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이 권성민 PD를 해고한 MBC를 비판하고 나서, 반발하는 언론노조 측에 힘을 실어줬다.
방통위 고 위원은 자신이 직접 권 PD의 웹툰을 읽어봤다면서 MBC 조치가 부당하다며 제재 발언까지 하고 나서는 등 MBC 인사·경영권에 개입해 사실상 MBC 탄압에 나선 셈이다.
앞서 MBC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진보판 ‘오늘의유머(오유)’에 회사를 “엠XX”으로 지칭하며 시청거부 주장 글을 올렸다가 징계를 받았던 권 PD가 또다시 웹툰으로 회사의 발령 조치를 ‘유배’로 비유하는 등 비판 글을 쓰자 취업규칙 및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위반 등을 이유로 지난달 21일 해고했다.
이에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6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MBC가 ‘조직안정화’라는 재허가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방통위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MBC는 2013년 재허가 당시 방통위로부터 ‘2012년 파업에 따른 조직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것’과 ‘방송프로그램 제작 차질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 받았다.
그러나 당시 방통위의 ‘조직안정화’ 지시는 노조의 총파업으로 방송 파행을 빚었던 MBC의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고 위원이 말하는 ‘조직안정화’의 의미와는 사뭇 다르게 비춰진다. 정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당시 조직안정화를 해친 주요 원인이 김재철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일으킨 노조에 있고, 그에 따른 상당한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 사측은 파업으로 방송 파행을 막기 위해 대체인력을 뽑는 등 ‘조직안정화’에 나서기도 했다.
때문에 당시 방통위의 ‘조직안정화’ 이행 지시가 MBC가 노조 측 요구를 전폭 수용해 김 사장을 퇴진시키고 파업을 끝내라는 의미가 아니라면, 고 위원은 방통위의 당시 재허가 권고사항 내용과 의미를 상당히 자의적으로 왜곡 해석하는 것이 된다.
그럼에도 고 상임위원은 MBC의 권 PD 해고가 방통위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MBC는 그동안 파업참여 구성원들을 비제작부서로 발령하고, 성과중심 조직개편을 하는 등 조직안정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아 지난해 12월 이행촉구 공문을 보냈다”면서 “이행촉구 한달 만에 권 PD를 해고한 것은 방통위를 보란 듯이 무시한 행위”라고 말했다.
고 상임위원은 권 PD의 웹툰이 해고사유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웹툰을 직접 읽어봤다”면서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봤을 때 상식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MBC 사측 입장에서 권 PD의 웹툰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MBC에 ‘약’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갖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MBC경영진들은 눈과 귀를 막고 일방독주하고 있다. 공영방송을 운영하는 주체로서 공적인 의식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고 상임위원은 그러면서 MBC 제재의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그는 “우리 위원회가 MBC경영진의 전횡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권고사항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기회가 필요하며, 점검 후 문제 있다면 방통위 차원에서 MBC를 제재를 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MBC 조직개편이나 인사 문제는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MBC의 고유한 권한임에도 방통위가 PD 한 명에 대한 징계조치 정당성 논란 하나 가지고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고 간섭하려 들고 제재하겠다면, 그것이야말로 언론자유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자 횡포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비평가는 “고삼석 상임위원의 행위는 언론사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며 “방통위가 그런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한다면 공영방송사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고 방통위 입맛대로 끌고가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 상임위원은 공영방송사 인사와 경영권 문제에 지나친 간섭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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