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 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새누리당이 지방선거 일정을 잠시 중단했다.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운 여객선이 침몰하는 믿기 어려운 참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3백여 명에 달하는 안산 단원고교의 어린 실종자들을 찾아내기 위한 수색작업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비통해하는 국민의 심정을 헤아려 잠시라도 눈살 찌푸려지는 정쟁, 집안싸움 하는 추한 몰골은 보이지 말자는 뜻일 것이다. 아무리 선거일정이 빡빡해도 눈앞에 이런 비극이 벌어지는데 도리가 아닌 것은 당연하다. 지금 정치권이 할 일은 실종된 우리의 아이들과 승객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수색, 구조작업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는 길 뿐이다. 승객들은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자신부터 구하기 급급했다는 선장의 이야기나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하면서 무사귀환이라는 이 네 글자가 지금처럼 절실하게 다가온 적은 없는 것 같다. 여야는 지금이야말로 비통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진심으로 위로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필자는 새누리당 경선과 공천 관리에 대한 비판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모두가 슬픔에 빠져 넋을 놓고 있을 때 물밑에서 더 큰 음모와 더러운 거래가 활개를 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의 사천과 남해, 하동 기초선거 광경은 예사롭지가 않다. 이 지역 모두가 예비후보자들이 당의 경선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논란이 벌어지는 등 잡음이 심하다. 또 공천을 놓고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면서 도대체 새누리당이 원칙이 있는 정당인지 갸웃할 정도로 한심하기 이를 데가 없다. 지역 당협위원장인 국회의원이란 사람이 경선이 불공정하다며 항의하는 예비후보자들을 충분히 이해시키기는커녕 윽박지르듯 사과요구와 해당행위 운운해가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부추기는 듯한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질 않나, 토호세력으로부터 지방자치를 지켜내기는커녕 한통속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 도입 취지와 정반대로 가는 여상규 의원의 지역구 사천·남해·하동
이 지역 여상규 국회의원의 행태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컷오프 과정에서의 공정성 의혹을 제기한 하동군수 예비후보자들을 모아놓고 그가 했다는 발언이 그렇다. 경남신문 16일자 기사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 하동군수 예비후보자들이 1차 컷오프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자 “상향식 공천 도입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영향력이 없어지니 나를 우습게 아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니, 웃음만 나온다. 컷오프 결과에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해서 예비후보자들을 향해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니, 그런 말이 어디 있나. 경선 결과에 찍소리라도 하면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국회의원이 자신의 영향력을 무기로 예비후보자들을 겁박한 게 아니라면 도대체 그 안하무인의 태도는 뭔가. 게다가 “경남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하는 일을 왜 지역구 의원에게 따지느냐”는 발언도 어이가 없다. 필요할 땐 내 지역구고 아니면 경남도당 공천관리위원회인가. 자기 지역구 공천 관리하나 제대로 못하고 당에 책임을 미룰 거면 뭐하러 당협위원장을 맡나. 여 의원은 그럴 거면 당장 당협위원장직을 사퇴하기 바란다.
사천시장 경선은 또 어떤가. 김재철, 송도근, 차상돈 예비후보들이 측근인 비서실장의 뇌물수수, 본인의 선거법 위반 등 전과가 있는데다가 이번엔 또 ‘손봉투’ 의혹까지 제기된 정만규 사천시장의 도덕성 문제를 수차례 지적하고 공천 배제를 요구했지만 새누리당과 여상규 의원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송 예비후보는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김재철 예비후보는 검찰에 정 시장을 고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선거부정과 측근의 뇌물비리 사건 등 의혹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가 버젓이 컷오프를 통과할 수 있는 건, 새누리당과 여상규 의원이 자랑하는 상향식 공천 도입 때문일까, 아니면 다음 선거를 의식해 지역을 장악한 토호에 한없이 약한 국회의원의 욕심 때문일까. 남해군수 선거를 둘러싼 잡음과 불공정 논란도 사천·하동과 비슷하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납득할만한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후보가 결정되고 말았다. 비위의혹 검정 없는 불공정 경선이 진행됐다”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힌 이재열 남해군수 예비후보의 발언에도 시사점이 있다.
토호세력 발호 막기는커녕 방패막이 역할 의심스러운 여상규 의원
여상규 의원의 지역구(남해·하동·사천)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과 공천 잡음은 공통점이 있다. 세 곳에서 후보자들의 비위, 비리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거나 무시했다는 불만이 나온 점, 그러다 결국 후보자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특정후보 내정설이나 경선룰 개입설 등과 같은 건 양념이다. 세 곳 돌아가는 꼴이 이렇게 매끄럽지 못하고 엉망인데도 이걸 예비후보자들 탓으로만 돌리는 건 무책임하다. 더욱이 이런 모습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던 새누리당의 주장과도 역행한다. 여 의원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이런 꼴을 보고 어느 누가 과연 상향식 공천 도입이 잘됐다고 평가할 수 있겠나. 게다가 새누리당은 지역 토호의 발호를 막겠다며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뒤집었다. 사천시장 선거를 두고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새누리당이 장담하던 그 약속을 여 의원이 제대로 지키고 있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 토호의 발호를 막기는커녕 토호세력의 방패막이 노릇이나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불과 며칠 전 동아일보는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이란 게 결국 돈 선거와 여론조작이냐는 다분히 냉소적인 비판 칼럼을 내놓은 적이 있다. 돈 뿌리는 불법선거와 무더기로 전화기를 개설해 착신해놓고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안철수 무공천 논란에 가려졌던 새누리당의 배짱 공천을 지적한 것이다. 여상규 의원 지역구인 사천, 남해, 하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경선의 잡음과 오만한 여 의원의 태도를 보면 새누리당의 똥배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동아일보는 “부정 비리와 관련된 후보자 모두를 배제해야 한다. 선관위와 수사당국은 상향식 공천을 위한 경선 취지를 흐리는 불법 부정을 끝까지 추적해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사설로까지 적었다. 이런 언론의 지적에도 역주행 중인 새누리당과 특히 앞장이라도 선 듯 오만한 배짱을 부리는 여상규 의원을 보면 오로지 야권의 실패에만 기대 몸집을 불려온 새누리당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지역구 공천 관리하나 제대로 못하고 큰 소리나 뻥뻥 치면서 예비후보자들에 ‘갑질’ 노릇 열중하는 것 같은 여 의원은 싹수가 노래 보인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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