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방송문화진흥회 국감장에서 야당과 함께 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비판 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과 함께 김문환 이사장의 태도 등을 지적하며 MBC 부실관리를 호통 친 이들이 정작 작년 6개월 지속됐던 MBC 파업사태에선 사실상 수수방관했던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김문환 이사장은 이날 민주당 임수경, 유승희, 노웅래 의원 등의 MBC 노조 관련 질문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일부 답변과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노조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침묵과 양비론, 우유부단한 행태를 보여 왔던 새누리당 의원들보다는 훨씬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이사장은 “MBC 노보를 본 적이 있느냐”는 임수경 의원의 질문에 “MBC 노보는 80%는 거짓말이라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발언은 임 의원이 MBC 노조가 지난 7일자 노보에 김 이사장과 관련해 “취임 이후 역대 최고의 구악이다”, “오만하고 전횡을 휘두른다”고 평가한 것을 알고 있느냐고 임 의원이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에 김 이사장은 “진실이라면 참고를 하겠지만 (노보는) 작은 사실 하나를 갖고 침소봉대를 한다”며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희·노웅래 의원 등이 “노보 내용의 80%가 거짓이라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나”라고 추궁하자 김 이사장은 “제 주관적 판단”이라고 다시 답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꼬투리잡기 식 질문이 이어지고 김 이사장이 노조와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거들고 나선 이가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방금 그 말이 진심이냐”며 “노조에 마음이 닫힌 김 이사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노조의 주장이 틀렸더라도 대화를 통해 설명하고 시정하면 된다, 그런 태도로 과연 MBC를 관리·감독할 수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추궁에 김 이사장은 “그 부분은 잘못했다, 시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김 이사장의 답변과 준비부족이 야당의 불만을 사자 새누리당 의원들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한선교 미방위원장은 몇 차례 주의를 줬고, 권은희 의원도 “국감 준비를 철저히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문진 국감에서는 새누리당 내에서 비교적 언론노조의 문제점을 잘 알고 지적해왔던 조해진 의원도 김종국 MBC 사장이 단체협약을 거부했다는 이성주 노조위원장의 교묘한 답변에 “단협 자체를 할 수 없다는 발언은 적절하지 않고 노동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방문진 국감 풍경에 대해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김문환 이사장의 국감 답변태도가 바람직한 건 아니다. 준비소홀이 역력했다”고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MBC에 간섭하고 노조의 역성을 들며 정부여당과 MBC 사측을 공격하는데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줄곧 나몰라라 수수방관했다. 야당은 공영방송에 끊임없는 간섭을 하는데 새누리당은 그저 옆집 불구경 하듯 넋 놓고 있는 게 과연 공영방송에 개입하지 않는 것인지, 과연 중립을 지키는 태도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히 노조와 대화하고 시정하면 된다는 이상일 의원은 도대체 MBC 노조에 대해, 작년 파업사태의 본질과 경과에 대해 뭘 알고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MBC 파업사태를 키운 데에는 새누리당의 무책임과 수수방관 역시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새누리당이 김문환 이사장을 비판할 자격은 없다고 본다”고 일갈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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