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 편집장] 한마디로 ‘유구무언’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박인식 부장판사가 정영하(전 노조위원장)와 이용마(전 홍보국장)등에 대한 MBC의 징계를 모두 무효화시킨 이번 소송 판결문을 본 소감이다. 언론보도에 나온 판결문을 보면 박 판사는 의도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MBC 주장은 배척하고 노조 말만 근거삼아 재판한 듯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한쪽 주장은 철저히 무시하고 한쪽 주장만 일방적으로 들어준 재판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오죽하면 이헌 변호사가 “남부지법의 이번 판결은 객관적이고 법조인의 양심에 따른 판결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정치적인 입장에 따른 양심이 아니냐”고 반문했을 정도다. 더구나 6개월간 파업한답시고 국민의 알권리를 챙기기는커녕 법인카드 영수증이나 빼돌리고 사장 뒷조사를 위해 마치 관광버스 타고 삼천포로 떠나듯 지방에 내려가 온 시장바닥을 훑으며 전단지를 뿌려댔다. 저잣거리 불량배들도 쉽게 하기 힘든 이런 일을 벌인 노조원들에게 재판부는 2천만 원과 1천만 원씩이라는 배상금 판결까지 해줬다.
얼마 전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관이 따라야 할 양심이란, 건전한 상식과 보편적 정의감에 기초한 법관의 직업적 양심을 뜻한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박인식 판사는 과연 그러한 법관의 직업적 양심을 따른 것인가. 혹시 주관적 신념에 따라 결론을 미리 내리고 법리적 해석을 짜맞춘 ‘기교사법’이란 요술방망이를 휘두른 건 아니었나. 하긴 기교사법이라는 말은 과분한 칭찬이 될 수도 있겠다. 판결문의 논리가 워낙 허접하고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기교사법이랄 것도 없다. 단언컨대, 상급심에서 이번 판결은 대부분 뒤집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급심 재판부가 상식을 갖췄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박 판사의 재판부 논리가 하도 어이없다 보니 이런 상상까지 하게 만든다. 어차피 2심에서 뒤집어질 것이니 망신스럽더라도 안전하게 가자는 속셈이 그에게 있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추측 말이다.
박인식 판사가 MBC노조가 가진 집단의 힘, 언론권력의 막강한 힘을 생각했다면 지금보다 훗날을, 법복을 벗고 개업한 이후를 생각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까지 든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막강한 언론권력을 누리는 MBC 기자들과 PD들에게 굳이 밉보여서 득될 게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겠단 얘기다. 너무 나간 얘기 같은가. 판결이 워낙 사람 넋을 빼놓을 정도로 기가 차다보니 자연스레 고개 드는 ‘상상의 가지’ 쯤으로 해두자. 필자는 박 판사의 허접스런 판결 논리에 간단히 반박해보고자 한다. 이런 식의 재판을 한 법원 당사자와 판결 논리에 대해서는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이런 반쪽짜리 판결이 앞으로 KBS, YTN 등 방송사 언론노조 관련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모든 피해는 결국 오롯이 국민과 시청자의 몫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접하고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가득한 판결문
박인식 판사는 “일반 기업과 다른 방송사 등 언론매체는 민주적 기본질서 유지와 발전에 필수적인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공정성의 의무가 있다”면서 “이 의무는 헌법이나 방송법에 규정돼 있어 공정방송의 의무는 기초적인 근로 조건에 해당한다”고 했다. 박 판사에게 묻고 싶다.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게 대체 뭔가? 노조는 현행법에 따라 구성된 방문진에 의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사장으로 임명된 사람을 첫날부터 출근을 못하게 막았다. 박 판사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면 거부한 자들이 도대체 누구라고 생각하나?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박 판사의 시각도 상식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정권에 대한 하늘을 찌르는 적개심”으로 정권타도용 광우병 왜곡 프로그램이나 만드는 것이, 그런 방송을 만들도록 무한자유를 주는 게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나? 자신들이 반대하는 정권이 임명한 사장을 쫓아내기 위해서라면 불법적 행위를 해도 용납될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행위인가?
