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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논란과 사퇴, 위기 아닌 기회다

언론과 정치권 개혁의 시발점이 될 문창극 논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놓고 친일논란이 일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 21세기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그것도 북한 김일성 왕조를 추종하는 이석기 세력마저 버젓이 진보의 명찰을 달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는 시대에 광기의 마녀사냥이 횡행하는 현실이 경악스럽기에 그럴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문창극=친일파’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그가 한 발언이 친일, 민족비하 발언이라고 고집을 부린다는 점이다. 이미 인터넷과 MBC 등을 통해 동영상 전체가 공개됐고, 그의 발언 전체 취지가 KBS에 의해 앞뒤 맥락이 어떻게 난도질이 됐는지 확인된 마당에 일부는 여전히 친일파 프레임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문 후보자가 우파라서, 박 대통령이 선택한 사람이라서 반대한다는 게 차라리 솔직한 태도일 것이다. 동영상 전체가 공개되자 친일파로 몰기 뭣했는지 일부는 이제와 문 후보자의 태도가 건방지다는 둥 지엽적인 것을 따진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는 후안무치한 태도다.

KBS노조와 언론노조KBS본부는 이번에 ‘건수’를 올렸다고 환호할지 모른다. 문창극 후보자가 자진사퇴 했으니 KBS 노조 측은 “그것 봐라” 하면서 승리감에 한껏 도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싸움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것도 아니고 멀쩡한 사람에게 친일파란 누명을 씌워 매장시키고 자기 양심에 따라 정직하게 살려 애써온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낙인을 찍는 이 불의한 광경을 본 국민들이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문창극씨가 총리로서 자질을 갖추었는지 여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평생을 언론인으로서 살아온 문 후보자가 과연 ‘총리감’인지에 대해선 의문점이 있다. 우리가 아는 국무총리가 그저 대통령 그림자 역할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면, 박 대통령이 말한 ‘책임총리’에 걸 맞는 인사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악의를 품은 언론이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을 부당하게 매장시키는 비이성과 무서운 광기를 우리 사회가 절대로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종교탄압·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구파쇼 집단의 기막힌 행태

이유는 또 있다. 친일파 논란을 가장한 종교탄압의 문제다.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교회 강연이라는 특수성, 종교적 상징과 비유를 인정하지 않고 단지 몇 구절 표현을 문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것도 전체 맥락과 전혀 다른 엉뚱한 허위라는 점이 드러났는데도 공직 진출을 막는다면 그가 기독교인이라서 탄압한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그가 교회 장로로서 한 상징적 강연 내용, 신앙 고백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자신들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역사관을 가진 불교나 이슬람교, 기타 모든 종교인들도 마찬가지로 공직에 나가선 안 된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모든 종교인이 문창극처럼 친일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헛소리를 하는 작자들도 여전히 있다. 우리말의 ‘아’와 ‘어’가 어떻게 다른지 구별 못하는 바보는 언제 어디서나 있기 마련 아닌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일제 식민지배 옹호행위자 처벌 법률안(일명 문창극 방지법)’과 같은 황당한 법안을 발의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창극처럼 말하면 처벌하겠다는 이 기막힌 발상의 법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겠다는 수구 파쇼 집단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세력을 자임한다는 것도 블랙코미디다.

문창극 이슈는 위기 아닌 기회, 언론·정치세력에 대한 개혁 운동의 시발점 될 것

그러나 이번 문창극 총리후보자 논란에 비관이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자진사퇴 했다 할지라도, 이른바 진보와 민주화 세력이라 자부하는 자들의 민낯이 생생히 드러나면서 많은 국민이 그들의 위선까지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 마녀사냥, 종교탄압, 왜곡과 조작, 기만술, 사상과 표현의 억압, 반민주 등등 ‘문창극 논란’에는 이처럼 자칭 진보와 민주화세력의 본질이 다 담긴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KBS 노조세력이 촉발한 문창극 논란은 역설적으로 이 땅의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의 양심의 존재를 묻고 있다. 더불어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지적 수준과 자정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 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KBS 덕분에 이 나라 진보라는 사람들의 실체가 진보는커녕 수구와 구태 그 자체라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알게 됐으니 개혁의 명분도 충분하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여파는 단지 문 후보자 개인의 총리직 실현 여부나 박근혜 정부의 위기 문제의 차원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논란은 우리 언론의 문제와 함께 이 땅의 자칭 진보와 민주화 세력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의문이 제기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있다. 문 후보자에 대한 온갖 가학적 공격과 부당한 여론몰이는 그들에게 곧 돌아올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모순덩이 위선적 수구세력에게 진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건 어불성설이다. 오염된 언어가 세상을 더 혼탁하게 만드는 법이다. 새누리당이 부당한 일에도 진보라는 단어에 꼼짝 못하고 곧잘 타협하고 백기를 드는 행태나 야당이 불의에도 스스로를 기만하면서 뻔뻔해지는 양심불량 세력으로 변질돼 가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정명(正名)운동이야말로 개혁의 시작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문창극 사퇴를 위기라고 봐선 안 된다. 오히려 언론과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적 개혁 운동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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