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부 자료가 세월호 국조특위 야당 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 측에 건네져 파문이 인 것에 이어 SBS에서도 내부 취재 자료가 증권가에 ‘지라시’ 형태로 유출돼 논란이 일면서 방송사들의 허술한 보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정보유출자가 기자 등 내부 직원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직원 윤리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SBS의 취재 정보 유출 사건은 지난 7월 말 발생했다. 사내 게시판에 <‘취재 정보 장사’ 한 번 생각해봅시다>란 글이 문제의 글이었다. 작성자는 인천지검을 취재하던 SBS 김 아무개 기자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관련 정보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불과 두 시간여 만에 속칭 ‘지라시’에서 똑같은 형태로 되돌아 왔다는 내용이 담긴 글이었다. ‘취재 정보 장사’를 비판하면서 언론 윤리의 문제를 제기하는 취지였다.
이에 SBS는 자사 기자의 취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에 심각성을 느끼고, 정보 유출자를 찾기 위해 경찰 수사 의뢰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 기자가 사내 정보망에 올렸던 취재 정보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외부로 유출된 사실에 보안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SBS는 사내 로그 파일 수색을 통해 유병언 관련 취재 정보가 올라온 시점과 지라시로 배포된 시각 사이 사내 정보망에 접속한 구성원 100여 명을 추리고 이들에게 최영범 SBS 보도본부장 이름으로 ‘불편하더라도 경찰 수사에 협조하라’는 뜻이 담긴 메일이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언론노조 측은 이 같은 SBS 조치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미디어오늘은 “그러나 경찰에 노트북·휴대 전화·외부 메일 등을 넘기는 것은 기자의 취재 권리 및 취재원 보호 윤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해프닝에 대해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은 “MBC, SBS 등 방송사들의 내부 기밀 유출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보안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하나 같이 기자나 내부 직원들이 목적을 가지고 빼돌렸다는 것”이라며 “방송사의 자칭 언론인이라는 사람들의 직업윤리 의식이 천박하고 부재한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노조는 언론의 자유만 외칠 게 아니라 땅에 떨어진 기자들의 윤리 의식 부재, 타락한 도덕성 문제도 짚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한명 기자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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