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집행부 등 44명에 대한 회사의 징계 조치를 전부 무효화 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박인식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공정방송을 위한 사측의 노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우선 조건으로 사측의 제안을 거부한 노조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특히 “MBC 노조가 파업에 이르게 된 주된 목적은 특정 경영자를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체협약에 정한 공정방송협의회 등을 개최하지 않는 등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영진에 대하여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며 “이 파업은 정당하다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MBC 측의 주장은 이와 전혀 달랐다. MBC의 한 관계자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사는 노조가 파업을 철회할 수 있도록 노조에 공정방송과 관련해 제의한 게 많았다. 그런데도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나가지 않는 한 파업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사실은 특정인 찍어내기를 위한 파업이었는데 재판부는 이 부분은 완전히 무시했다”고 밝혔다.
MBC 측의 주장에 따르면 2012년 4.11 총선 전에도 사측은 공정선거보도협의회 구성을 제안하는 등 다각도의 제안을 노조에 넣는 등 파업철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제안을 모두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단체협약에 정한 공정방송협의회와 관련해 “회사는 공정방송협의회를 일방적으로 거부한 게 아니다. 열자고 했는데 사장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사장이 안 나오면 안 하겠다’고 노조가 거부했던 것”이라며 “공정방송협의회에 반드시 사장이 참석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단체협약에는 어느 한 쪽이 공정방송협의회를 열자고 하면 개최해야 한다. 그러나 반드시 사장이 참여할 필요는 없다. 보도본부장이나 부사장이 참석할 수 있다. 대표는 얼마든지 위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그런데 노조 입장에서는 사장을 소위 ‘조지기 위해’ 불렀는데 사장이 참석안하니까 거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인식 판사, 공정방송 관련 사실 무시해...공정방송 침해 여부 판단을 왜 노조가 하나”
이 관계자는 재판부 판결 논리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그는 “재판부가 44명 전원 원상회복 판결을 내리면서 ‘파업이 정당하다’고 했다”며 “박인식 판사의 논리는 공정방송협의회를 안 하고 노조와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으면 노조가 할 수 있는 수단은 파업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인데, 정말 잘못 봤다”고 했다.
이어 “노조가 파업을 2012년 1월 30일 시작해서 이어질 동안 회사는 뉴스의 신뢰도에 문제 때문에 노조에게 ‘파업철회하고 복귀해라. 선거에 대비해 노사뿐 아니라 사회명망가와 전문가를 아우르는 공정선거보도협의회를 만들자’는 제의까지 했었다”며 “그런데 노조는 ‘김재철이 나가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고 일축하고는 파업을 죽 진행했다. 이런 사실은 판결에 전혀 반영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인식 판사의 주장은 공정방송이란 게 근로조건이고, 그래서 공정방송을 침해했으면 파업을 할 수 있다는 건데,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치자”며 “그런데 공정방송 침해 여부를 왜 노조가 판단하느냐 이거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방송학자, 언론학자 등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왜 이 파업이 6개월까지 갔느냐 이런 부분에 대해선 전혀 고찰하지 않았다”며 “이런 식의 판결이 나올지는 예상도 못했다. 상식을 초월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재판부가 공정방송협의회 개최가 왜 무산될 수밖에 없었는지 과정의 사실과 진실은 모두 배척하고 표면적 결과만을 근거로 판단해 오히려 시청자의 권리는 무시하고 노조의 권리만 강조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단체협약에 공정방송이 있는데 그걸 안했으니 문제라는 것인데, 그걸 가지고 노조를 일방적으로 봐줘야 하는 것인가”라며 “노조는 국민의 알권리까지 무시하고 이걸 가지고 파업을 170일간이나 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회사가 파업을 철회시키기 위해 노력한 부분, 말하자면 ‘돌아와라 용서해줄게’ 이런 건 다 무시했다”며 “노조가 ‘이대로 대선까지 간다’는 이런 일탈 행위에 대해선 하나도 감안하지 않고 오직 한 면만 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방송법에 의해도 회사의 편성권 책임은 방송담당 임원들에게 있다”며 “노조가 견제는 할 수 있지만 노조가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고 파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식은 정말로 잘못됐다”로 덧붙였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