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헐뜯기와 문제 제기를 통해 MBC 뉴스데스크의 얼굴을 권재홍-배현진에서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이성주) 소속의 박상권-김소영으로 갈아치우는데 성공한 MBC본부 노조가 예상대로 다음 목표로 MBC 뉴스데스크 보도책임자인 김장겸 보도국장을 겨냥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위원장 김병헌, 이하 민실위)는 19일 보고서를 통해 몇 몇 사례를 들어 MBC 뉴스가 편파보도로 관제방송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트집을 잡았다.
그 예로 지난 15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도하면서 KBS, SBS와 달리 MBC만이 ▲참여정부가 대화록을 고의로 폐기했다고 단정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이 추가로 있다는 듯한 인상을 주며 ▲대화록 내용을 은폐하기 위해 대화록을 폐기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민실위는 SBS의 두 번째, KBS의 세 번째 리포트 제목이 각각 [‘NLL 포기’는 盧 아닌 ‘김정일 발언’] 과 [“‘NLL 포기’ 발언자는 김정일”]이었다고 강조하면서 MBC만이 여권 측에 유리한 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실위는 조명균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을 삭제했다는 진술을 갑자기 뒤엎은 이유, 모든 책임을 지겠다던 문재인 의원을 이번 사건의 책임론에서 제외하고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검찰의 납득하기 힘든 태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NLL 포기 발언 당사자는 김정일이지만 이에 노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등 여전히 포기 의혹을 남긴 점에 대해서도 MBC가 적극 취재, 보도하지 않은 점은 간과하고 야권에 유리한 리포트 제목을 달았던 타 방송사와 비교했다. 이 같은 태도는 민주당 등 야권의 시각과 동일한 것으로, 야당의 시각에서 뉴스데스크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는 셈. 처음부터 끝까지 한쪽 시각으로 비판을 이어간 민실위의 주장 역시 공정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민실위는 또한 문재인 의원과 김무성 의원 보도에 있어서도 뉴스데스크가 여권을 편들었다면서 구체적으로 비판을 이어갔다. 또한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의 사표 논란에 대해서도 “MBC 보도에서 정권에 부담이 되는 ‘항명’, ‘파동’, ‘혼란’ 등의 핵심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고, 서청원 전 대표 공천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SBS는 서청원 후보의 이런 과거와 의혹을 지적했다. 하지만 MBC 보도에서는 서청원 후보에게 흠이 될 만한 키워드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은 다른 방향에서 해석하면 뉴스데스크가 결국 정권과 여당에 불리한 보도만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민실위는 이러한 비판과 방송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MBC가 정권의 입맛대로 나팔을 부는 관제언론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실위는 이 같은 비판들을 늘어놓은 이유에 대해 ‘본심’을 드러냈다. 김장겸 보도국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민실위는 “오는 23일이면 보도국장이 취임한 지 6개월이 된다”며 “보도국장이 이끈 그 기간 동안 나온 MBC뉴스에 대한 평가들을 보자”고 언급했다.
김장겸 보도국장 겨냥한 민실위 보고서, 김종국 사장 흔들릴까?
민실위는 이어 △ 우리나라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시사저널 여론조사(9월 18일 발표)에서 MBC의 영향력 신뢰도는 4위, 열독률은 8위까지 떨어짐 △ 현직기자 304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기자협회 여론조사(8월 14일 발표)에서 MBC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0%대로 추락 △ 시청자 14,4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시청자 만족도 평가지수 조사(9월 16일 발표)에서 MBC는 공중파 가운데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았고, 특히 공정성과 신뢰성 지수에서 타사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최하위를 기록 △ 언론학 교수들과 언론인으로 구성된 방송학회 회원 129명의 여론조사(11월 9일 발표)에서도 MBC뉴스는 치명적인 경고 받음 등 최근 MBC에 대한 각종 부정적 지표를 들면서 “이제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MBC뉴스의 신뢰성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장겸 보도국장을 퇴진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실위의 이 같은 보고서는 지난 8월 9일 이후 약 3개월이 지나 나온 것이다. 한동안 주춤하던 보고서를 다시 내고 모든 책임을 보도국장에게 돌리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것은 노조의 눈엣가시였던 권재홍-배현진 앵커가 물러나자 김종국 사장에게 김장겸 보도국장 퇴진 압박을 넣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MBC 뉴스데스크의 부진은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PD수첩 등 좌편향 방송으로 많은 국민에게 외면당하다가 노조가 작년 총파업을 하면서 자멸하는 과정에서 여·야 지지층 일부가 동시에 외면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SBS에 큰 차이로 뒤지는 것도 아니다. 시청률 지표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가 정말로 문제가 심각해 최악이었다면 지금의 시청률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결국 MBC 신뢰도와 이미지 등에 큰 악영향을 끼친 것은 작년 노조의 총파업의 영향이 컸다”며 “노조의 총파업으로 인해 MBC가 각종 대외적 지표가 떨어지니 MBC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실위가 MBC 위상회복을 바란다면 얄팍한 언론플레이나 할 게 아니라 작년 파업에 대해 총체적 반성과 각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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