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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일 이사 사퇴, MBC에는 과연 어떤 나비효과가?

방문진 이사회 여야 구조 정상화 가능성 커져, 김종국 사장 오판 우려도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김충일 이사가 중도 사퇴한 가운데 이사회의 이 같은 변화가 MBC에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방문진 사무처는 김 이사의 사퇴로 결원이 발생해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궐 이사 선임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방문진 측은 “절차는 완료됐다. 방통위에서 곧 후속 조치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형식상 여야 6대 3 구조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여야가 4대 5 구조라는 평가가 많다. 여당이 추천한 2명의 이사가 야당 추천 이사들과 뜻을 같이하거나 MBC 개혁 문제에 대해 여당 추천 이사들과는 관점과 사고가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퇴한 김충일 이사와 김용철 이사는 작년 MBC 파업 정국에서 언론노조 MBC본부와 정면 맞대응했던 김재철 전 사장 해임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사실상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들은 지난 3월 26일 방문진 임시이사회를 통해 다른 여권 이사들과 달리 김재철 전 사장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김 전 사장은 찬성 5표, 반대 4표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해임됐다.

김충일 이사의 중도 사퇴가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이러한 방문진 이사회의 여야 구도에 변화를 가져와 최소한 5대 4로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언론중립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사건건 야권에 편향된 인물을 추천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작년 MBC 파업사태나 극단으로 치닫던 노사 갈등에도 방문진 이사회의 불안한 구조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노조가 작년 극단적 장기 파업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정권교체의 가능성과 더불어 여야가 역전된 방문진 이사 구조에서도 큰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문진 이사진에 불가피한 변화, 김종국 사장의 행보에도 영향

방문진 이사회가 안정화되면 MBC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임을 노리는 김종국 사장 역시 방문진 이사회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된다. 기존 방문진 이사회 구조 아래에서는 야권이나 언론노조 MBC본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지만, 여권 추천 이사들이 강화된다면 노조의 눈치만 보거나 오락가락하는 행보로는 연임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종국 사장의 연말 연초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달 권재홍, 배현진 앵커를 하차시키고 언론노조 소속 기자와 아나운서들로 뉴스데스크를 전면 물갈이 한 바 있다. 작년 노조 파업으로 파행을 빚을 때 MBC를 지켰던 이들을 아무런 대안 없이 끌어내렸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뉴스데스크 시청률을 핑계로 댄 개편이었지만, 이후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오히려 더 떨어지거나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5.3%를 기록, 파업 당시에 보였던 처참한 수준으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방문진 이사진 구성에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 사장이 앞으로도 MBC본부 노조에 기운 듯한 행보를 계속할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김 사장이 역으로 방문진 야권 측에 호소하는 행보를 강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MBC본부와 유화적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김재철 전 사장과 달리 자신은 노조와의 마찰을 피하고 MBC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할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의외로 여권 측에도 먹힐 수 있는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가 작년 막장까지 간 파업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골치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오판한 게 바로 그러한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다. MBC가 문제만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적당주의, 무사안일주의가 방문진의 비정상적 구조를 낳았고, 그런 구조 때문에 MBC 노조가 오판하고 사태를 극단적으로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이라며 “새로운 방문진 이사는 언론과 방송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원칙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국 사장 오판할 경우, MBC 사장 선임 공청회 요구 등 개혁 목소리가 더욱 탄력 받을 듯

연임을 노리는 김 사장이 잘못된 판단을 할 경우 MBC의 보도는 향후 노조의 입맛에 맞게 방향을 전면적으로 틀 가능성이 높다. 때마침 언론노조 기관지 미디어오늘은 지난 4일 'MBC 편파 논란, 그 중심엔 '김장겸'과 국회·법조팀이 있다' 제목으로 MBC 김장겸 보도국장을 비롯해 언론노조 반대 측 인물들을 맹비판하는 기사를 내놨다.

권재홍, 배현진 앵커의 하차가 미디어오늘이 주도한 반대 여론 속에서 김 사장이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서, 미디어오늘의 이 기사는 의미가 적지 않다. 김장겸 보도국장을 비롯해 작년 MBC본부의 파업으로 빈자리를 채웠던 다른 기자들을 이 시점에서 비난하는 기사를 낸 것은 김종국 사장에게 MBC 보도국 물갈이를 압박하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김충일 이사의 사퇴로 인한 방문진 이사회 변화를 사전에 감지한 언론노조 측의 정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이 그 덫에 걸려 권재홍, 배현진 앵커 하차와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김 사장이 현실적으로 얻을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안정화된 방문진의 MBC 관리감독 강화와 견제로 연임의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 또한 MBC 사장 선임 공청회를 요구하는 우파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도 보인다. 김 사장의 노조 편향 행보가 그러한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명분과 힘을 실어주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방문진 김충일 이사의 중도 사퇴 소식은 연임을 위해 달려가는 김종국 사장에게 커다란 압박과 동시에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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