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 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건강한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사회 공동의 순수한 목표와는 달리 지방선거가 갈수록 타락하는 경향을 보이는 건 확실히 불길한 조짐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뽑는 방식이나 인물이 개선되어야 하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지역 주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타나야 맞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선거과정에서 선거법위반 사례는 늘고, 재정악화 등 지방자치의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정체되거나 퇴보하는 지역의 모습에 실망한 주민들이 유권자의 권리를 쉽게 포기하고 정치적 냉소, 투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라고 할만하다.
한 부산경남 지역의 언론(KNN)은 최근 선거법위반이 급증하는 현실을 전하면서, 김해지역에서 통장들이 주도한 식사 모임이 발각되고, 또 이 자리에 참석했던 예비후보가 명함을 돌리다가 선관위에 적발된 사실을 보도했다. 남해군수 정 모 씨가 작년 7월 민간단체 행사에 참석했다가 지방선거 때 지지를 부탁한 혐의로 고발됐지만 검찰이 아직도 결론을 못 내리고 시간을 끌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각종 선거법위반 사례는 느는데, 검찰이 투표일 이전에 제대로 수사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유야무야 시간만 끄는 현실이 차후 재선거를 하게 될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들게 한다며 검찰을 질타한 YMCA 관계자의 인터뷰도 덧붙였다. 이런 사례가 어디 남해군수 선거 관련뿐이겠나. 선관위와 경찰, 검찰이 고발 사건에 제 역할을 못하고 직무 유기하는 것도 지방자치를 오염시키고 무력화하는데 일조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손봉투 의혹사건, 토호세력이 장악한 지방의 문제 극명하게 보여줘
TV조선이 보도했던 사천시장 측의 손봉투 살포 의혹 사건도 빠른 시일 안에 명백한 실체를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 산악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제보자가 선관위에 출두해 돈을 받은 뒤 다시 돌려줬다는 진술을 함에 따라 선관위는 경남지방경찰청에 사건을 수사의뢰했고,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경남MBC에서도 보도했다. 남해군수의 선거법 위반 고발사건도 그렇고 사천시장 측의 선거법위반 의혹도 그렇고 사안의 성격상 수사가 쉬운 일은 아니다. 현직의 경우 이미 그 지역에서 조직을 다져놓은 데다 돈을 건넬 때도 은밀히 그들만의 체계를 만들어 전달할 게 불 보듯 훤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 손봉투 의혹 사건의 경우도 단순히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준 경우가 아니지 않나.
또 이미 지역의 기득권세력, 지방토호세력으로 굳건하기 때문에 기득권에 편입돼 불법행위를 알고도 침묵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고, 괜히 나서서 고발했다가 불이익이나 받지 않을까 피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천시장 선거와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주민의 양심고백이 나온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구현하겠다는 지방선거가 지방토호 세력 간의 돈 뿌리기 경연장이 되고, 조직이 동원돼 선거법 위반 행위가 횡행하고 또 그 은폐가 은밀히 이루어져서는 지역발전은 요원하다. 선관위와 검·경이 이런 행위들을 신속히 수사하고 결론내지 않는다면 그런 구태와 정치퇴보를 사실상 거든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천편일률적인 공천룰 적용, 지역발전과 정치개혁 오히려 후퇴시켜
문제는 사천시장 선거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런 퇴행을 새누리당이 간과하고 천편일률적으로 공천룰을 정해 후보를 뽑는다면 이런 구태 정치와 지역발전 지체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원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5대 5로 하든 몇 대 몇으로 하던 특정 기득권 세력의 조직 관리와 은밀한 사전선거행위가 횡행하면서 여론이 사실상 매수된 것이라고 한다면, 그 어떤 누가 이런 철옹성의 조직과 토호세력에 맞서 이길 수가 있겠나. 새누리당이 지역의 특수성을 무시한 공천기준을 일방 고집하는 것은 능력 있는 새 인물 수혈을 사실상 막는 것으로, 지역의 동맥이 다시 힘차게 뛰게 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할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공천 앞에 상향식이든 무엇이든 그럴싸한 단어가 붙는다고 해도 이런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상향식 공천이나 무공천이나 공천 방법과 룰이야 어떻든 목적은 단 한 가지다. 지역 주민을 위해 일할 제대로 된 일꾼, 후보를 내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목적과 정반대의 후보를 낼 결과가 예상되는데도 일정한 공천룰만 고집하는 것이 마치 무슨 국민을 위한 공천, 공정한 공천이라고 주장한다면 심각한 오류요, 착각이다. 현재의 시스템이 새로운 정치와 깨끗한 지방자치, 지역발전을 이끌 가능성이 적다면 과감하게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존 관행이나 천편일률적인 규칙만 고집하는 것은 그저 지역 기득권 세력 편들기, 토호세력을 보호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 공천 기준과 룰에 아무리 좋은 말을 가져다 덕지덕지 붙인다고 해도 그런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현재의 공천룰이 해당 지역의 지방자치 실현과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임이 확인됐다면 새누리당은 과감히 공천의 기준과 방법을 바꿔야 한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에서 지역에 맞는 적합한 후보를 골라 전략적으로 공천해야 한다. 지역 토호세력이 철옹성을 쌓아 기득권을 지키는 현상을 타파함으로써 지방의 민주주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능력 있는 후보를 전략공천 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염두에 둬야할 것은 어떤 방법이 정말로 지역 주민을 위하는 길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정체된 지역 상황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없다면 상향식이든 하향식이든 룰을 따진다는 것은 무색한 일이다. 새누리당은 사천지역을 비롯해 일부 문제적 지역에서는 과감히 전략공천할 것을 결단해야 한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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