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4대강 ‘정치 감사’ 논란에 이어 환경부 장관의 ‘녹조 방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환경부 실·국장과 지방환경청장 등 간부들을 모아 회의하는 자리에서 "낙동강 녹조도 예방 쪽이 아니라 충분히 문제가 부각될 때까지 BAU(Business As Usual·인위적 조작 없이 평상시대로) 상태를 유지하라"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윤 장관은 "(4대강 녹조 문제는) '변곡점'을 넘지 않는 상태까지 간 다음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처럼 대응해야 환경부가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만약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모든 게 다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BAU 상태로 4대강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윤 장관은 또 "낙동강 녹조도 예방 쪽으로 가게 되면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낙동강 녹조도 예방 쪽이 아니고 BAU 상태로 가서 충분히 문제가 부각되고 난 다음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환경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환경부 장관이 수돗물 안전 등 국민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녹조 문제를 상태가 더 심각해질 때까지 사실상 손 놓고 있으라고 담당 부서에 지시한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며 “윤 장관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덮으려고 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녹조 문제까지 그대로 지켜보라고 한 발언이 알려지기는 처음이다. 녹조가 크게 확산하면 유해 남조류로 인해 조류 독성과 악취 물질이 생겨 수돗물 안전에도 비상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최근 낙동강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녹조 현상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가중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언론사 부장단 간담회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전 정부의 짐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 지금 있는 문제들을 이른 시일 내에 다 드러내 밝히고, 박근혜 정부의 어젠다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환경부 장관이 정치적 판단을 내리고 국민 건강과 직결된 수질관리의 책임을 사실상 방기하겠다고 선포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박모씨는 “녹조는 과거에도 있었고 또 언제나 생길 수 있는 건데 4대강 준설 때문이라고?”라며 “녹조의 원인이 4대강 개발 때문이니 문제가 될 때까지 내버려 둬라. 이게 일국의 환경 장관 말씀인가?”라고 반문했고, 김모씨는 “같은 당 후속 정부인사가 이따위 생각을 갖고 있다면, 차기정부는 종북좌파가 잡을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의중이 mb와의 차별화인지, 찍어내리기인지를 명확히 해야 애국보수세력의 향후입장이 설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 김모씨는 “이렇게 되면 녹조가 생겨도 방치했기 때문이지 4대강 때문이 아니다”라며 “4대강 이전에도 정부가 녹조를 일부러 방치하지는 않았다. 저런 사람을 환경부장관으로 임명한 사람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다른 아이디의 김모씨도 “환경부장관이 검찰인가?”라며 “녹조로 인해 썩어가는 강 수질부터 개선하는 게 환경부의 본업이지, 전임 정부 때의 문제를 들추자고 썩도록 방치하는 게 환경부장관의 머리에서 나올 방안이가”라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로 “환경부 장관이 4대강 녹조 원인 데이터로 제시해야 한다”며 윤 장관의 태도를 질타했다.
동아는 “문제는 감사원에서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발표해 이 전 대통령 측이 반발하고, 박근혜 정부도 4대강 사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상황에서 윤 장관의 발언이 나왔다는 점”이라며 “환경단체의 발언과 환경정책 수장(首長)의 발언은 그 무게가 다르다. 만일 보가 녹조를 유발한다고 판단했다면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그 대책도 함께 내놓는 게 환경장관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의 공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가뭄과 홍수조절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한국수자원공사가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많았던 7월 2∼17일 강우량을 넣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4대강 사업 덕분에 수위가 0.4∼2.6m 내려간 것으로 분석됐다”며 “사상 유례가 없는 긴 장마에도 4대강 주변에서 대형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4대강 사업의 효과를 무시하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4대강 사업의 효과를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치수(治水)는 모든 정부가 관심을 쏟아야 할 국책사업이다.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일 뿐”이라며 “녹조 문제도 섣부른 단정이나 지난 정부와의 의도적 선 긋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정밀한 자료 분석을 통해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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