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노영방송(勞營放送)’의 오명을 얻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됐던 단체협약을 손볼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MBC는 최근 ‘공정방송’ 관련 조항을 일부 삭제한 단협안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측에 제안했다.
최근 단체협상 체결을 위해 실무협의에 나선 MBC는 지난 23일 노조 측에 기존의 공정방송 실현과 관련된 단협 전문 및 조항 일부를 뺀 새로운 단체협약안을 제안했다. 지난해 11월 만료된 뒤 김재철 전 사장이 단협안 갱신을 거부하면서 이어져 온 무단협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김종국 사장이 나선 것이다.
MBC는 근로조건이 아닌 회사의 경영, 인사권과 관련된 공정방송 부분을 단체협약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노영방송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MBC 본부가 28일 발간한 노보에 따르면 사측은 “자율적인 민주언론의 실현과 근로조건의 개선 나아가 방송문화의 발전을 기하고자 본 협약을 체결하며”라는 기존 단체협약 전문 가운데 ‘자율적인 민주언론의 실현과’이란 문구를 뺐다.
또 “회사와 조합은 국민의 알권리의 충족과 문화수준의 질적 향상을 위한 공정방송 실현에 최선을 다 한다”는 기존 단협 20조 조항도 ‘회사와 조합은’이라는 문구는 뺀 ‘회사는’으로 수정했다.
이는 기존에 노사 간 맺은 단체협약안이 노조의 정당한 권리보장 차원을 넘어 노조가 회사 경영과 인사권에 개입하고 과도한 정치투쟁에 빠지는 근거로 작용했다는 사측의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실례로 지난 MBC 본부의 6개월 장기 파업은 기존 단체협약안의 공정방송 부분을 빌미로 해서 시작됐다. 때문에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담은 비정상적인 단체협약으로 혹독한 파업 후유증을 겪은 MBC가 근본적 해결을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MBC 본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MBC 본부는 “‘자율적인 민주언론의 실현’이라는 보편타당한 목표는 사라졌으며, 노동조합을 더 이상 ‘공정방송’을 논하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저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보충협약은 논의조차 하지 않으려 하고, 그동안 사측의 엇나감을 바로잡는데 미력이나마 견제 역할을 했던 공정방송협의회(공방협)는 아예 없앨 태세”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사측은 프로그램 개편에 관한 정책과 내용을 노조에 보고하고 주요 인사이동 시 노조와의 사전 협의한다는 기존 단협안 조항도 수정했다.
사측은 이 같은 단협안과 함께 임금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성과보상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단협안에 “본 협약서 이전에 회사와 조합이 맺은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에 의해 합의된 상여지급과 관련된 사항은 모두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종국 사장은 지난 26일 국·부장급 확대간부회의에서 “기여도에 따라 성과급 차등 폭이 크도록 고쳐나가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보상제도는 부장급 대상으로 △개인 인센티브 강화 △개인평가에 따른 기본급 차등 책정 △조직성과 평가제도 등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MBC 본부는 “회사의 근간인 임금체계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평가를 전제로 해야 하지만 지금 현실에서 성과급제가 추진된다면 이는 회사에 만연한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배제주의’가 등급 부여를 넘어 급여 차별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맹 반발했다.
한편 MBC 홍보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단체협약 내용에 대해서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뷰 취재팀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