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전 총리후보의 교회 강연 일부 내용을 짜깁기 해석해 친일파 논란을 불러온 KBS에 이어 이번엔 경향신문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 때 교회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인사를 비판하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서거’ 로 표현하지 않았다며 트집을 잡고 나섰다.
정부와 보수 측을 비판할 땐 각종 모욕적 표현이 동원돼도 ‘표현의 자유’란 명분으로 지지하던 이들이 개인이 사적인 장소에서 자유롭게 발언한 것까지도 표적 사냥을 하는 모양새다.
경향신문 온라인판은 14일 <황교안 법무장관, DJ·노무현 검찰 인사 “환란…” 비하>제하의 기사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57)이 고검장 재직 시절 교회 강연에서 공안검사들이 대거 한직으로 밀려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검찰 인사를 ‘환란(患亂)’에 빗대 비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문제 삼았다. 경향은 증거 자료로 입수한 황 장관의 교회 강연 동영상을 게재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황 장관은 공안검사들의 좌천 배경으로 두 전직 대통령이 공안사건으로 사법처리 된 전력을 꼽으면서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라고 말했다.”면서 “황 장관은 부산고검장으로 있던 2011년 5월11일 부산 호산나교회 특별 강연에서 김대중 정부를 지칭하며 “이런 분이 대통령이 딱 되고 나니까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던 검사들, 전부 좌천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계속해서 경향은, 동영상을 보면 황 장관이 1989년 서경원 전 평민당 의원의 무단 방북 사건을 언급하며 “이때 김 대통령도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에 검찰과 야당의 적대관계가 심각했다”고 말했다면서, 이어 “6개월마다 인사를 하는데 첫 번째 인사에서 공안검사들이 굉장히 고통받고, 두 번째 인사에서도 그런 고통을 주고, 세 번째 인사에서도 고통을 주니까 많은 검사들이 사표를 내고 나갔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당시 자신은 대법원 소속인 사법연수원 교수여서 직접적인 인사 상 불이익을 받지 않은 점을 들어 “하나님께 ‘환란’으로부터 도피를 허락해주신 것에 감사드렸다”고 했다.
경향은 이어 황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발언한 것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황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은 공안부 검사들에 의해 대우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구속까지 된 분”이라며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 공안부에 오래 있던 사람들에 대해 여전히 곱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2005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구속 여부를 놓고 다투면서 수사지휘권 파동을 불러온 ‘강정구 교수 사건’을 회고하며 “그분(노 대통령)이 볼 때 제가 사건 하나를 잘못 처리했다”고 했다.
경향은 황 장관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투신 사건’으로 표현하고, 김 전 대통령을 ‘김대중씨’라고 지칭하기도 했다며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 장관은 경향신문의 반론 요청에 “강연 내용과 문맥을 잘 보고 판단해달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공안통인 황 장관이 자신의 입장에서 검찰과의 악연이 있는 이른바 ‘진보’ 대통령들에 대한 소감과 표현에 대해, 그것도 사적 활동을 통해 개인 소감을 피력한 것을 두고 이렇듯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 이런 주관적 소감과 표현 방식까지 트집 잡는 것이야말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한면 미디어비평가는 “황장관의 발언이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당시 좌천된 검사들 입장에선 당연히 고난, 환란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 죽음도 서거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건 대단히 옹졸한 행태”라며 “소위 진보언론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아무 문제없는 발언을 꼬투리 잡아 비판하고 여론몰이를 하는 행태는 정치적 목적을 노린 치졸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편, TV조선은 이날 <신통방통> 프로그램을 통해 경향신문이 황 장관이 강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대중씨’라 불렀다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동영상에서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지칭한 다른 대목을 소개하고 KBS 문창극 짜깁기 파문에 이어 ‘악마의 편집’ 논란이 이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