와 이 판사의 개인정보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동아일보는 “수사기관의 정당한 조사가 아니고, 누리꾼이 ‘신상 털기’로 신원을 밝혀냈다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다수의 누리꾼이 ‘누리꾼 수사대’를 자처하며 마녀사냥하듯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파헤쳐 공개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이 판사의 경우 악플을 놓고 인터넷 다툼을 벌인 한 누리꾼의 추적으로 신상이 드러났다지만 과연 그런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 누리꾼이 4개의 아이디를 사용한 사람을 동일인이라고 지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 판사는 이석기 내란사건 관련자에게 감청영장을 발부했다. 이 때문에 보복 차원의 해킹설에, 수사기관 수집정보 유출설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포털의 내부자가 개인정보를 불법유출했다면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대법원이 개인정보 공개 경위를 알아보겠다지만 대법원은 강제조사권이 없다. 수사기관이 나서 이 판사의 개인정보 유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동아일보의 지적처럼 이 판사의 개인정보 유출이 포털 내부자의 소행이라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대단히 심각한 사건으로 수사당국의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내부자의 성향에 따라 누구든지 얼마든지 신상이 털리고 마녀사냥과 여론재판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점에도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등 미디어비평지들은 이런 점엔 눈을 감고 오히려 “ 대법원이 징계 없이 하루 만에 사표를 수리한 것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등 해당 판사의 댓글 내용에만 집중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던 이들 언론들이 이른바 ‘댓글판사’ 논란에서 한쪽 문제만 비판하는 것은 위선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표현의 자유마저도 좌우 진영논리에 따라 우리편의 자유는 괜찮고 너희편의 자유는 안 된다는 식의 발상에서 나온 태도 아니겠느냐”면서 “진영논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겠지만 최소한 그동안 자신들 주장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사건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게 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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