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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교과서 논란, 결국 방송의 문제다

‘교학사 채택율 0%’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 편집국장]“이번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좌파가 얼마나 깊게 뿌리박고 있으며 이들이 얼마나 지독한가를 잘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파의 투쟁은 너무 빈약하다. 겨우 정치권력이나 잡을 생각이외에는 없고, 우파단체들도 주로 경제·시장 이런 국민들이 체감하기 힘든 분야에만 치중되어 있다.”

모 언론학자가 최근의 역사교과서 전쟁을 바라보며 이렇게 개탄했다. 우파가 교과서 전쟁에서 어떻게 손써볼 생각도 못할 정도로 속수무책으로 넉다운 당한 것은, 정치권력이나 좋아하고 피곤하고 힘든 싸움은 피하는 웰빙 취향과 사회·문화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교학사 교과서가 채택률 0%를 찍을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징조는 일찍부터 있었다. 전국 2300여개의 고교에서 고작 20여개의 고교만이 이 교과서를 채택한 사실이다. 교과서 내용이 공개되기도 전인 작년 중순에 “김구는 테러리스트, 유관순은 여자깡패”로 기술했다는 등의 한심한 허위가 교과서 논쟁의 주를 이루고 있을 때부터 이 교과서의 운명도 예고됐던 셈이다.

진보좌파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란 낙인을 무기로 선동하고 투쟁할 동안 보수우파는 그저 넋 놓고 쳐다만 보고 있었다. 일부 언론이 교학사에 대한 부당한 여론몰이를 지적했지만 그것으로는 이미 대중에게 매국 교과서로 인식돼 버린 이 교과서의 운명을 어찌하지 못했다. 공영방송사들은 이런 교학사 교과서 논란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제대로 다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KBS 이사를 지낸 황근 교수가 “이번에 교학사 역사교과서 사태에서 일부 여고생들이 울부짖으면서 역사왜곡 운운하며 저항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충격 받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보수우파들이야말로 충격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뇌송송 구멍탁’에 울부짖던 아이들과 교과서를 왜곡 말라며 울부짖는 아이들 모습의 본질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말이다.

교학사 교과서 퇴출에 지대한 영향 끼친 공영방송의 역할

낯설고 두렵기까지 한 이 아이들의 울부짖음에는 그런 역사관을 대중에게 심는, 그런 공포를 퍼뜨리는 공영방송사 언론노조의 역할을 빼놓을 수가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에 만들어진 ‘인물현대사’, ‘미디어포커스’, ‘한국사회를 말한다’ ‘시사투나잇’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의 특정 정치진영의 도구로 이용됐던 이념성 짙은 프로그램과 ‘송두율 미화’, ‘김현희 가짜 몰이’ 방송 등은 끊이지 않았고, 우리의 현대사는 그렇게 차츰 혼돈에 빠졌다. 이런 현상은 보수우파 정권이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민군가를 만든 공산주의자 정율성을 미화한 다큐멘터리가 대한민국 공영방송을 통해 아무렇지 않게 나가면서 반대로 박정희 대통령을 미화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드라마는 방영이 저지된다.

보수편향이라는 이유로 특정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서 평가받을 기회조차 뺏기고 강제 퇴출당하는 이런 ‘미친 현상’의 배경에는 공영방송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언론노조의 이러한 오랜 투쟁의 ‘노력(?)’이 있다. 보수우파는 그동안 극히 소수의 몇 몇을 제외하곤 그런 공영방송사와 언론노조의 투쟁을 손 놓고 지켜만 봤을 뿐이다. 당장의 정치권력을 얻는 데에만 관심을 보이고, 공영방송사 임원으로 가더라도 적당히 임기만 지키다 나오면 장땡인줄 아는 그런 인사들만 득실거렸다. 공영방송 개혁에 관심을 가져야 할 박근혜 정권도 딱히 전 정권보다 낫다는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된 역사를 아무리 강조해도 방송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한쪽 시각에 무릎이 꺾인 현대사는 똑바로 서기 어렵다.

교학사 퇴출은 왜곡된 현대사와 방송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의 결과

이번 일로 보수우파는 교학사 교과서 사주기 운동을 벌일 참인 듯 하다. 물론 억울한 피해를 당한 출판사를 이런 식으로 돕는 일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그러나 눈앞에서 벌어진 참담하고 허무한 패배의 원인을 냉철히 따져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교학사 교과서를 교육 현장에서 쓰지 못하도록 진보좌파세력은 작년부터 줄기차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각종 유무형의 투쟁과 교육현장에서의 실질적 운동을 벌여왔다. 보수우파가 그동안 한 것이라곤 “그러게 빌미를 주지 않도록 잘 썼어야지”란 까칠한 논평이나 하거나 그저 분풀이식 좌파비판에만 그쳤다.

흠잡을 데 없는 교과서를 만들 책임이 단지 집필자와 출판사에게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특정 진영의 사관만이 정의와 사실인양 돼 있는 왜곡된 현대사 문제에 관심을 갖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있었다면 교학사 채택율 0%란 기괴한 현상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또 그러한 역사인식의 문제는 결국 언론과 방송의 문제이고, 그 중심에는 언론노조가 있다는 점도 이번 기회에 많은 이들이 알아야 한다. 지금도 특정 진영의 시각, 좌파적으로 해석한 현대사가 부지불식간에 전파를 타고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교학사 채택률 0%란 결과가 단지 교과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방송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계속된다면 방송에서도 그 꼴을 볼지 모른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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