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른 대선불복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의원까지 논란의 한 가운데에 뛰어들자 이번에는 한겨레신문이 ‘대선무효’ 및 ‘대통령 탄핵’까지 들고 나왔다.
이는 경향신문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야권은 대선이 무효라거나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대선불복’과 관련해 야권 내부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이 두 갈래의 방향으로 의견이 나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을 비롯해 “민주주의 기초인 선거의 공정성을 유린한 국정원의 선거개입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단죄해서 다시는 유사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란 의견을 가진 한 갈래와, “유권자의 가장 큰 관심은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선거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지금까지 특별수사팀이 밝힌 사실만으로도 무효 논란이 일 만하다”며 사실상 대선무효 등을 주장하는 또 한 갈래를 의미한다.
한겨레신문은 더 나아가 “대선 부정을 은폐·조작하는 모든 짓들은 ‘대통령 탄핵’ 사항”이라며 급기야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했다. 24일 한겨레신문 대기자인 곽병찬 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서다.
이날 곽 위원은 <본질은 ‘불복’이 아니라 ‘무효’ 여부>란 제목의 칼럼에서 ‘대선불복’ 질문에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워하는 민주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는 대선불복으로 비칠까 두려워 말라며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한 정세균 전 대표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곽 위원은 “또 ‘대선 불복’이냐고 따진다. 지겹다.”면서 “기이한 것은 그 앞에서 잔뜩 움츠러드는 민주당이다. 김한길 대표는 엊그제 한국방송에서, ‘불복하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아니다’라고 서둘러 발뺌했다. 그저 ‘관권 개입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분명하게 해놓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설훈(“선거 결과 승복 여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정세균(“선거 불복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의원 같은 이들이 있지만, 민주당은 ‘불복’이란 도깨비만 나오면 혼비백산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복’ 논란은 주술”이라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의 역풍으로 옛 민주당과 한나라당(새누리당의 모체)이 참패했던 경험을 이용해, 야당을 겁박하는 허깨비다. 그러나 탄핵소추 사태와 국정원 사건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새누리당 향해 “‘대통령 탄핵’ 사항” 거론하며 협박한 한겨레신문
곽 위원은 그 이유에 대해 노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가 공무원 선거중립의무 위반으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문제는 “자신의 선택이 정치권에 의해 부정당한 유권자들은 투표로써 이들을 심판”한 것이고, 반면 국정원 사건은 국가기관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위한 불법선거운동의 수족 노릇을 했기 때문에 이는 “유권자의 주권 행사를 왜곡시켰다. 직접적인 피해자는 바로 유권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복 문제도 사실 이를 판단할 주체는 유권자다. 국정원의 부정선거로 덕을 본 새누리당이 아니”라며 “그들이 지금 바라는 것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고, 사법부가 범죄의 경중을 정확하게 판단해주는 일이다. 그럼에도 가해자 입장에서 불복 문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은 유권자를 침묵하는 양떼, 바보로 간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야당도 문제다. 다음 선거에서 역풍만을 우려해, 이처럼 중대한 공익(국민주권)의 침해 앞에서 주춤거린다면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곽 위원의 이와 같은 주장은 즉, 탄핵소추 사건과 국정원 사건 모두 유권자가 피해자이고 유권자가 심판할 문제이기 때문에 야당이 국정원 사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유권자의 피해 구제를 막는 셈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결국 민주당이 대선불복 비판에 움츠려들게 아니라 앞장서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음을 얘기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라면 국정원 사건의 종착역은 대선무효나 대통령탄핵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게 된다.
‘대통령 탄핵’ 협박한 한겨레신문과 친노세력이 야권 주도할 경우 ‘대선무효·대통령 하야·탄핵 정국’의 대혼란 속으로 빠질 가능성도
이어 곽 위원은 “유권자의 가장 큰 관심은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선거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지금까지 특별수사팀이 밝힌 사실만으로도 무효 논란이 일 만하다”면서 여권도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며 “국정원 심리전단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 조작을 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시킨 사실, 십알단 등 새누리당 선거 외곽조직과의 연계 속에서 활동했다는 의혹 등을 들어, 총체적인 선거 부정이요 따라서 선거 무효라는 주장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다짜고짜 ‘불복’이란 부적을 들이댈 게 아니라, 엄정한 수사와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도리”라며 “이 사건의 피해자이자, 사실상의 원고인 유권자들도 이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곽 위원은 “그럼에도 이 정권이 불복 논란을 거듭 제기하는 건 사건을 아예 무효화하고 싶은 의도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국정원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하고, 물타기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면서 “경찰의 수사 왜곡과 축소 조작 발표, ‘엔엘엘’ 물타기, 검찰총장 찍어내기, 축소 수사 압력과 수사팀장 찍어내기 그리고 지금의 수사팀 감찰 등. 돌아보면 이 정권이 출범 후 한 일이라곤 대선 공약 폐기와 국정원 사건 은폐 조작이 전부인 것 같은 생각이 들 지경”이라고 여당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마지막으로 곽 위원은 “그러나 유념할 게 있다. ‘불복’ 주장으로 당장 재미 보는 것 같지만 실은 재앙을 자초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대선 부정을 은폐·조작하는 모든 짓들은 ‘대통령 탄핵’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을 향해서는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도리라면서 정작 곽 위원 본인은 재판부의 판단과 상관없이 작년 대선에 대해 총체적 부정선거로 규정짓고, 현 정부를 부정선거 은폐조작 집단으로 몰아 대통령 탄핵감이라고 몰아 부친 셈이다.
곽병찬 위원은 한겨레신문을 대표하는 기자로서 이번 칼럼이 이 신문사의 입장으로 봐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선무효는 아니다’는 경향신문 측과 ‘대선무효 및 대통령 탄핵’의 문제를 꺼낸 한겨레신문 측으로 갈린 좌파진영이 대선불복 문제와 관련해 향후 과연 어떤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할지 주목된다.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만일 친노세력의 입장을 대변한 듯 보이는 한겨레신문의 주장대로 좌파진영의 입장이 ‘대선무효’ ‘대통령 탄핵’으로 모아진다면, 정국은 친노세력이 주도하는 대선무효, 박근혜 대통령 탄핵 혹은 하야정국으로 급속히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