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강성노조와 기업 CEO의 리더십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필자가 소개할만한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업계에서 유명한 현대증권의 사례를 보면 된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작년 1~3분기 1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현대증권은 올해 같은 기간에는 3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1인당 생산성은 701만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1천353만원으로 역시 흑자로 돌아섰다. 이 기간 현대증권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노조를 강성으로 이끌며 회사와 극한으로 대립했던 민경윤 전 노조위원장이 현대를 떠났다. 물론 현대증권이 작년의 부진을 털고 올해 3분기까지 이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엔 나름의 경영전략이 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다양한 히트 상품으로 시장을 적절하게 공략했기에 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건데, 노사문화에 대한 개혁 작업이 없었다면 현대증권이 과연 지금처럼 큰 고비 없이 순항을 이어갈 수 있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바로 그 점이 이를 주도한 윤경은 사장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사장이 각종 허위사실을 유포해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림으로써 생존에까지 위협을 가하는 노조의 잘못된 행태에 분명한 경고를 넣은 것은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나친 경영권 간섭, 심지어는 없는 사실까지 지어내 금융당국에 진정을 넣고 경영진 고소고발을 남발하여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식으로 노사 간 갈등을 극단으로 끌고 가는 막장 행태에 제동을 건 것도 잘한 일이었다. 브레이크 없이 막나가는 노조의 행태를 제지하는 게 단지 회사에게만 유리한 것도 아니다. 노조의 오판과 잘못된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일반 조합원들이기 때문이다. 윤 사장이 민경윤 전 노조위원장의 불법적 독주에 레드카드를 뽑아들고 전쟁을 선언한 건은 누가 봐도 손가락을 치켜세울만한 일이다.
기업 전체를 휘두른 민경윤 전 노조위원장과의 소송 결과가 중요한 이유
필자가 언론노조 뿐 아니라 현대증권 노사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된 건 바로 이처럼 그동안 우리 기업 문화에서 관성적으로 굳어진 약자와 강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깨는 조짐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사관계는 여전히 절대적 강자인 회사와 약자인 노조의 기울어진 관계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 노조만큼은, 특히 현대증권 노조와 같이 ‘귀족노조’ 소리를 듣는 강성노조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일부 재벌기업, 대기업의 노조만큼은 더 이상 절대약자라는 틀로 바라보는 건 맞지 않다. 정당한 노조활동을 넘어 회사를 휘젓는 도 넘은 행위들은 기업 활동을 막는 것일 뿐 아니라,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엄청난 격차를 가져오는 폐단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을 과도하게, 불법적으로 압박하는 그런 행위들은 결국 정규직 과보호로 나타나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더욱 조장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집권 기간 동안 강성노조란 오명과 반대로 귀족노조란 부정적 이미지만 남긴 채 노조를 떠난 민경윤 전 노조위원장과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윤경은 사장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민 전 노조위원장은 15년 집권기간 조합원들의 복지혜택 면에서 일시적인 성과를 남겼는지 몰라도, 불투명한 자금 운영, 독선적 운영으로 자기정치를 하는 과정에선 남긴 잔재로 인해 결국 현대증권에도, 노조에도 피해만 안겨주고 말았다. 실적악화로 인한 경영위기 등으로 인해 단행된 구조조정과 강하게, 더욱 강하게, 강성으로만 치달았던 노조위원장의 15년 장기집권 세월이 전혀 상관이 없다고 그 누가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기업에 있어 강성노조의 폐단과 그 폐단과의 절연에 나선 기업 CEO의 리더십의 좋은 본보기는 단연코 윤경은 사장의 사례라고 본다. 또 회사와 민경윤 전 노조위원장과의 고소고발 사건 결과가 일반 노조 조합원들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기업 CEO의 리더십은 이래야 한다
현대증권 윤 사장이 의도했든 아니든 전임 노조위원장과의 법적 싸움은 역사에 기록될만한 사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업계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윤 사장 리더십에 현대증권 전체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바른 노사문화 확립의 좋은 전례로 남느냐 아니냐는 우리 경제 전체에도 영향을 끼친다. 원칙과 비원칙의 싸움이고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자 공동체의 정의와 욕망으로 가득 찬 기득권자의 불의와 치열하게 맞붙는 싸움이다. 이 싸움이 가진 중대한 의미를 안다면 법의 심판도 그냥 나올 리가 없다. 대기업 CEO의 리더십은 이젠 업계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 그 이외의 뭔가가 더해져야 하는 걸 윤 사장의 경우가 말해주고 있다. 어떤 리더십과 결단력을 갖추어야 조직 전체를 긍정적으로 상생으로 이끌고 나아갈 수 있는지 기업들도 이젠 되돌아봐야 할 때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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