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탈당에 대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의 시각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향이 정 고문의 탈당과 신당 합류 선언에 대한 책임이 새정연의 무능에 있다며 야당 비판에 초점을 맞춘 반면, 한겨레는 새정연 비판보다는 야권분열을 더 우려하며 정 고문 책임론을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분위기다.
정 고문의 탈당 소식을 다룬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의 12일자 사설 제목은 각각 <정동영 탈당’과 새정치연합>과 <정동영 전 의원 탈당이 우려스런 까닭>이었다.
먼저 경향신문은 “2007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 고문의 탈당과 신당 참여 선언은 정치적 파장이 작지 않다.”며 “2·8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려는 새정치연합으로선 대통령 후보를 지낸 상징적 인사가 신당 합류를 선언하자 적이 당혹해하는 듯하다. 당 대변인이나 문재인·박지원 당권 후보가 고작 ‘안타깝다’거나 ‘유감스럽다’는 반응만을 내놓은 게 징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고문의 탈당을 강력히 규탄하지도 못하고, 정 고문이 지적한 문제점을 적극 방어하지도 못하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현주소일 터”라고 덧붙였다.
경향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가없는 불통정치와 무한 독주의 조연은 무능한 야당”이라며 “허약한 야당의 존재는 정권의 폐정을 방조하고, 그 폐정을 감춰주는 구실을 한다. 박 정권이 세월호 참사에 그리 뻔뻔할 수 있는 것도, ‘비선 권력’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가는 것도, 헌법재판소가 정당 해산을 밀어붙인 것도, 야당이 만만하기에 가능했다.”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새정치연합은 경제민주화나 복지, 비정규직 등 노동 문제에서 정권의 독주에 맞서거나 대안을 마련해 보인 적도 없다.”면서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치인의 선택에 대한 잘잘못을 운위하기에 앞서 새정치연합이 야당성을 상실하고, 정권 견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정 고문의 지적엔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제1야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전당대회가 아예 국민의 관심권 밖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2등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는 제1야당으로선 희망이 없다. 새정치연합이 진정 노선의 혁신, 정책의 혁신, 리더십의 혁신으로 수권 비전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동영’으로 격발된 원심력은 더욱 커질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겨레, 사설 통해 ‘친노 해체’ 중심 ‘야권재편론’ 사실상 반대
반면 한겨레는 “새정치연합이 정 고문의 탈당을 강력히 규탄하지도 못하고, 정 고문이 지적한 문제점을 적극 방어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경향의 비판이 그대로 적용되듯, 정 고문의 탈당과 신당 합류에 미지근한 비판과 우려로 일관했다.
한겨레가 사설을 통해 가장 우려를 나타낸 점은 ‘야권분열’로 한겨레가 여전히 친노 프레임에 갇혀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친노 기득권 해체 중심의 ‘야권 재편론’에 한겨레가 사실상 반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한겨레는 먼저 “새정치연합이 제1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을 실망시키는 상황에서, 일부 정치인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새로운 정치적 길을 모색하는 걸 막을 명분은 별로 없다.”며 “그럼에도 정동영 전 의원의 탈당과 신당 추진을 반길 수 없는 건, 그의 선택과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몇 가지 우려스러운 점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 새정치연합은 과거 어느 야당보다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어려움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다.”면서 “위기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는 야당을 지금 이 순간에 떠나는 게,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한겨레는 “정 전 의원은 ‘확실한 정권 교체를 위해’ 탈당과 신당 합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합리적 진보’를 내세운 새로운 야당이 출현해 통합진보당 해체로 인한 진보진영 공백과 제1야당의 무기력함을 메우겠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야당이 하나의 이름으로 헤쳐모이든 아니면 서로 다른 간판을 걸고 선의의 경쟁을 하든, 국정운영의 방향과 능력을 상실한 박근혜 정권을 효율적으로 비판하고 견인하는 데에선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 4월에 치러질 3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다수의 야당이 국민 기대에 걸맞게 협력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다.”며 “정 전 의원을 비롯한 신당 추진 인사들은 새로운 정당 건설이 자칫 야권 분열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겨레신문은 정 상임고문에게 주로 탈당과 신당 합류로 인한 분열책임론과, 분열하더라도 한 목소리로 박 정권에 대응해야 한다며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물론 한겨레는 정 고문에 대한 이 같은 조심스럽지만 비판론을 조목조목 제기한 것에 비해 새정연을 향해서는 고작 “새정치연합 역시 일부 인사들의 탈당과 신당 추진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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