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 대표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정작 국민 관심에선 멀어져 있는 현실을 놓고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 각각 쓴 소리를 했다.
두 신문 모두 계파나 지역 문제를 놓고 인신공격에 가까운 난타전을 펼치는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 이인영 후보 측이 미래 비전과 과감한 집권 전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며 모처럼 함께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는 19일 사설 <흥행 안 되는 野 전당대회, 이러다 '만년 不妊 정당' 될라>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취임 후 가장 낮은 35%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온 지난 주말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그 전주보다 1%포인트 낮은 23%였다. 새누리당(43%)보다 20%포인트나 낮았다.”면서 “새정치연합은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을 흡수할 능력과 매력을 갖추지 못한 정당이라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야당 전당대회에선 연일 후보들 간에 인신공격에 가까운 난타전이 펼쳐지고 있다.”며 “문 후보는 "박 후보는 제왕적 대표가 될 것"이라고 공격했고, 박 후보는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할 때 대북 송금 특검을 하면서 남북 관계가 깨졌고 김대중 대통령은 투석을 시작했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세 후보도 공언했듯이 새정치연합은 현재 정치적 존망(存亡)이 걸린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전당대회가 이런 절박한 상황에 걸맞게 진행되고 있는지 세 후보는 물론 야당 전체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과감한 구상도 듣기 어렵고 야당 정치인다운 도전 의식을 느낄 수 없는 전당대회가 어떻게 국민의 관심을 끌겠는가. 이대로 가면 야당은 재집권이 불가능한 '영구 불임(不妊) 정당'이라는 말까지 나올 판”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의 간절한 소망(?) “국민은 하나로 뭉쳐야 정권교체 길 보인다는 걸 본능으로 알아”
같은 날 한겨레신문의 사설은 좀 더 절박하게 비춰졌다. <집권전략 놓고 다투는 전당대회 돼야> 제목의 사설에서 한겨레는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당내 분위기는 과열 양상을 띠는데 바깥의 국민 관심은 여전히 냉랭하다는 점”이라며 “이 불균형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새정치연합이 처한 근본 과제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차기 대표를 노리는 세 후보는 점점 노골적으로 공격 수위를 높여가는데도 왜 국민은 눈길을 주지 않는 걸까.”라며 “그건 세 후보가 국민의 마음을 흔들 만한 혁신적인 집권비전과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후보들이 ‘친노 패권주의 논란’이나 ‘호남 지역주의 논란’을 놓고는 아슬아슬하다 싶은 정도로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면서도 “이렇게 하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이길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플랜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계파나 지역 문제는 상대방을 공격하기엔 매우 좋은 소재일지 모르나, 단지 그것만으로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사로잡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국민은 지금 상황에서 친노냐 아니냐, 호남이냐 아니냐로 편가르는 게 야당의 집권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다. 친노든 호남이든 아니면 또다른 정치세력이든, 하나로 끌어안아야만 정권교체의 길이 보인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다.”며 “그런데 세 후보가 이걸 위한 현실적인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니, 국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한겨레는 그러면서 “세 후보는 지금이라도 계파나 지역 문제에서 추상적인 언어가 아니라, 당 안팎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구체적인 집권구상을 밝혀야 한다.”면서 “이걸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건 야당에 도움이 될지언정, 표 떨어진다고 걱정할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최저치인 35%까지 떨어졌는데도 국민이 제1야당의 전당대회에 눈길을 주지 않는 참담한 현실을 세 후보는 무겁게 되새겨야 한다.”고 힐난했다.
조선일보가 새정연의 종합적이고 근본적 문제를 지적한 반면 한겨레는 계파와 지역싸움이 되는 바람에 새정연 전당대회가 국민적 무관심의 대상이 된 점을 지적하고 세 당 대표 후보가 파격적 대책을 내놓아 논란의 초점을 다른 이슈로 옮겨야 한다는 절박한 조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노 기득권 해체론’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친노 중심 결집론’을 내세웠던 한겨레신문의 “일단 뭉치라”는 이 같은 주문대로 새정연 전당대회가 친노와 비노, 영남과 호남의 대결구도에서 탈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