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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 지방권력 타파해야 미래가 있다

부패한 지방권력 개혁할 수 6·4지방선거가 돼야 한다.


언제는 안 그런 적이 있었겠냐만, 6·4지방선거에서도 여전히 새 정치가 화두다. 새 정치의 화신인 듯 굴던 안철수 의원이 선거 코앞에서 자신이 새누리당과 함께 ‘구태의 온상’으로 지목하던 민주당과 한 몸이 되겠다며 통합 신당 창당 선언을 한 것을 놓고 과연 이것을 새 정치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진다. 작년 대선에서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내놓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놓고도 말이 많다. 공천제 폐지만이 새정치라는 쪽과 대선 전엔 폐지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이제와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는 궁색한 쪽의 공방이 오간다. 문제는 이런 논란과 논쟁이 여야 정치세력 간의 그야말로 정치공방으로 오갈 뿐, 이번 선거에서 어떻게 하면 깨끗하고 능력 있는 지방자치 권력이 들어서서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바로 지방권력 심판론, 지방권력 개혁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새정치의 화두라는 얘기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찬반에서도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할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지방 기득권 세력, 토호세력 발호의 문제다.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하면서 내세운 명분에도 바로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들어있다. 지역 토호세력의 돈정치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최소한의 검증도 받지 못한 온갖 후보가 난립하면서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조직과 돈이 있는 현직이 절대 우세할 수밖에 없는데다 연임이 이어지면서 궁극적으로 기득권을 공고히 해 부패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정당 공천을 폐지한다고 해서 줄대기 현상이 사라진다는 보장도 없다. 깨끗한 선거와 정치에 눈을 돌리는 사람보다 정당의 눈치는 눈치대로 보면서 유권자 환심을 사려는 불법적 행태가 횡행하기 쉽다. 금권선거는 필연적으로 나타나고 포퓰리즘 가득한 무책임한 공약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공직선거법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그만큼 부패와 전횡의 수법도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철옹성 쌓고 기득권 공고히 하는 지방권력 심판이 새정치

물론 공천제를 폐지한다면 지방정치의 부정부패와 토호세력의 발호, 현직의 부패와 전횡을 막기 어렵다는 주장 자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천제를 유지해온 지금에도 그러한 현상은 줄곧 있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무능한 현직 단체장과 부정부패한 지방의회 권력에게 줄곧 공천을 주어왔던 점을 보면 공천제를 폐지한다고 온갖 문제가 한 번에 터질 것처럼 떠드는 것도 지나친 과장이다. 다만 정당의 공천제가 그마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정당의 책임정치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것이라고 봐야한다.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보면, 결국 새정치의 문제는 공천제 폐지 여부에 있는 게 아니라 정당이 현역 기득권과 토호세력의 반발과 견제를 뚫고 부패한 지방권력을 개혁할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 여부다. 그것은 곧 어떤 인물을 공천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검은 돈을 뿌리고 조직을 동원하다가 낙마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우여곡절 당선돼도 뿌린 돈을 거두느라 같은 일이 반복된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이 현상을 넋 놓고 지켜만 봐선 안 된다. 특히 현역이 재선 삼선을 위해 일보다 조직 장악에 더 신경 쓰고 다음 선거 준비에 목을 매는 현상은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 그렇게 쌓은 현역의 기득권은 지역 토호세력화하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을 쌓고 그 안에서 부패하기 쉽다. 이런 현상이 바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환멸과 냉소를 부추기는 것이다. 지방 발전이 더디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현상엔 이런데 큰 원인이 있다. 새누리당의 최고 위원까지 지낸 원희룡 전 의원이 3선에 도전하는 현역 제주지사의 철옹성같은 기득권에 부딪혀 한계를 느끼고 경선룰 변경을 주장한 것은 그만큼 지방권력을 뚫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성추행 전력으로 문제가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당적을 수시로 변경해 철새소리를 들어도 십년 가까이 지방권력을 장악하면서 쌓아온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현역의 기득권은 그만큼 강한 것이다.

지방토호 세력이 득세하면 미래는 암울하다

최근 사천시장 3선에 도전하는 정만규 현 시장이 권력과 조직을 동원해 소위 ‘손봉투’를 돌리면서 돈을 뿌린 사실이 드러난 것도 부패한 지방권력, 토호세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한 사례다. 16일 ‘TV조선’ 오전 9뉴스를 보던 필자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만규 사천시장 측근의 '손봉투' 살포 의혹이란 자막과 어두운 화면에 상대방 손에다 꼬깃꼬깃한 돈을 쥐어주는 영상, 음성 녹취와 함께 정 시장 측근이 금품을 살포했다는 당시 보도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돈봉투는 들어봤어도 손봉투는 처음이었다. 정 시장 측의 비리 의혹 사건은 작년에도 있었다. 정 시장 비서실장이 지역의 업체로부터 공사 편의를 봐주거나 시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준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사건이었다. TV조선은 이 사건도 함께 보도했는데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었다. 작년 11월 29일 경남도민일보가 이 사건을 기사화했고 정 시장의 사전선거운동혐의 추가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은 적이 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이런 비리 의혹에 휩싸인 후보가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고 공천을 받는다면 도대체 누가 공감할 수 있겠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아 중앙에 기대며 근근이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지방권력을 개혁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수도권 월급쟁이들이 꼬박꼬박 내는 세금으로, 마치 마피아처럼 그들이 돈을 걷어 해먹고, 조직을 키우고 또 다시 선거에 나가 당선돼서 조직을 더 크게 키우고, 설령 낙마해도 또다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지자체 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이런 부패의 악순환의 고리를 우리 정치가 끊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적어도 부정부패가 드러난 현역의 철옹성같은 기득권은 정당이 앞장서 깨고 개혁해야 그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정치에 걸맞는 것이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이 할 일은 단순히 기초선거 공천제를 유지하느냐 폐지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아니다. 유지하든, 폐지하든 철옹성을 쌓고 지방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지방권력을 개혁하고 심판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부정부패가 습관화된, 아직도 조직 동원과 금품살포라는 구태를 벗지 못하는 낡은 토호세력을 타파할 수 있도록 바꾸고 개선해야 한다. 지역 특성에 따라 개혁을 위한 새 인물을 수혈할 수 있도록 전략공천을 포함한 과감한 공천룰 변경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공천제를 흑백논리로 재단해 마치 공천 폐지만이 정치개혁인 것처럼 선동하는 세력의 공세에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다. 현역의 기득권만 보호하는 공천룰이라면 국민을 위한 정치, 새정치가 될 순 없다. 적어도 오는 지방선거에서 보여줘야 할 새정치란 여전히 철옹성 안에서 권력을 누리며 썩어가는 지방 기득권 세력을 심판하는 일이다. 지방권력을 개혁하지 않고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비정상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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