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불과 몇 해 전과 다르게 MBC언론노조의 ‘말발’이 대중에 제대로 먹히지 않게 된 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뻔한 공격에 같은 패턴을 반복하다보니 그 수가 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게 전반에만 5골을 내주고 1-7로 대패했던 브라질이 골게터 한 명에게만 기대는 단조로운 공격으로 무너진 것과 같은 이유다. 원맨쇼의 축구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독일 축구가 분명히 보여줬다. 전혀 다른 얘기이지만 MBC언론노조도 마찬가지다. MBC 장악을 위해 사측을 공격할 때 내부 자료를 외부로 빼돌려 터뜨린다거나 조그만 꼬투리를 침소봉대하여 간부를 음해한다거나 MBC 부진 책임을 몽땅 사측에게 덮어씌운다거나 하는 수법이 많은 국민에게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탓이다. 그건 노조의 기관지들도 마찬가지다.
때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펴내는 ‘문화방송 경영평가보고서’를 들고서 사골 우리듯 우려먹는 수법도 똑같다. 야당 의원이 떠들고 노조 기관지가 받아쓰면서, MBC가 얼마나 형편없는 ‘엠병신’인지 증명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들이 그렇다. 방문진이 발행한 <2013년도 문화방송 경영평가보고서>를 분석한 내용이라며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내용은 작년에 펴낸 보고서와 큰 차이가 없다. MBC가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공익성·공정성·신뢰성·유익성 평가 등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하며 형편없는 방송사임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미디어스의 기사 제목만 봐도 그런 점이 언론노조 진영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안도감을 주는지를 알 수 있다.
미디어스 등이 방문진 전체의 입장인 듯 묘사한 경영평가보고서는 사실 왜곡
그러나 여기엔 큰 함정이 있다. 문화방송 경영평가보고서는 방문진이 펴낸 보고서이긴 하지만, 그것이 방문진 전체 공식 입장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폴리뷰에 작년 10월 28일자로 게재됐던 기사가 있다. <‘MBC 추락 김재철 탓’ 방문진 보고서, 알고 보니...>란 제목의 기사로, MBC의 부진을 경영진 탓으로 돌린 2012 경영평가보고서를 소개한 기사였다. 당시 보고서엔 “지난해 MBC가 공익성을 소홀히 하면서 채널 경쟁력이 심각하게 추락했다” “MBC가 (파업을)조기에 해결하지 못했다.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인사상의 불이익, 무분별한 전보조치 등으로 조직역량 확대에 실패했다”고 평가한 내용이 나온다. 또 “성역 없는 비판, 고발정신과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아온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위의 문장은 2013년 경영평가보고서에도 한글자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등장한다. “성역 없는 비판, 고발정신과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아온
‘눈 가리고 아웅하기’ 억지 비판으로는 ‘MBC 비판’ 국민 호응 얻어내기 어렵다
다시 10월 28일자 기사로 돌아가 보자. 당시 방문진 측 인사의 발언을 확인하면 어떻게 그런 엉터리 보고서가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경영평가보고서는 약 350페이지에 해당되는 것으로, 방문진이 평가의 주관기관은 맞지만 방문진 소위원회가 대학교수 등 외부인사 5명을 위촉해 그 사람들의 판단을 담은 내용이지 방문진이 직접 의견을 담거나 평가서를 작성한 게 아니다” “보고서에는 각각의 다른 평가와 입장이 혼재돼 나열돼 있다” “지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부분은 야당 측 추천을 받은 교수가 평가한 부분으로 보인다” “경영평가보고서 중 특정 참여 교수의 입장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가지고 방문진 전체의 입장을 담은 보고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를 근거로 보면, 방대한 양의 보고서의 온갖 다양한 평가 중에서 최 의원이 자신과 야당 언론노조 측 입맛에만 맞는 평가 내용만 쏙 뽑아서 언론에 그게 전부인양 공개했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대주주 방문진도 우려하는 MBC의 ‘불공정 보도’”란 식의(미디어스) 기사는 그 맥락이 완전히 허위인 셈이다.
최 의원과 언론노조 기관지들이 작년에 이어 이렇듯 방문진 경영평가보고서를 가지고 MBC 비난의 사골을 우리는 이유를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특히 입맛에 맞는 일부 사실만을 발췌해 마치 전체인 것처럼 확대 포장해 사람들을 기만하는 수법은 무너진 삼바 축구의 뻔한 공격 패턴만큼이나 훤하다. 그런데도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마저 MBC의 편파, 불공정 보도가 심각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미디어스)”고 여전히 ‘눈 가리고 아웅하기’식이니 한심한 노릇이다. MBC의 경우뿐 아니라 모든 비판에는 정당한 논리와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중과 국민에게 호소력도 발휘할 수 있다. 유불리에 따라 어느 때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라고 소리치더니 어느 땐 법원이 틀렸다고 손가락질하는 어처구니없는 이중잣대를 대거나, 방문진의 경영평가보고서와 같이 일부 내용을 가지고 침소봉대해 과장된 비난을 퍼붓는 건 오히려 언론노조나 야당과 좌파진영 전체에 대한 신뢰를 깨는 행위다. 삽질도 한 두 번이지 자꾸 반복된다면 땅을 파고 스스로 드러눕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MBC언론노조나 그들의 기관지 그리고 야당 정치인이나 언론단체도 이쯤 되면 그 점을 알아야하지 않을까.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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