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6·4지방선거가 정치권의 승패놀음에 불과하다며 때때로 냉소해도 절박한 것은 국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경제와 문화, 정치 등 총체적인 모습이 그 결과에 따라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의 한 표가 정치권의 거대한 체스게임 한 판을 위한 소모품이 아니라 내 고향 발전을 위한 마지막 방점이라는 생각을 갖는 게 당연하다. 지역의 현안과 문제점, 과제를 따져보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것은 곧 후보와 캠프의 면면이나 공약을 따져보고 과연 그 지역과 민심이 절실히 요구하는 것과 맞는 것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거 현실은 여전히 선동적이고 허황된 구호에 이끌리거나 학연·지연 등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선거가 거듭되는데도 여전히 지체되고 낙후된 모습으로 오늘과 별다르지 않을 내일을 생각하며 활력을 잃어가는 지역민심의 자각이 필요하다.
오는 지방선거에서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강원도지사 선거가 특히 중요한 이유도 그렇다.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26.6%로 전국 평균(51.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최하위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강원의 GRDP는 31조3610억원으로, 이보다 낮은 곳은 광주(26조원)와 대전(28조원), 제주(11조원)뿐이라고 한다. 이뿐 아니라 강원도는 인구증가율과 도로율 등을 토대로 산출하는 지역낙후도 순위에서도 전북에 이어 두 번째로 낙후된 곳으로 조사됐다. 인구 유출과 저출산으로 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등 낙후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인구 유입을 늘릴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이 강원도를 위한 해법 가운데 핵심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가 캠프 수석대변인으로 진선미 의원을 임명한 것을 놓고 새누리당이 공세를 펴고 있다. 강원도 접경지역 핵심 사업인 평화누리길 조성 사업과 국립공원케이블카 시범사업 지역선정 중단 촉구 결의안에 찬성한 당사자를 캠프 대변인으로 임명한 것은 넌센스라는 것이다. 또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앞세운 최 후보가 소방방재청이 의전 때문에 해경의 구조 활동을 방해했다는 왜곡된 주장으로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는 논란을 야기한 주인공을 캠프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한 것은 강원도민을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최 후보측은 진 의원이 평화누리길 조성 사업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고 국립공원케이블카 시범사업 지역선정 중단 촉구 결의안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생태 지역을 원형 그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결의안”이라며 “설악산 뿐 아니라 전국 국립공원에 무분별하게 케이블카가 설치돼 자연생태계가 훼손될 우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강원도를 잘 모르는 강원도지사 후보에 대한 의구심
스위스는 2013 세계경제포럼 관광경쟁력 1위국이자 환경평가지수에서도 1위를 차지한 청정국으로 유명하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해발 3454m의 융프라우의 아름답고 웅장한 자태를 직접 체험하길 원하는 전 세계인을 위해 스위스는 산꼭대기까지 다닐 수 있는 산악열차를 놓았고 레스토랑도 만들었다. 생모리츠에는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 자전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도로와 자전거 전용호텔 등 자전거 라이더를 위한 인프라가 완비돼 있다고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스위스는 산악지역에 인구의 약 35%가 살고 있어 산악비율로 세계 1위이다. 한국은 산악지역에 약 9%가 살고 있으며 산악비율로 4위이다. 그 가운데 강원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강원도를 “자연생태 지역을 원형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개발을 반대한다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런 논리가 진리라면 나라 전체가 국립공원이나 다름없는 스위스에 케이블카가 2500여개나 있는데도 오히려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자연생태를 원형 그대로 남겨야 한다는 주장은 원시상태로 되돌아가자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최문순 후보가 강원도지사로서 지역의 시급한 현안이나 무엇을 우선해야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은 이런 ‘틈새’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낙후된 강원도의 현실, 그럼에도 각종 규제로 개발이 묶인 강원도 현실과 괴리된 채 물에 뜬 기름처럼 운영되는 것만 같은 캠프의 모습을 보면 새누리당의 비판을 단지 정치공세로만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투표율을 높이겠다고 번지 점프와 같은 이벤트를 하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최 후보가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최 후보는 강원도가 지역적으로 낙후된 이유가 새누리당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몰아주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렇다면 본인이 강원도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댈 수 있어야 한다. 일한 것이 없다는 세간의 평에 최 후보는 내년도 국비를 더 타냈다는 것으로 반박했지만, 그게 열심히 일한 증거라고 보긴 어렵다. 나랏돈을 더 타내는 일은 일자리 창출과 같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MBC 노조위원장 리더십과 강원도지사 리더십은 전혀 다르다
강원도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최문순 후보에 대한 필자의 느낌은 아무래도 MBC 사장 재직 시 보여준 이미지가 강하다.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40대 젊은 부장이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사장직에 오르며 노무현 정부가 만든 신데렐라 가운데 한 명으로 부상했던 모습이다. 결정적으로 MBC가 노영방송의 이미지를 얻게 된 시절이었다. 방송이 노무현 정권의 이념과 사상 투쟁의 도구와 나팔수로 이용되던 시기였고, 노조위원장 출신의 최 사장은 ‘BBK 사건’ 보도로 이명박 정권 탄생을 결사적으로 막았었다. 한 언론관련 시민단체(공언련)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98.8%대 1.2%의 비율로 정동영 민주당 후보에 유리한 제목의 보도를 쏟아냈다. 이 단체가 “특히 MBC의 경우는 편파가 무엇인지 보여주려 작정한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불공정보도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당시 MBC 보도를 말해준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는 바로 그런 MBC를 이끈 리더였다.
강원도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국가안보 활동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피해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컸다. 그럼에도 강원도민은 묵묵히 감내하고 받아들였다. 그런 강원도의 희생은 정부의 배려와 보답으로만 해결될 수 없다. 능력 있는 도지사가 강원도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끄집어내 일자리 창출 등으로 현실화시킬 때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최 후보가 강원도민도 어리둥절할 인물인 진선미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하고 국비를 더 타낸 것을 자랑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건 실망스러운 일이다. 무엇을 생산해내고 불려가기보다 비판과 나누기에 익숙한 그의 이력이 강원도정에 그대로 반영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게다가 오직 강원도만을 위한다는 최 후보가 정치적 선동과 편 가르기에 열심인 사람을 ‘최문순의 입’으로 영입했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오직 강원’이란 캐치프레이즈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강원도지사는 강원도를 잘 알고 낙후된 지역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려 발전시킬 사람이 돼야 한다. 강원도의 발전이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에도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국민이 강원도지사 선거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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