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언론이 ‘합리적 보수’로 치켜세우던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의 국정원 촛불 발언이 이목을 끌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 사태가 벌어질 당시 “촛불시위의 배후는 없는 것 같다” “보수는 이제 마지막으로 패배하고 있다”면서 촛불을 자연스러운 반정부 시위로 합리화했던 인물로, ‘대선불복’ 측면에서 당시와 자주 비교되는 이번 국정원 촛불 집회에 대한 그의 반응이 새삼 주목될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촛불에 대한 이 교수의 시각은 지난 MB정권 때와 사뭇 달랐다. 이 교수는 지난 5일 MBN ‘아침의 창 매일경제’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정원 촛불집회는 대선불복 촛불시위”라고 주장한 새누리당 입장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도 지나친 발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을 받자 “지나친 발언이라고 할 수도 있다”면서도 “사실 촛불시위 제일 앞에 나와 있는 사람 몇몇 분들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있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아마 여당에서는 야당의 장외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서 그렇게(대선불복) 말한 것 같다”라며 “사실 장외집회에서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선불복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보면 뻔히 알지 않습니까”라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대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 나온 사람들을 보면 그런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 이런 말을 꺼낸 것 같은데 저는 이렇게 되면 보기에 따라서 정말 심각한 것이 있기 때문에 저 사람들이 선제로 방어막을 치는 것 아니냐, 이런 말도 나올 수 있지 않습니까”라며 “그래서 정치인들이 할 말이 있고 해선 안 될 말이 있고 대선불복은 어마어마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 교수의 발언은 국정원 촛불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국정원 시국회의'의 집회 단골 인사들로 인해 이번 촛불이 대선불복 촛불시위로 비치지만(보이지만) 정치인들은 대선불복을 직접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와 2013년 국정원 촛불시위를 주도한 세력이 사실상 동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이 교수의 발언은 자신의 과거 촛불 발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셈이 된다.
“장외 집회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선불복 하는 사람들” “우리가 보면 뻔히 알지 않느냐”는 발언은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역시 대선불복 촛불시위였다는 점을 이 교수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광우병 촛불 시위가 벌어질 당시에는 대선불복 측면의 문제점을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소고기 협상 태도를 지적하면서 오히려 정부가 촛불을 촉발시켰다는 취지의 비난만 퍼부었을 뿐이다.
당시 그는 “요즘 촛불시위를 보면 그야말로 ‘10대~30대의 바다’이다. 특히 여학생 파워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중략) 이들과 싸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면 ‘배후’를 척결한다고? 그런 확실한 ‘배후’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2008년 6월, 이 전대미문의 현상에 나는 곤혹스러울 뿐이다..(중략) 보수는 이제 마지막으로 패배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은 “국정원 촛불 시위나 광우병 촛불 시위나 촛불 들고 맨 앞에 서서 주도하던 사람들은 똑같다. 그들이 바로 대선불복 세력”이라면서 “광우병 촛불 시위가 대선불복의 촛불시위라는 점은 부정하던 이 교수가 지금에 와서 보면 촛불 든 사람들 보면 뻔한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는 건 좀 어이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촛불시위는 당연한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촛불 시위는 대선불복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선불복이란 말이 부적절하다는 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촛불 시위에 대한 이 교수의 달라진 발언은 무조건적인 '혐MB'와 ‘반MB’ ‘뼛속까지 친박’ 인사라는 사실을 알려줄 뿐, 그가 ‘합리적 보수’나 상식적인 ‘보수우파’와는 거리가 먼 처세주의자라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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