노조는 사장의 법인카드내역을 불법적으로 유출해 갖은 인신공격과 허위, 왜곡된 사실을 온갖 언론매체에 떠들어댔고 확산시켰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장을 범죄자, 부도덕한 인물의 전형처럼 낙인 찍어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국민 입장에선 정영하와 이용마 등 귀족노조들이 회사 공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노조는 사장이 지출한 밥값의 용처를 국민에게 고발하는 것이 정의인 것처럼 말했지만, 국민 입장에선 그런 귀족노조들이야말로 과연 공금을 합법적으로 쓰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사장 밥값 지불을 놓고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까발리는 게 정의라면 귀족노조의 공금사용처도 낱낱이 까발려야 공정한 게 아닌가.
김재철 전 사장과 정명자씨 가족에게 행한 노조의 막장 행태도 공정한 파업행위?
박인식 판사는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서 방송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도 했다. 기본적으로 옳은 얘기다. 그렇다면 묻자. 노조가 올바른 여론형성을 위해 한 일은 뭔가. 6개월 파업하면서 노조가 한 것이라곤 회사의 물러터진 타협조건 다 거부하고 길거리에 나가 전단지 뿌리고 사장 고향까지 내려가 한 개인의 인격을 조롱하고 짓밟은 것뿐이다. 이게 올바른 여론형성을 위해 한 일인가? 별놈의 파업을 다 봤어도 사장 고향에 쫓아내려가 전단지를 붙이고 지인들까지 파는 게 정당한 파업행위라는 말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무용가 정명자씨 가족을 괴롭히고 뒷조사까지 한 사실은 또 어쩔 것인가?
필자와 폴리뷰 기자들이 취재한 바에 의하면 정명자씨는 노조의 그 같은 행위들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그의 동생 정성남씨는 극도의 우울증으로 고통 받았고 그들의 어머니는 충격에 쓰러졌다. 이런 결과를 낳은 노조의 행위도 정당한 파업 행위란 말인가? MBC 노조는 파업으로 임금을 받지 못할 때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월급을 노조비로 충당할 만큼 고액연봉자들이다. 일반 노동자들은 꿈도 못 꿀 그런 연봉을 받는 자들이 정당한 파업이라고 한 행위들이 이랬다. 자신들은 꿈도 못 꿀 그런 파업을 벌이고도 이런 판결을 받는 것을 보고 서민 노동자들이 느낄 진한 박탈감을 박인식 판사는 생각을 해보기라도 해봤나? 박 판사는 도대체 뭘 보고 재판을 한 것인가?
코미디와 같은 판결 그리고 김종국 사장의 행보
박 판사의 판결의 의미는 노조로부터 어떤 짓을 당해도 회사는 아무런 구제도 받을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이것이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있는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박 판사는 MBC가 언론사라는 이유로 노조에 파업만능이란 황금키를 쥐어줬다. 이게 민주적 기본질서 유지와 발전을 위해 언론의 자유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을 법원이, 박인식 판사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판단이었는지 정말로 묻고 싶다.
김재철 전 사장 잔여 임기를 이어받은 김종국 사장은 그동안 얄팍하게도 MBC노조 눈치를 보다가 이제는 그들에게 배상금까지 지급하게 생겼다. 김 사장은 6개월간 MBC를 마비시켰던 노조원들을 다 원상복귀 시키고 돈까지 지급할 생각인가. 천둥벌거숭이나 다름없는 노조를 법과 원칙을 따르는 정상적 조직으로 개혁하라는 임명한 뜻은 외면하고 MBC 개혁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뒤통수를 쳤던 김 사장이 과연 이번 판결을 빌미로 야당과 언론노조 좌파단체들이 해올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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