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과거사정리위원회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위원으로 활동했던 민변 변호사들이 이후 해당 사건 관련 수임을 맡은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언론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은 “표적 탄압”이라는 민변의 입장을 거들었다.
조선일보는 20일 <일부 民辯 변호사, 자기가 조사한 사건 訴訟까지 맡다니>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수사 대상이 된 변호사들은 과거사위·의문사위에서 조사 활동에 직접·간접으로 참여한 뒤, 일부 사건 피해자들이 낸 재심·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변론을 맡았다.”며 “이들 가운데 한 유명 변호사가 속한 로펌은 소송 가액 4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독차지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과거 공무원으로 재직 중 취급한 사건 수임을 금지한 변호사법과 정부 내 과거사위나 의문사위에 참여한 조사위원들은 공무원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만약 과거사위·의문사위 조사 활동에 참여했던 변호사들이 공무원 신분이었다는 것을 무시하고 피해자들의 소송을 맡아 수임료 수입을 올렸다면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국민은 그들이 조사위원 시절 공정한 조사를 했는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변 변호사들은 입만 열면 비리 타파와 정의 구현을 외쳤다”며 “그런 변호사들이 수임료 수입을 위해 비리를 저질렀다면 비리 척결이니 정의니 하는 말은 꺼낼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 “인권을 가장해 국민 혈세로 부당이득을 취한 것”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 <과거사위 경력 이용해 수임료 챙긴 변호사들>를 통해 “과거사위 등 국가위원회 위원은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이다. 변호사법 31조는 공무원·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판사·검사가 변호사가 됐을 때 재직 시 다뤘던 사건을 맡을 수 없도록 금지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를 허용할 경우 재판·수사·공무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십 년 지난 과거 사건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조차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과거사 관련 국가 배상 소송에선 과거사위의 조사보고서가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도 “과거사위의 조사보고서가 구체적이고 모순이 없다면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면서 “그런데 과거사위에 참여한 민변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경력을 이용해 4000억원 규모의 관련 소송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거사위의 조사보고서가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데도 그 조사보고서를 만든 위원회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관련 소송을 독점하다시피 한 것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매우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민변은 검찰 수사에 대해 ‘합법적 공권력을 가장한 표적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무료 변론이 아니라 수임료를 받았다면 엄한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며 “인권을 가장해 국민의 혈세로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 “표적탄압” “법 과잉 해석” 민변 궁색한 논리 내세워 옹호 나서
하지만 한겨레신문은 궁색한 논리로 민변을 옹호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이날 <검찰, 민변 변호사들 소환 통보 ‘논란’>이란 제목의 관련기사에서 검찰이 혐의점이 있는 변호사들에게 소환통보와 금융계좌 추적 사실을 언급하며 민변의 논리로 이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민변은 검찰이 이들 사건에 변호사법 제31조를 적용하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며 “판검사 등이 변호사 개업 뒤 무분별한 수임을 제한하기 위해 만든 조항을, 일시적으로 과거사위에 참여했던 변호사들에 적용하는 게 타당하냐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겨레는 “각종 과거사 위원회들은 국가가 스스로 은폐된 진실을 밝혀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를 전제로 한 변호사법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법을 과잉 적용하는 것”이라는 민변 박주민 변호사의 발언을 전했다.
민변이 성명을 통해 “이번 검찰 수사는 10년 이상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과거사 청산 작업을 역행하려는 의도이며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사실도 한겨레는 덧붙였다.
한겨레는 “민변은 또 서울시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서 민변이 검찰과 국정원이 법정에 위조된 증거를 제출한 사실을 폭로해 무죄를 받아낸 뒤 검찰이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징계를 추진한 점 때문에 검찰이 민변에 보복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변과 한겨레는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 문제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탄압논리’와 ‘과거사청산 흠집내기’ 등의 엉뚱한 논리로 물타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매체 뉴스파인더 김승근 대표는 “민변의 논리는 비유하자면 잠깐 공무원이었으니 문제없다는 것이고, 또 과거사위와 같은 정의로운 활동을 한 것이니 일반 법률로 적용할 수 없다는 대단한 특권의식이 배어 있는 논리”라며 “잠깐 공무원이든 오래 공무원을 했든 법위반은 법위반이고 뭔가 정의로운 일을 했기 때문에 제외돼야 한다는 식의 논리도 맞지 않는다. 검찰은 엄정 수사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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