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와 재독 간첩 송두율을 비판하는 언론을 비판하는 식으로 옹호하는 등의 활동을 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을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종북세력 5인방’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민언련의 활동들을 비춰볼 때 그렇게 표현할만한 것은 인정된다”고 해 주목된다.
미디어스 기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부장판사 장준현)가 14일 민언련이 채널A와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조 대표가 2013년 5월 종편 ‘채널A’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종북세력 5인방’으로 옛 통합진보당, 한국진보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우리법연구회와 함께 민언련을 지목하자 민언련은 명예훼손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조 대표는 당시 방송에서 민언련에 대해 “언론계에서 강정구와 송도율을 비판하는 언론을 비판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언론을 공격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선동한다”며 “우리나라 안보를 해치는 일련의 선동을 줄기차게 해왔기 때문에 종북세력의 선동 세력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은 민언련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채널A의 명예훼손 여부와 관련해선 “명예훼손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조영환 대표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자체는 그 발언 상 인정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종북세력의 개념 자체를 종북 성향의 어떤 핵심 인사들이 움직이는 단체, 세력이라는 전제 하에서 발언을 한 것으로 민언련의 활동들을 비춰볼 때 그렇게 표현할만한 것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조 대표의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되긴 하지만 민언련의 핵심 인사들과 활동들이 조 대표가 종북세력으로 규정할만했다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민언련의 반발에도 향후 언론 비판 활동 ‘공정성’ 인정받기 어려울 듯
이에 대해 민언련은 반발했다. 민언련은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채널A는 ‘종북 선동하는 언론 민언련’이라는 자막을 내보내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명예훼손 행위를 했다”며 “그런데도 채널A의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법과 상식을 현저히 벗어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언련은 특히 ‘과거 행적을 봤을 때 종북 표현을 할 만하다’는 법원 결정에 대해 “무차별적 허위사실을 동원한 종북몰이 보도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주한민군 철수나 국가보안법 폐지 관련 언론의 보도내용을 비평하면 그것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 종북으로 낙인찍어도 되는 것이냐”며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이제 ‘국가보안법 철폐’ 보도에 대한 비평을 하는 인사나 단체에 ‘종북’ 딱지를 붙여도 제지할 방법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극우인사들의 입을 빌려 종북 낙인을 찍는 파쇼 언론과 극우 인사의 선전·선동에 힘을 실어준 재판부”라면서 “무분별한 색깔 공세에 법원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한국사회의 민주적이고 건강한 의견 제시는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고, 거짓과 정치공세를 앞세운 극우 이데올로기만 판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민언련의 활동에 대해 법원이 ‘종북세력으로 불릴만 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이들의 향후 언론비판 활동도 주목된다. 민언련마저 그간의 일부 비판 활동이 ‘종북세력’ 과의 연관성이 인정된 만큼 옛 통합진보당의 최대주주였던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전국언론노조 KBS·MBC·YTN 등 방송사 지부의 활동을 지지해온 것도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게 된 셈이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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