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촛불 보도와 관련해 좌파진영 언론들의 공영방송 때리기가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도 KBS·MBC가 보도는커녕 ‘선수’로 뛰고 있다는 비난이다.
좌파진영 미디어 비평 웹진 미디어스는 18일 기사 <전달자이길 포기, 선수로 뛰는 방송 '국정원 보도 외면'>을 통해 “17일 제헌절을 맞아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 1인시위, 촛불문화제 등이 봇물을 이뤘지만, 방송 3사는 이를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방송사들을 맹비난했다.
기사는 서울대 교수 128명을 비롯해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민주주의 수호 청소년 시국회의,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좌파진영의 비난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이 지난달 5일 시민사회단체들을 시작으로 한 달 넘게 각계각층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모양새”라며 “하지만 KBS와 MBC는 17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이를 일절 다루지 않았다. SBS만 <8뉴스>에서 단신으로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을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과 “방송 3사는 물론 종편 채널들이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에 대한 대학교수, 대학생, 시민사회단체의 시국 선언이나 시위, 집회 등을 보도하지 않는 것은 5공화국 '보도지침 언론'을 연상케 한다”며 “시민사회가 민주주의 발전의 걸림돌로 규정해 척결의 대상으로 지목하기 전에 언론 본연의 제 기능을 즉각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방송독립포럼의 성명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좌파진영을 중심으로 보도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지자 KBS는 성명을 내고 ‘편파보도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KBS 보도본부 국장, 부장단 일동은 지난 3일 입장 발표를 통해 “최근 KBS 뉴스의 남북정상회담 'NLL 대화록' 보도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보도를 빌미로 한 일부 노조와 협회, 시민단체, 편향된 시각을 가진 매체들의 KBS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정파적 틀에 갇혀 '의도된 왜곡이나 침묵, 변명 보도'라고 하는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KBS 측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대선 직전 극심한 정파적 대립구도 속에서 야권의 고소, 고발에 의한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으로 시작해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기소 직전까지 검찰 내부에서도 성격 규명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던 만큼 NLL 보도와 별개로 KBS는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던 사안”이라며 “KBS는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주요 수사 상황과 국면 전환점마다 핵심 사항을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적절히 짚어 왔다고 자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언론인협회 양영태 회장은 “KBS나 MBC 등 방송사가 실제 선수로 뛴 경우는 과거 병풍이나, 탄핵보도, 광우병 보도와 같은 때가 아니었느냐”면서 “그때 지금의 야당과 한 몸으로 뛰었던 것처럼 현재 방송사들이 뛰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언론감시단체 공정언론시민연대(공언련)는 지난 2008년 12월 ‘편파방송 없는 세상을 그리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2002년 병풍(兵風)사건부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2007년 BBK 사건, 그리고 올해 광우병 사태에 이르기까지 KBS·MBC 등 공영방송의 뉴스 보도가 일관되게 한 방향의 편파성을 보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이 터진 기간 중 MBC 뉴스데스크와 KBS 뉴스 9의 관련 보도를 취합해 제목과 앵커 멘트별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은 공언련은 “해당 사건의 보도 태도에서는 일관된 편향성이 드러났고 특히 광우병 보도에선 언론인의 금기인 사실 왜곡, 과대 포장으로 국민 분열을 초래했다”며 “언론인으로서의 치명적 오점도 남겼다”고 지적했었다.
일례로, 2002년 김대업 씨의 폭로로 불거진 ‘병풍 사건’과 관련해 KBS는 총 72건의 보도(7월 24일~9월 1일)를 했는데, 이 가운데 47건의 제목이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이었다. 중립적 내용은 20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유리한 제목은 5건에 불과했다. 중립적 제목을 제외하면 90.4% 대 9.6%로 압도적인 편향성을 보였었다. 이 당시의 KBS야말로 직접 선수로 뛰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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