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제정 문제로 여야 대치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KBS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양보를 압박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박지원 의원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이번 세월호법도 ‘눈 딱 감고 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주세요’라고 하면 다 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어제도 규제개혁에 대해 ‘눈 딱 감고 다 푸세요’라고 장관들에게 지시를 하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KBS 여론조사에 의하면 세월호특별법을 여야가 다시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 53.7% 나왔다. 또한 유가족이 주장하는 대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것은 53.8%의 지지를 받았다. 진상규명에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셨던 박근혜 대통령께서 유가족들을 만나야 한다는 여론도 60.6% 나왔다”면서 “이러한 것을 보더라도 대통령께서 세월호법을 처음 약속하신대로 가족을 위해 풀어주시면 국회가 막혀있는 것이 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근거로 제시한 KBS의 여론조사는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여타 여론조사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진상조사위원회에 주는 것에 대해 찬성과 반대 양측 주장을 함께 내놓거나 삭제하고 찬반 의견만 물었지만 KBS는 애초 특정 입장의 의견만을 반영한 질문을 내놨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특히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싸고 KBS의 여론조사가 다른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분석해 눈길을 모았다.
조선일보 “다른 여론조사와 달리 KBS 여론조사는 수사권·기소권 찬성 측 주장만 제시”
조선일보 홍영림 여론조사팀장은 6일 <'세월호法 민심' 바로 읽기>란 제하의 칼럼을 통해 KBS의 여론조사 결과가 달리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반대가 47%, 찬성이 43%였다. 문화일보 조사도 반대와 찬성이 49% 대(對) 43%, 한국갤럽 자체 조사도 43% 대 41%로 반대가 다소 높았다.
그러나 KBS 조사는 찬성(58%)이 반대(39%)보다 훨씬 높았다. 홍 팀장은 이에 대해 “KBS 조사의 질문은 '세월호 유가족은 정확한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수사권·기소권 찬성 측의 '정확한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해'라는 주장만 응답자에게 제시했다”면서 “다른 조사들은 질문에 '사법 체계를 흔든다' 등 반대 측 주장도 함께 제시하거나 양쪽 주장을 모두 생략하고 찬반만 물었다”고 지적했다. KBS의 여론조사 질문내용 자체가 세월호특별법 찬성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홍 팀장은 또 “질문에 '유가족'이란 단어가 있는 것도 영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과 관련한 문항에서 잘 드러났다. 조선일보 조사는 '여야가 합의한 대로 해야 한다'(49%)가 '다시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44%)보다 높은 반면 갤럽 조사는 '유가족 뜻에 따라 다시 협상해야 한다'(47%)가 '여야 재협상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40%)보다 높았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등이 감정과 편견이 들어갈 수 있는 단어들을 제외한 객관적 설문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반면 KBS는 그렇지 않았던 셈이다.
“KBS가 특정 진영의 세월호 공세를 위해 여론조사 한 느낌”
조선일보와 KBS가 같은 여론조사 기관(미디어리서치)에 의뢰했음에도 이 같은 상이한 결과가 나온데 대해 동아일보는 5일 기사에서 “같은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가 불과 4일 만에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은 셈”이라며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여론조사 문항 설계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KBS 조사에선 유족들의 적당한 요구라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 설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국론이 갈린 상황에서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의 ‘함정’을 지적했던 조선일보 홍영림 여론조사 팀장은 “결론적으로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민심은 유가족을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핵심 사안인 수사권·기소권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요약된다”고 결론지었다.
인터넷언론 뉴스파인더 김승근 편집국장은 “세월호 피해자를 우선시해야한다는 국민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는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커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인데 KBS가 이를 간과했다”면서 “KBS의 여론조사는 세월호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진영의 세월호 공세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박한명 기자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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