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몇 해 전 미국 뉴욕타임스가 이런 연구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 연구팀이 페이스북을 통해 임의로 한 사람을 선정하고 지구 반대편의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데 몇 명을 거치면 이어지는지를 봤더니, 평균 4.74명이더라는 내용이다. 여섯 명만 거치면 서로 서로 다 통한다는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6단계 분리법칙’보다도 단계가 확 준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결국은 다 얽혀있다는 이 이론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세상은 무수한 인간관계의 줄로 복잡하게 엮인 거대한 그물과 같다. ‘세상 참 좁다’는 말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몰라도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들도 따져보면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말로도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식의 인간관계를 적용한다면 동작을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의 부친과 고교동창이라는 구원파 실세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와의 관계는 대단히 긴밀하고, 더욱이 같은 학교에서 이사를 했다는 나 후보와도 밀접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이걸 두고 “구원파의 실세인 김 전 대표와 나경원 후보의 부친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지 모른다. 지구 반대편에서 나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도 페이스북 하나면 나와 긴밀한 관계가 될 판인데, 부친과 동창관계이자 설립 학교 이사를 지냈다면 엄청난 관계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도대체 그게 뭐가 문제일까.
‘나경원과 구원파’ 의혹은 새정연의 헛발질
무슨 불법 의혹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세월호와 관련한 직접적인 의혹이 발견된 것도 아니고 그저 부친과, 그것도 유병언도 아닌 ‘실세로 알려졌다는’ 이의 관계가 고교동창이라는 것, 그런 관계로 부친이 설립한 학교에서 교장도 하고 이사를 했다는 것뿐이다. 그게 나경원 후보와 무슨 상관인가. 공공의 적처럼 돼버린 구원파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라는 시류에 올라타 억지춘향 식의 ‘의혹’을 갖다 붙여만 대면 장땡인가. “그런 식의 논리라면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형식 시의원과 긴밀한 사이로 알려진 기동민 후보도 김형식 살인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숨진 송씨로부터 로비를 받은 일은 없는지 해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황당해하는 새누리당이 이해도 간다. 그런 식이라면 페이스북 친구라는 이유로,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긴밀한 관계”이니 의혹을 실토하랄 판이다.
나경원과 구원파를 억지로 엮는 건 새정연이 그만큼 판세가 불리하다는 고백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어제 갑작스럽게 사퇴한 기동민 후보는 사퇴 직전까지도 나 후보에 크게 뒤져있었다. 조금 낫다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로 단일화해 효과를 볼 수 있다곤 하지만 그것도 불투명하다. 20년 지기를 하루아침에 원수지간으로 만든 새정연의 공천 파동, 또 증명된 안철수의 후퇴정치, 제1야당을 겁박해 어떻게든 한 자리 얻어 보려는 정의당의 습관적 알박기 정치, 구태란 구태는 모두 모아 포장한 종합선물세트를 받아든 동작을 주민이나 다른 많은 국민이 느낄 불쾌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거기에 나경원과 구원파란 억지 의혹까지 붙였다. 새누리당의 삽질과 잘못이 아무리 커도 야당이 차려놓은 이런 저질 밥상까지 기꺼워할 만큼은 아니다.
‘변칙’이 만든 야권단일후보 ‘노회찬’을 상대할 나경원의 유일한 전략은 ‘정도의 정치’
과정에서 자신들이 조금 잘못하더라도 1대 1 대결을 위해 무조건 단일화만 해놓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이제 버려야한다. 단일화가 기본이라는 관념 자체를 내다버려야 한다. 새누리당은 온 국민이 뭉쳐 심판해야할 공공의 적도 아니고, 거악도 아니다. 새정연과 야당이 옹기종기 모여 반지원정대를 만들어 상대해야 할 적이 아니란 얘기다. 새누리당을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 절대악처럼 여기는 것 자체가 야당의 찌든 패배의식과 공포감을 증명하는 것이다. 세상은 새누리당이 지배하는 게 아니다. 새누리당의 헛발질은 지금도 온오프라인에서 손가락질 대상이고 조롱의 대상이다. 그런데 지금 야당의 전략이란 새누리당을 자꾸 절대권력처럼 만들고 단단한 성벽을 쌓도록 만드는 것뿐이다.
1억 피부과 등 나경원 후보도 이제 어지간히 상대의 네거티브 전략에 단련된 사람이다. 택도 없는 억지 의혹을 제기한다고 쉽게 나가떨어질 것도 아니고, 대략이나마 그의 장단점도 국민에게 검증받은 정치인이기도 하다. 노회찬 후보가 “당이 시키는 대로 하는 정치인”이라며 공격하지만, ‘겁박정치’ ‘알박기 정치’의 주인공보다야 훨씬 낫다. 소신 있는 정치와 만담정치의 차이를 구분 못하는 것도 자랑은 아니다. 평소에는 자신들의 진보 이념과 정책을 자랑하면서 상대를 무시하고 적대시하다 선거 때만 되면 단일화가 무슨 만병통치약이라고 그땐 이념도 정책도 노선도 싹 내팽개치고 야합하는 습관을 가진 정치세력과 정치인보다야 정당 정치에 충실한 세력과 정치인이 훨씬 훌륭하다.
어쨌거나 나경원 후보와 1대 1의 구도를 만든 노회찬 단일후보가 여론조사 상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순리에서 볼 때 노 후보가 보여준 모습은 나 후보보다 나을 게 별로 없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동작을 주민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동작을 주민과 연대하겠다”는 나경원을 상대로 지저분한 전략, 정치공작의 방법을 쓴다면 치명적인 악수가 될 것이다. 동작을 주민이 나경원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선거전을 지저분하게 만든다면 백전백패다. 반대로 나경원 후보는 지역 주민과 연대하겠다는 그 말대로 겸손하게 정직하게 충실하게 정석대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야당이 수단과 방법을 걱정하지 않는 단일화병을 앓고 있는 이상 새누리당과 나경원 후보는 그럴수록 지든 이기든 정치의 원칙대로, 정공법으로 뚜벅뚜벅 나가야 한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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