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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물 먹인 정의당과 노회찬의 ‘타락’

강자에겐 야비하게 뺏고 약자에게 굴복 요구한 노회찬의 진보정치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새정치민주연합의 기동민 후보의 사퇴를 받아낸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2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 “김종철 후보는 저와 과거에 한솥밥을 먹었고 정치 노선이나 전망에서 저와 같은 생각을 많이 가진 분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야권연대를 추진하겠다.” 나경원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동작을서 통진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내 약 5%대인 김종철 노동당 후보의 지지율이 추가로 절실한 그의 심정이 묻어나온 말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김 후보와 노 후보는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함께 동고동락 해온 사이다. 2008년 총선 직전 만들어진 진보신당에선 당 대표와 대변인 등을 맡으며 함께 했다. 소위 진보정치의 굴곡진 사연 탓에 이제 각각 다른 정당의 경쟁상대로 대척점에 서게 되는 운명을 맞았지만 이 두 사람의 정치 인생이 사실상 따로 떼어 내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두 사람의 실제 인간관계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노 후보의 위와 같은 발언과 태도는 전혀 인간적이지도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도 못한 것이었다. 김 후보가 동작을에 뿌리를 내리고 ‘진보정치’의 터를 닦아 온지가 십여 년이라고 한다. 그런 마당에 노 후보 자신이 말한 대로 한솥밥 먹던 옛 동지가 착실히 일구어 온 지역구로 어느 날 갑자기 날아가 알박기 정치로 제1야당의 후보자리를 빼앗더니 ‘적극적 야권연대 추진’ 운운하며 김 후보에게마저 사퇴를 종용하는 저 따위 자세가 어떻게 인간적이라 할 수 있으며, 어떻게 정당으로서 예의를 갖춘 태도라고 할 수 있겠나. 노 후보는 김종철 후보나 노동당 측에 사전에 일말의 양해나 사과라도 한 적이 있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못난 짓거리 하려면 차라리 정당을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최소한의 예의를 망각한 발언”이라며 발끈하지만 도대체 누가 더 예의를 잊은 것이며 인간적 도리를 상실한 것인지 묻고 싶다.

약육강식의 폭력 비판하더니 강자의 논리를 그대로 실천하는 노회찬

노회찬 후보는 개인적 인기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과도 일정 선을 긋고 줄곧 진보정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도 이젠 허물어지고 옛말이 됐다. 이번에 정의당이 새정치민주연합과 함께 동작을·수원정(천호선)·수원병(이정미)에서 보여준 단일화 쇼는 소위 진보정치와 진보세력의 도덕적 타락이란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말았다. 노 후보가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기동민 전 후보를 상대로 편 야비한 압박 전술, 그리고 하루아침에 낯을 바꿔 옛 동지를 상대로 한 강압적 사퇴 요구는, 그들이 비판하는 강자와 기득권의 판에서 횡행하던 구태논리 그 자체다. 특히 김 후보에게 야권연대를 명목으로 후보사퇴를 요구하는 것, 즉 내가 지지율 높은 강자니 지지율이 낮은 약자인 네가 양보하라는 건 전형적인 약육강식, 힘의 논리이자 폭력이다. 이건 필자의 얘기가 아니라, 노회찬 후보와 진보정치를 꿈꾼다는 그들이 늘 외치던 논리다. 자신들이 비판하던 강자의 논리로 옛 동지들에게 무조건적인 양보, 굴복을 요구하는 것만큼 모순적인 정치가 어디 있나. 약자의 위치에서 강자의 위치가 되자 아무렇지도 않게 돌변하는 노회찬식 정치야말로 패륜정치의 극치라 해도 할 말이 없다.

김종철 후보는 노회찬 후보의 동작을 출마가 확정되자 “이전 민주노동당에서 함께 활동해왔던 경험과 향후 진보정당의 재편과 공동 진로모색 등의 관점에서 볼 때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기왕 경쟁이 시작되는 만큼 담담하게 저의 정책내용과 그간의 지역 활동을 근거로 해 평가 받도록 하겠다”고 너무나 점잖은 성명을 냈다. 노동당 윤현식 대변인은 “노회찬 후보가 새정치연합과는 경쟁관계라 하면서 김종철 후보와는 협력관계라고 한 말은 김종철 후보에게 사퇴하라는 의미로 밖에 안 보인다”며 “처음부터 노동당과는 단일화 등 뭔가를 해보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는 없는 것으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또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보궐선거 후보 결정을 발표한 다음날 새정치연합에 야권연대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며 “정의당이 진보정치 파트너로 노동당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회찬과 정의당은 애초에 자신들보다 약자인 노동당은 협력 대상이 아닌 희생을 요구할 대상, 굴복시킬 대상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노동당은 이런 정의당을 진보정치 재편을 위한 협력 대상, 동지로 여겼으니 그 순진함이 안쓰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노회찬 배지’가 진보정치세력이 모든 걸 희생시킬 만큼 가치가 있나

김종철 후보가 정책과 그간의 지역 활동으로 노회찬과 경쟁하겠다고 밝혔지만, 아마도 이변이 없는 한 김 후보는 노회찬 후보에 배지를 달아주기 위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허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그들 진보정치세력이 늘 ‘현실의 벽’ 핑계를 대면서 그런 식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힘이 없다는 이유로 힘 있는 자들과의 야합을 매번 정당화하면서 그런 식으로 자신들의 순수성과 도덕성을 타락시켜왔다. 이번만은 예외가 되리라는 뚜렷한 징후도 없을뿐더러 더욱이 김종철 후보는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동작구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사람이다. 기동민 전 후보가 박원순 시장의 사람이라는 것은 공히 알려진 사실에다, 또 기 전 후보 사퇴 배경에 박 시장이 있다는 ‘설’ 대로라면, 김종철 후보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결말은 뻔한 일이 아닌가.

그렇게 해서 노회찬이 당선된들 이걸 진보정치의 승리라고 할 수 있나. 도덕성을 비롯해 많은 걸 희생하면서 노회찬에 금배지를 달아준들 진보의 혁신이나 진보정치의 재구성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누가 믿겠는가. 진보가 타락하면 진보 정치는 그걸로 끝인 것이다.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노회찬과 정의당이 보여준 건 권력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욕망뿐이었다. 때마다 달라지는 단일화에 대한 노회찬의 잦은 말 바꾸기나 노동당과 김종철 후보에 대한 억압적 태도나 모두 부수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이렇게 해서 타락해가는 진보정치와 이런 진보정치와 습관적으로 선거 연대하며 몸을 섞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말하는 정책과 이념, 그 정의로움이 과연 우리 국민을 얼마만큼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경원 후보에 비해 노회찬 후보는 달변에다 훨씬 더 서민적인 매력이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매력 이면에 숨겨진 추한 모습도 이번에 증명되었다. 국민, 특히나 지지자들조차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정의당 노회찬식 정치의 타락 그리고 진보정치세력의 한계는 보수의 혁신 이상으로 진보의 혁신이 어렵고 요원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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