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 정치 추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통해 신당창당을 공식화하면서 야권이 민주당과 안철수당의 본격 경쟁체제로 접어들었다.
안 의원은 이날 “현 정치상황에 무한책임을 느끼며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며 “이런 반성의 바탕 위에서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자신이 창당 작업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날 창당 시기나 참여인사 등 구체적 제시 없이 여야 정당을 비판하는 내용과 새정치에 대한 의지만을 밝힘으로써 기존 이벤트성 입장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의 리더십과 정치지향점이 여전히 모호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 역시 이러한 한계점을 안고 출발한 안철수식 정치에 의문을 나타내고 동시에 신당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안철수 신당의 ‘실천력’의 문제에 방점을 찍었다. 안 의원이 줄곧 보여준 언어 정치의 모호성을 극복하고 과연 현실정치에서 구체화하는 실천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취지의 충고를 내놨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이와 함께 야권분열을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배 이상 앞서고 있는 안철수 신당의 높은 지지율이 궁극적으로 야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주요 관심사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경향신문은 안철수 신당의 정체성 문제를 강조했고, 한겨레신문은 야권분열 문제에 방점을 찍었다. 경향은 기존 정치와 다른 안철수식 정치의 구체화를 강조하면서 우려보다는 기대감을, 한겨레는 신당 출연이 야권 공멸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모양새로 기대감보다 우려에 무게추가 기운 모습이었다.
모호한 안철수 신당 일단 지켜보겠다는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29일 사설 <안철수신당,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에서 먼저 지난 대선에 과정에서 보여준 안 의원 행보에 실망감을 나타내면서도 “그러나 이것만을 근거로 그의 한계를 논하거나 예단해서는 안된다. 시민들이 그에 대한 기대감을 다 접은 것은 아니”라며 “과거 제3의 인물과 달리 그는 선거 이후 사라지지 않았고, 특히 야권 내에서는 여전히 대안적 정치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낡은 정치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는 여전한 욕구에도 불구하고 기성 정당이 이를 실천할 것이라는 믿음이 그리 높지 않기에 그에 대한 미련도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망과 기대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안 의원이 직면한 과제는 ‘안철수 현상’의 거품을 걷어내고 자기 실체를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지지세력을 모으고 명실상부한 정치적 주체로 탄생하는 것”이라며 “유감스럽게도 아직 새 정치의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창당 과정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당 이념을 제시해야 한다. 이미 정당이 있는데 왜 새로운 정당이 필요한지를 그 이념에 담지 않으면 신당은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더 나아가 안철수 신당이 “여야, 진보·보수를 넘는다는 막연한 주장으로는 충분치 않다. 자기 색깔 혹은 정체성을 잘 정의해야 한다”면서 “그 바탕 위에서만 함께할 세력도 형성될 수 있다. 결국 정당은 뜻을 함께하는 인물들을 통해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인물이 곧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의 역동성 때문에 신당의 앞날을 함부로 점칠 수는 없다”면서 “그것은 안 의원이 감당해야 할 모험이기도 하고 한국 정치 앞에 놓인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안 의원의 신당 추진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이 안철수 신당의 성공을 위한 조건들을 강조한 반면 한겨레는 실패의 가능성을 좀 더 언급한 편이었다. 또한 안철수 신당 역시 기존 야권연대의 한축으로의 한계를 명확히 하는 모습도 보였다. 안철수식 새정치가 여야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언급했다기보다 신당이 기존 야권정치와 무관치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겨레가 경향보다는 기존 야권연대라는 정치공학적 계산에 더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창당하겠다는 데 ‘실패’부터 언급한 한겨레, ‘안철수 정치’ 민주당보다 강경해야 성공한다?
한겨레는 사설 <안철수 신당의 성공 조건>에서 “안 의원의 정치실험은 이제 ‘추상’에서 ‘구상’의 세계로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을 의미한다”면서 “그동안 실체도 없는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당의 모습이 구체화될수록 더욱 상승세를 탈 수 있다. 그렇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 현실정치”라고 적었다. 안철수 신당의 부정적 가능성부터 언급한 셈이다.
사설은 또 “우선 신당 추진세력은 국가가 당면한 과제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해법 제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새로운 해석과 해법 제시는 현재 당면한 정치적 쟁점에서도 나타나야 한다. 지금 여야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공안통치, 종북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현안을 둘러싼 대치정국을 싸잡아 구태정치라고만 꾸짖을 게 아니라 새로운 해결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 안 의원도 찬성한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특검 도입 요구를 여권이 들은 척도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당면한 정치현안들을 믿음직스럽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야만 안 의원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관념적·공상적이라는 비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민주당 등 야권이 풀지 못한 국정원 사건을 안 의원이 나서 화끈하게 해결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이 같은 지적은 안 의원으로 하여금 민주당보다 여당을 더욱 강경하게 몰아붙이라는 충고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겨레는 안철수 신당이 기존 야권 정치세력의 영향으로부터 뛰어넘을 수 없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사설은 “안철수 신당을 흔히 제3지대 정당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렇게 보기 어렵다”면서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굳어진 안 의원의 정치적 좌표나 신당 지지자들의 분포 등을 볼 때 신당은 제2지대에 더 많이 걸쳐 있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신당 추진이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 실망감의 증폭과 궤를 같이하는 것도 이를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신당이 여야를 뛰어넘는 새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한겨레는 나서서 신당이 야권 정치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고 몰아붙인 셈이다.
한겨레는 그러면서 “안 의원 쪽은 신당 건설이 야권 분열이 아니라 새로운 야당 건설을 위한 진화 모델이라고 말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신당이 각자 국민적 평가를 받아본 뒤 열린 자세로 야권 재편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면서 “하지만 막상 민주당과 신당의 ‘공동참패’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후폭풍은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대비책을 지금부터 차분히 마련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한겨레는 새 정치를 모토로 신당 창당에 나선 안철수 의원을 향해 기존 야권에 부담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경고부터 하고 나선 셈이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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