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가 팽팽히 맞서온 KBS 수신료 문제가 난제 중 난제가 돼 가고 있다.
여당 측은 KBS의 재정난과 공영성 강화 등을 이유로 수신료 현실화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고, 야당 측은 불공정 보도와 국민 정서 등을 이유로 인상을 반대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1981년 4월 2,500원으로 인상된 수신료가 30여 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 그대로 묶여 있는 상황.
특히 준조세 성격의 KBS 수신료 인상 문제는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 정치권이 이를 정략적으로 쉽게 이용하게 돼 KBS 수신료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진철 전 방송개혁시민연대 정책기획위원장은 “KBS 수신료 문제를 보면 한국 정치권의 병폐가 한 눈에 보인다”며 “3대 정권 15년이 넘도록 공수만 교대했지 똑같은 인상논리와 반대논리가 정략의 틀에 묶여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야가 자신들의 세비 인상은 그렇게도 죽이 잘 맞더니 수신료 문제는 투쟁의 대상이다. 이게 정쟁으로 해결할 문제인가?. 한국은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운영할 소양이 안 돼 있다.”면서 “방송사 내부는 정치 노조꾼들이 국민의 자산을 이념 선동의 도구로 악용하려 발버둥이고 정치권은 방송이야 죽든 살든 포퓰리즘 영합 도구로 활용한다. 이번에는 제발 상식과 필요에 의해 그리고 국민 여론이 반영된 해법을 찾기 바란다”고 쓴소리 했다.
실제로 현재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7년 여당이었던 시절 공영방송의 공익성 강화를 위해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KBS의 방만 경영과 편파 보도 등을 지적하며 내부 혁신이 우선이라고 반대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지병문 의원은 “표결로 결정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국민 부담이 크므로 신중해야 한다”며 맞서는 등 수신료 인상 국회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현재 KBS 이사회는 지난 3일 야당 추천 이사 4명 전원이 불참하고 여당 추천 이사 7명만이 참석해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한 가운데 양측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 측 조준상 이사는 “수신료는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납득할만한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KBS 이사회 야당 이사들은 수신료 인상을 위해 ‘보도 공정성 및 제작 자율성 보장제도 마련’ ‘국민부담 최소화의 원칙’ ‘수신료 사용 투명성 확보 방안 마련’ 등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전 조율되지 않은 수신료 인상안 상정은 불법이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여당 측 이사들은 수신료 조정 논의 과정에서 야당 측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점을 꼬집고 “수신료 조정은 급격한 방송환경의 변화와 현재 공영방송 KBS가 당면한 심각한 재정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현안임을 아무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제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국민적 합의를 구하고 대의기관인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적 합의를 얻을 수 있는 수신료 조정안 도출은 수신료의 심의·의결권을 가진 KBS 이사회의 권한이자 엄중한 책임”이라며 “거듭 강조하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수신료 안건 상정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수신료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제 수신료 논의와 관련하여 소수, 다수 이사의 입장과 정치적, 개인적 이해를 떠나 이사회를 통해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우리 다수 이사들은 공영방송 KBS의 미래를 좌우할 수신료 논의에 소수 이사들의 동참을 촉구하는 바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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