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참패한 직후 내놓은 국민일보의 김문수 비판 기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당초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의 수도권 압승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김 전 경기지사에 대한 납득하기 힘든 분석 기사를 내놨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8월 1일자 기사 <[7·30재보선 이후] “김문수, 당 힘들 때 몸사리더니…”>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김 전 지사를 비판했다. 익명의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가 "김 전 지사의 불출마 선택은 부메랑이 돼 본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그의 향후 대권 행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고 관측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기사는 이어 “김 전 지사는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줄 것을 요청하는 새누리당의 간곡한 요구를 뿌리쳤다. 새누리당은 7·30재보선 이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들에 10% 포인트 이상 앞선 김 전 지사 카드를 포기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김 전 지사는 "가야 할 길이라면 가시밭길이라도 마다치 않지만,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면 비단길이라도 안 간다"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또 “새누리당은 결국 나경원 의원으로 선회했고, 나 의원은 재보선에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며 “한 새누리당 의원은 "'김문수 없이도 새누리당이 이길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 김 전 지사의 가장 큰 실책"이라고 평했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에 대한 김 전 지사측의 반박과 실제 김 전 지사가 이번 재보선에서 발로 뛰며 새누리당 후보들을 지원한 사실을 거론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의 입을 빈 김문수 비판 기사는 뜬금없다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언론노조 이슈와 관련해 친야 성향의 논조를 보이는 이 신문이 야당이 참패한 직후 여당의 유력 대권 주자 가운데 한 사람을 익명의 여권 내부 핵심 인사를 동원해 비판한 대목은 ‘이간계’와 같은 정치적 의도가 느껴진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로 야권에 대한 부정적이고 암울한 전망의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잔칫집 분위기인 여권 내부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만하다.
다른 언론은 김무성과 함께 7·30재보선 주가 뛴 김문수라는데...“유일하게 손해본 여권 유력정치인” 깎아내려
다른 언론들이 이번 재보선에서의 김문수 역할론을 언급하고 김 전 지사의 주가가 올랐다는 점을 지적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TV조선은 재보선이 끝난 후 차기 대권 주자의 성적표를 분석한 기사에서 김 전 지사에 대해 “직접 출마하진 않았지만 수도권 선거를 측면 지원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주가가 소폭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지역신문인 경기일보 역시 <“내주 음성 꽃동네 봉사” 재보선 지원 주가 높인 김문수 前 경기지사>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역 구석구석 밑바닥 지원유세는 김 전 지사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는 평가”라며 치켜세웠다.
이 신문에 따르면 평택을 유의동 당선인의 한 관계자는 “8년간 도정을 책임졌던 김 전 지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느냐”면서 “확실히 반응이 남달랐고,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며 하루가 멀다하고 내려와줘서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온라인판은 재보선 직후인 31일부터 8월 7일까지 이 기간 동안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누가 유리하다고 봅니까’란 주제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데, 2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현재 총 5424명이 참여한 가운데 김 전 지사가 2352명(43.4%)의 지지를 얻어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 결과, 동작을을 비롯해 경기지역 5곳에서 김진표 전 의원의 지역구인 수원 영통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박광온 당선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승리했다. 김 전 지사는 이 지역을 오가며 지원 유세에 총력을 쏟았고, 주민들의 반응이 높자 김 전 지사에게 막판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원 요청이 쏟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보선 결과엔 경기도 지역구로 3번의 국회의원 시절과 경기지사 8년 동안 김 전 지사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 평가가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 시점에서 국민일보는 여론의 일반적 평가와 달리 “새누리당에서 유일하게 손해를 본 여권 유력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내놨을까?
한 정치평론가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출마를 거절한 김문수 전 지사에 서운하다는 의견이 존재할 수 있지만, 그것과 이번 선거에서 김문수의 주가가 내려갔느냐 올랐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출마보다 지원유세로 자신의 몸값을 더 올린 게 사실이고, 새누리당으로서도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라며 “국민일보와 같은 언론이 사감이나 지나친 정파성을 기준으로 기사를 쓸리는 없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이번 선거로 야권의 차기 대선 전망이 어두워지니 여권의 유력 정치인에 대한 불편한 심정이 녹아든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박한명 기자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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