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21일 권성민 PD에 해고징계를 통보했다. 권 PD가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로 징계를 받은 후에도 계속해서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 PD는 작년 5월 진보좌파 성향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오유)’에 MBC를 가리켜 “엠병신” 등으로 지칭하고 “엠병신을 마음껏 욕해달라. 더 먹어야 한다. 사실 욕은 저희들이 제일 많이 한다”며 “불매운동도 좋다. 뉴스도 이미 안 보시겠지만 주변에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이런 상황임을 알려드리고 보지 말도록 해 달라”고 비판하는 글을 썼다. 단순 비판에서 더 나아가 본인이 속한 회사 불매운동을 선동한 셈이다.
이후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던 권 PD는 징계가 끝나자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발령받았다. 문제는 권 PD가 회사의 전보 조치에 반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능국 이야기’라는 게시물을 수차례 올리며 항의성 글을 올렸다는 점이다. 권 PD는 해당 페이스북 웹툰에서 자신의 처지를 ‘유배생활’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MBC는 19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권 PD의 해고를 결정했다. 권 PD가 취업규칙 제3조(준수의무)와 제4조(품위유지),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공정성과 품격유지를 위반했다는 게 해고사유다.
권 PD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측은 권 PD가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린 웹툰이 미디어오늘 등 언론매체에 소개된 상황에서 단순히 표현의 자유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즉, 의도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권 PD가 이미 작년 ‘반MBC’ 여론 확산을 위해 국내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중 한 곳인 오유에 직접 회사 비방글을 올려 징계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페이스북에 같은 뉘앙스가 담긴 게시물을 올린 것은 언론을 통해 소개될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도 회사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MBC “언론이 자신 주목하는 걸 알면서도 의도적 해사행위...단호히 대응”
이에 MBC는 21일 공식입장을 통해 “회사는 A사원(권PD)이 지난해 12월 6개월간의 징계가 끝나 새로운 부서로 발령받은 지 수 일만에 동일한 해사행위를 반복한 것은 반성과 자숙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MBC는 “A사원은 SNS가 개인적인 공간이며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SNS는 사실상 공개적인 대외활동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개인적인 공간으로 한정할 수 없고, 또 A사원은 이미 지난해 6월 언론에 기사화 된 바 있다.”면서 “특히 SNS에 카툰을 올리기에 앞서 인사발령만으로도 수차례 보도가 나오는 등 A사원의 동향에 대해선 이미 많은 언론이 주목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SNS에 올린 내용에 대해 유명인이 아니기에 파장을 예상 못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MBC는 “문화방송은 이미 2010년부터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공정성과 품격, 보안 등 임직원들이 준수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A사원의 행위는 문화방송의 취업규칙뿐만 아니라 이 가이드라인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워싱턴 포스트와 로이터 등 선진국 언론사들 역시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정성과 중립성, 타인에 대한 인격 존중을 강조하며 위반 시 고용계약 해지를 포함한 징계규정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편향적 성향과 개인적 불만에 따라 행하는 해사행위를 앞으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본인의 의도가 무엇이든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이 담긴 주장을 회사외부에 유포함으로써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본부노조 “개인에 대한 표적 징계이자 부당해고” 강력 대응 의사
그러나 언론노조MBC본부는 사측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MBC본부노조는 21일 밤 성명을 내고 “권PD의 문제의식과 표현방식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징계와 처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 다양성을 기초로 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상식”이라며 “다양한 여론의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할 언론사 내부에서 ‘표현’을 문제 삼아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퇴행이자 반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MBC본부는 “회사는 권PD가 자신의 처지를 ‘유배’로 표현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권PD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을 되짚어 보면 ‘유배’는 틀린 말이 아니다”라며 “보도국 수뇌부는 ‘세월호 사건’의 진실은 애써 외면하면서 유가족을 모욕하고 폄훼하는 보도 참사를 일으켰고, 실망하고 분노한 시청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권 PD는 해고라는 현실에 맞닥뜨렸다”고 주장했다.
MBC본부는 이번 징계를 “한 개인에 대한 집요한 표적 징계이자 감정에 치우친 부당 해고”로 규정짓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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