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무의미하고 공허한 말 뿐이다. 방문진과 MBC 김종국 사장이 최근 단행한 인사를 두고 쏟아지는 언론노조 기관지들의 한심한 푸념 얘기다. MBC 본사와 관계사 임원 인사에서 백종문, 윤길용, 황용구, 안광한, 권재홍, 김장겸 등의 인사가 유임, 영전되자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 등은 김종국 사장의 인사자율권이 훼손됐느니, 방문진의 압력 때문이니 하는 식의 ‘기똥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고 했다. 아무리 언론노조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보도가 원칙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 불과 몇 달 전까지도 사사건건 사장의 인사·경영 자율성을 훼손하는데 앞장서고 방문진의 압력을 당연시하다 못해 압력을 더 넣지 않는다고 안달하더니 사장이 바뀌고 인사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안됐다고 엉뚱한 소리들을 해댄다.
미디어오늘은 김종국 사장의 인사를 두고 연임을 의식해 방문진의 개입을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문진에게 사장 임면권이 있기 때문에 소신을 내세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의 MBC 기자 입을 빌어 “김재철 전 사장의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한 것을 보면 김재철 체제를 계승한다는 차원을 뛰어넘은 인사”라며 “김종국 사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뜻대로 밀고가면 연임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을 테고, 인사 문제에서 방문진에 맞서기에는 제약이 있었을 것”이라고 김 사장의 인사내용을 해석했다. 즉 미디어오늘의 이 기사대로라면 이번 인사는 김종국 사장이 아니라 전적으로 방문진이 자신들의 뜻대로 한 인사가 된다.
미디어오늘, ‘김재철 체제’ 청산이 아닌 방문진 청산을 주장해야 맞다
그렇다면 방문진과 MBC 관계에 대한 미디어오늘의 입장은 도대체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미디어오늘의 대주주인 언론노조에게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오늘 주장대로 이번 인사가 방문진 뜻에 의한 인사라면 MBC 구성원에게 ‘김재철의 사람들’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부터가 잘못됐다. 김재철 전 사장의 사람들이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방문진의 사람들’이라고 불러야 맞다. 백종문 등 이들이 김 전 사장 임기 내 승승장구했다면, 그것은 결국 방문진의 뜻이 되는 것이다. 김 전 사장은 인사 문제로 방문진 뜻을 거슬렀다고 부당하게 쫓겨난 사람이 아닌가. ‘김재철 체제’가 아니라 MBC는 방문진 직할체제로 굴러가는 셈이다. 이런 마당에 방문진이 이번 인사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얼마나 허망하고 웃기는 말인가.
미디어오늘 입장에서는 ‘김재철 체제’ 청산이 아니라 방문진 청산, 해체를 주장해야 맞는 것이다. 김종국 사장이 연임을 의식해 방문진 눈치를 봤다고 비판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MBC가 사실상 방문진 직할체제로 굴러가는데 사장이 방문진 눈치를 어떻게 안 볼 수가 있나. 방문진 뜻을 거슬렀다간 사장이 뼈도 못 추린다는 사실을 김재철 전 사장의 예로 방문진이 몸소 보여줬는데 김종국 사장은 무슨 용가리 통뼈라도 된단 말인가. 김 사장은 연임을 원하든 아니든 현실적으로 방문진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입장에 서 있다. 게다가 방문진 김용철 이사는 김 사장에게 자신이 주도하는 방문진 말을 듣지 않으면 갈아 치워버리겠다는 노골적인 협박까지 공개적으로 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충격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방문진을 정략의 대상으로 보는 미디어오늘의 문제
이런 사실들은 미디어오늘과 언론노조가 방문진과 MBC 독립 문제에 얼마나 위선적이고 정략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소한 그들 스스로가 내뱉는 주장들의 논리적 일관성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방문진 개입 때문에 김종국 사장이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정작 근본 원인을 따지지 않는다. 미디어오늘의 주장대로 방문진의 인사 개입 주장을 따져 보면 결국 MBC 인사는 방문진 인사라는 점도 명확해진다. 김재철 전 사장이나 김종국 사장이나 그 이전 사장들이나 MBC 사장은 방문진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런데도 ‘김재철의 사람들’이라며 교묘하게 모든 책임을 방문진이 아닌 김재철 한 사람에게 지운다. 김 전 사장 시절엔 방문진이 MBC를 방치한다고 비난하더니 김종국 사장 땐 개입한다고 비판하거나 김 전 사장 시절 MBC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무시하더니 김종국 사장에 와선 떠드는 얄팍한 이중성은 말할 것도 없다.
미디어오늘과 언론노조는 정권에 따라 방문진의 개입과 배제를 입맛대로 주장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또 입맛에 맞는 사장이냐 아니냐에 따라, 이슈에 따라 MBC 독립과 자율성에 대한 판단도 현란하게 입장을 번복해왔다. 도대체 원칙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태도다. 작년 MBC 파업사태 이후 현 김종국 MBC 체제에 들어와서도 방문진과 MBC 독립 문제에 대해 수시로 말이 바뀌고 있다. 모든 게 언론노조와 야권에 유리한지 아닌지의 판단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MBC의 모든 문제가 방문진 체제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애써 모른척 하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방문진 근본 문제 은폐함으로써 기득권 보호라는 양심고백을 할 텐가
미디어오늘의 주장만 들어봐도 방문진이 MBC 독립과 자율성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좌익 정권아래 방문진과 MBC는 좌편향으로 내달렸고, 우익 정권아래에 와선 기득권을 상실한 좌익 진영의 불만이 마찬가지로 높다. 미디어오늘은 이제 정략적이고 얄팍한 현상 비판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방문진 존속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좌편향으로 내달려야만 공정방송이라는 씨도 안 먹히는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비판하는 모든 문제의 배경에 방문진이 있다는 사실은 모른 척하면서 엉뚱하게 사장 개인에게 돌릴 게 아니라 MBC를 정말로 독립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은 오로지 방문진 존폐 여부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미디어오늘, 언론노조가 방문진 해체를 주장하지 않는 이유는 누구나 알고 있다. MBC에 방문진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MBC가 공영방송 외피를 입고 있어야 정치권과 언론노조 등이 손쉽게 간섭하고 개입하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란 명분은 기존 MBC 노조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서도 필수다. 공영방송 MBC이기 때문에 불법정치투쟁도 합리화시킬 수 있고 정치권의 간섭과 개입도 정당화시킬 수 있으며 광우병 왜곡방송이나 김현희 가짜 몰이방송도 자신들이 원하는 수위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툭하면 ‘공영방송’이란 명분을 가져다 쓰는 이들에게 필요한 게 바로 그 명분을 제공하는 방문진의 존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재철-김종국 사장 아래에서 미디어오늘의 한계와 속셈은 분명히 드러났다. 방문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고 계속해서 상황과 이슈에 따라 이중잣대나 아전인수식의 여론전에만 골몰한다면 MBC 독립과 자율성의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이 언제까지 그런 잔머리에 놀아나리라고 오산하면 곤란하다. MBC 노조의 170일간 파업에 대한 싸늘한 여론이 하나의 증거다. 미디어오늘이 정말로 MBC 독립과 자율성을 원한다면 정말로 말할 것들에 대해 말해야 한다. MBC를 짓누르고 곪아터지게 하는 거추장스러운 방문진을 걷어낼 것인지, 아니면 모든 책임을 사장이나 일부 개인들에게 돌리며 방문진의 본질적 문제를 은폐하여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를 양심 고백할 것인지 양자택일해야 한다.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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