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진영 매체들이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고 나선 이철 전 코레일 사장의 방송 출연 취소 건을 이유로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KBS, YTN, 채널A 등 예정된 방송이 석연찮은 이유로 취소됐다는 이유다.
이철 전 사장은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맞고, 이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은 불법이 아니다”는 취지로 노조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사장은 7년 전 코레일 초대 사장을 지내며 2006년 철도노조 파업 때에는 초강경 대응으로 파업참가자 2244명을 직위해제 조치를 한 당사자다. 당시 이 전 사장은 “불법 파업에 협상은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었다. 그랬던 당사자가 입장이 달라졌다고 노조의 불법 파업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좌파진영 매체들은 이런 이철 전 사장의 입장 변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이철 전 사장의 주장을 앞세워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 이철 전 사장의 방송출연 취소 건이 철도노조 파업 정국에서 반정부 여론을 부추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향신문은 사설로까지 싣고 적극적으로 선동에 나섰다. 경향은 27일 ‘건전한 토론 봉쇄해선 철도파업 여론 못 잡는다’ 제목의 사설에서 “몇 방송사들이 철도파업에 대한 토론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철 전 코레일 사장의 출연을 급작스럽게 바꿨다고 한다”며 “이 전 사장은 ‘국토교통부의 수서발 KTX 별도법인 설립에 반대하고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출연하도록 돼 있었던 KBS·YTN·채널A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엊그제 밝혔다”고 적었다.
사설은 이어 “KBS 등 방송사들은 이에 대해 상황이 변해 주제를 수정하면서 패널을 바꾼 것이라거나, 한쪽 주장만 할 인사를 제외시켰다는 등의 이유를 대는 모양이나 설득력이 적다”며 “그보다는 이 전 사장이 철도파업 초기부터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자체가 민영화라며 대화를 거부하는 정부 입장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정홍원 총리는 24일 ‘파업의 부당성 등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런 일방적 홍보가 효과를 거둘지 심히 의문이다. 여론을 움직이려면 진지하고 열려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철도파업같이 전 국민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제일수록 치열한 사회적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 토론에서는 의당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도 개진돼야 한다. 그게 민주사회의 토론문화다. 국민을 단지 여론몰이 대상으로나 여겨서는 절대 설득이 안된다.”며 “국민은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다. 그런데도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 귀족노조의 이기주의’라는 식의 앵무새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힐난했다.
“방송사들의 출연 취소 통보는 빈번한 일, 외압 의혹 제기한 본심부터 털어놔야”
경향신문은 방송사들의 취소 사유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출연이 예정됐던 인사들의 방송을 갑작스럽게 취소하는 일은 흔한 일로 여겨진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개인적으로 방송 출연 몇 시간 전에 취소가 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뿐 아니라 다른 많은 평론가들이나 출연자들이 지금도 본인은 별로 납득하기 힘든 여러 이유로 예정된 방송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며 “그렇다고 그것을 무슨 외압을 받았다는 식으로 주장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 사무총장은 “이철 전 사장은 방송이 취소됐다고 무슨 입막이라는 둥, 외압이라는 둥 헛소리를 늘어놓을 게 아니라,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한 입으로 두말하는 본인의 가벼운 처신부터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기 바란다”며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자체가 민영화라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는 것은 혹시 화려한 정치재개를 위한 교언영색은 아닌지 본심부터 털어놓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자체가 민영화’ 논리도 궤변, 하태경 “그릇된 정보로 선동 그만둬야”
실제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자체가 민영화’라는 이철 전 사장의 주장은 사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사장은 지난 18일 SBS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의 입장은 정말 억지”라며 “자회사의 59%를 연기금을 주로 하는 외부자본으로 투자하겠다는 게 민영화가 아니라니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이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를 받는 그런 기관이면 이건 민영화”라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CBS의 한 라디오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들어오면 그건 민영화”라며 “공적 운영,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운영을 하자 하는 어떤 합의와 그런 체계를 갖추면 그건 공사 또는 공익을 목표로 하는 운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코레일은 수서발 KTX 자회사 지분구조를 코레일 41%, 공공자금 59%로 정했고, 또한 공공부문 지분은 민간에 매각하지 못하도록 장치해두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이철 전 사장의 주장에 “엉터리 소신발언”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하 의원은 “이 전 사장의 말은 ‘순수하게 정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상법상 주식회사가 아니어야만 공기업이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 민영화’라는 뜻”이라며 “이 전 사장의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 전 사장의 말대로 이익을 목적으로 외부자본의 투자를 받으면 민영화된 기업이라면, 지금 대한민국 공기업 중에 민영화가 되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오히려 간단치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전력공사 등 우리 공기업과 독일철도공사의 예를 들고 “순수하게 정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상법상 주식회사가 아니어야만 공기업이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 민영화라는 논리는 한마디로 엉터리”라며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도 극심한 철도운영 부실을 경험한 후 운영 경쟁을 통해 만성적 운영적자를 해소하고 운영비 절감과 요금인하의 효과를 보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그릇된 정보로 선동을 하는 듯한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며 “(이 전 사장은) 지금이라도 선동을 중단하고 철도 운행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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