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혼외 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보도에 채동욱 검찰총장이 정정 보도를 요구하며 “유전자 검사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힌 가운데 조선일보는 채 총장이 시간을 끌어 정치적 사건으로 판을 키워 물타기 하려는 전략에 들어갔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0일 기사를 통해 채 총장이 이 같은 대응방침을 밝힌 데 대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면서 채 총장의 ‘꼼수’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법조계에선 채 총장의 '유전자 검사 카드'가 대외적인 선전 효과는 클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시간 끌기라는 견해가 많다”며 “채 총장이 정정보도를 요구하려면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게 먼저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중재법에는 보도가 허위임을 전제로 정정보도를 청구할 경우에는 보도의 허위성을 적극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청구인에게 있다고 돼 있다”면서 “한 언론법 전공 교수는 ‘기사의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 허위라는 점을 입증할 근거는 무엇인지를 먼저 밝히지 않은 채 정정보도만 요구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채 총장 말대로 언론중재위를 거쳐 법원 소송까지 갈 경우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이르면 1년 늦으면 몇년이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이 점을 잘 아는 채 총장이 이번 사건을 장기화시켜 시간을 벌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특히 정치권의 지원을 받아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소송의 핵심인 유전자 검사는 당사자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친자 확인소송이라면 법원이 당사자에게 유전자 감식을 하도록 강제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보도의 사실 관계를 다투는 민사소송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인들의 해석이다. 또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들 채군의 법적 대리인이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면 실질적으로 강제할 방법도 없다.”고 설명했다.
즉, 채 총장이 절차상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과 민사 소송에서 유전자 감식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 등 때문에 현실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점을 이용해 개인사를 검찰 전체의 문제로 가져가 대응하려한다는 점을 지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개인사 문제를 ‘검찰 흔들기’로 끌고 가려는 채 총장의 대응 전략이 꼭 긍정적인 효과만을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채 총장이 사생활 논란을 정치적 사건으로 판을 키우면서 야당과 좌파진영의 지지는 끌어냈지만, 검찰 역시 ‘정치 검찰’ 논란 한 복판으로 스스로 걸어들어 간 셈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채 총장이 검찰을 사적 용도로 악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검찰 역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총장 체제가 장기적으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요구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이라는 3단계를 밟겠다고 대검을 통해 채 총장이 입장을 밝힌 점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면서 “왜 公조직인 검찰이 나서서 개인의 私的 문제에 개입하나?”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조 대표는 “채동욱 씨는 개인의 私的(사적) 문제에 검찰이란 공조직을 끌어들이는 모양새”라며 “검찰은 개인 채동욱의 변호사도 흥신소도 아니다. 국가와 국민의 法益(법익)을 수호하여야 하는 기관이지 개인의 私益을 지켜주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만약 검찰이 집단적으로 채동욱 편을 들었다가 婚外者의 존재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검찰은 어떻게 되나?”라며 “우두머리의 거짓말을 덮기 위하여 권력을 남용한 조직이 된다. 그 길로 대한민국 검찰은 죽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혼외 아들 의혹으로 거짓말 논란,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채동욱 총장이 검찰 전체를 끌어들임으로써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큰 손상을 입힌 꼴이 됐다”며 “도덕성과 신뢰에 금이 간 검찰의 국정원 수사가 정당한가, 믿을 수 있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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