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폐쇄해야 한다는 신경민 의원 주장에 홍문종 의원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유감표시를 했지만, 진짜 유감스러운 부분은 따로 있다. 일베 논란은 차치하고 유치하고 이기적이며 비합리적인 언론관을 지닌 사람이 민주당 미디어홍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이란 사실이다. 지금까지 신 의원이 보여준 나와 남을 대하는 극단적 이중잣대, 언론권력의 사적 악용 및 남용은 보는 사람이 부끄러운 수준이다. ‘합리’ ‘민주’ ‘자유’ ‘약자’ 등 말끝마다 온갖 현란한 수식어를 동원했던 그의 과거 클로징 멘트는 그것과는 거리가 먼 현재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신경민 개인 한 사람 뿐 아니라 민주당 전체에게로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
신경민 의원이 일베 폐쇄 논란으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정작 그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MBC 파업 사태 등을 통해 보여준 그의 유치하고 막 되먹은 언론관이다. 일단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에 대한 이중잣대는 기본이다. 일베 폐쇄를 정당화하는 그의 주장을 보자. “미국은 성조기를 불태우는 자유까지도 인정을 하지만 판례를 보면 최소한의 기본은 어겨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우리 헌법도 타인의 명예와 권리, 공중도덕, 윤리를 침해해선 안된다는 규정을 하고 있다” “보호받을 수 있는 언사와 보호받을 수 없는 언사는 구분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언론상으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만으로도 협박죄를 인정하는 판례가 있다”
‘연쇄살인범’ ‘금치산자’ 표현의 무한자유 누린 신경민, 일베를 극약처방할 권리가 있나
신 의원은 불법정치파업 주도자들을 해고했다고 김재철 전 사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학살자, 연쇄살인범으로 비유해 부른 사람이다. MBC가 불법정치파업의 고리를 끊겠다고 광고하자 ‘금치산자’ ‘한정치산자’로 비난하기도 했다. 김 전 사장에게 엉뚱한 부정혐의를 덧씌우는 과정에서 온갖 허위주장을 남발하기도 했다. 그 피해자가 무용가 정명자씨와 IT업체 트루컷 시큐리티사다. 면책특권이란 안전한 보호막 안에서 할 수 있는 온갖 허위사실유포 행위, 타인에 대한 모욕과 비하를 남발했다. 국내 중소기업체가 피땀 흘려 우수한 보안 프로그램을 개발해놓으니 ‘불법 사찰 프로그램’으로 매도하고, 그 프로그램을 국회에서 사용했다고 “국회의원에 대한 사찰”이라며 터무니없는 의혹제기까지 했다. 트루컷 시큐리티사의 심재승 대표는 “상식적으로 본인도 잘 알텐데, 인기 좀 얻어 보려는 것으로 아주 부도덕하고 나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신 의원 발언들이 과연 타인의 명예와 권리, 공중도덕, 윤리를 제대로 존중하고 지킨 것인가? 지역차별 발언은 당연히 처벌하고 멀쩡한 타인을 연쇄살인범, 금치산자로 낙인찍는 행위는 존중받아야할 표현의 자유인가? 허위사실유포와 모욕적 언사로 타인에게 정신적 위해를 가하고 사회적·물질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불법행위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과연 명예와 권리, 윤리라는 고귀한 단어들을 언급할 자격은 있는 것인가? 백년전쟁과 같이 파편화된 일부 사실들을 긁어모아 제작한 역사왜곡 수준의 편파적 영상물에 문제제기 한 번 하지 않는 자타칭 언론인이 토론과 배설을 오가는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공간이 못마땅하다고 ‘극약처방’ 운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태도인가?
유치하고 졸렬한 신경민의 MBC 김장겸 ‘디스’
이런 극단적인 이중잣대 뿐만 아니라 신경민 의원이 민주당 미디어홍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자격이 없는 이유는 많다. 과거 MBC 시절 그가 한 클로징 멘트만 봐도 그렇다. “요즘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로 시끄럽습니다. 찬반 논란이 있고 월간지에 기고가 실리고 비난방송까지 나왔습니다. 이렇게 된 까닭은 그의 분석이 정부보다 더 정확하고 논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인지 찾아내고 입을 다물게 하기보다는 미네르바의 한수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아보입니다.(2008년 11월 17일)” 입만 열면 방송의 공영성을 떠들던 사람이 국가 경제 문제에 관해 정부가 누군지도 모를 익명의 방구석 논객 말을 들어야 한다는 지극히 사적 코멘트를 공중파 그것도 공영방송에서 날렸다. 이건 미네르바의 주장이 맞고 틀리고의 차원이 아니다. 공영방송사 메인앵커 자질의 문제이고, 자타칭 언론인이라는 사람의 합리성에 관한 문제다. 공영방송의 책임 있는 앵커라는 위치보다 자신의 인기를 먼저 의식한 행위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행위였다.
신 의원의 당시 클로징 멘트들이 공영방송을 사적으로 악용했다는 혐의는 최근 미디어오늘의 단독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5월 24일자 <신경민 “김장겸이 나보고 앵커 물러나라 했다”>기사는 최근 내부 승진한 김장겸 신임 보도국장을 속칭 ‘까기’ 위해 낸 얄팍한 뒷담화 기사에 불과하지만 이 기사가 의도치 않게 담고 있는 의미는 꽤 크다. 기사에서 김장겸 국장은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신 의원이 당시 편집방향과 다를 뿐 아니라 편집회의 구성원들과 국장도 사전에 모르게 클로징을 해 논란이 됐고, 편집회의에서 다른 부장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부 부장은 뒤에서 신 의원이 더 이상 말이 안 통하는 사람으로 혹평했다. 그러던 중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정도면 본인을 위해 하차하실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던 것 같다”
이 증언에 의하면 신 의원은 자신의 클로징 멘트로 공영방송 메인 뉴스를 동료들과도 상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끌고 갔으며 결과적으로 자신의 인기를 위해 악용한 셈이 된다. 남들이 수고해 다 차린 밥상에 마지막 숟가락을 얹음으로써 뉴스데스크의 명성과 인기를 독차지한 꼴이 되는 것이다. 미네르바 클로징 멘트에서 알 수 있듯 신 의원은 앵커시절부터 공영방송에서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 판단력이 부족한 면모를 보였다. 또한 김 국장 증언대로라면 신 의원은 자신이 소속된 팀원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뉴스데스크를 사적으로 활용했다. 그가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데 클로징 멘트 등의 인기에 힘입은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이상 뉴스데스크를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악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신경민의 심각한 이중잣대와 뻔뻔한 언론관으로는 국민 설득 실패는 필연
현재 사이가 틀어졌다고 후배인 김 국장이 과거 자신더러 나가라했다고 미디어오늘에 고자질하는 식의 인터뷰도 유치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는 본인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들어 김재철 전 사장더러 툭하면 나가라고 거품을 물지 않았나. MBC 사장도 저잣거리 똥개취급을 받는 마당에 본인은 무슨 특별대우라도 받아야하는 귀한존재라도 된다는 말인가? 신 의원은 자신이 막말과 지방대 비하 발언을 했다는 보도를 이유로 김장겸 국장을 비롯해 MBC 인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곧 밝혀질 것이다. 결과에 따라 전파를 사적으로 남용하고도 지금껏 말 한마디 없는 것과 함께 사과해야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신 의원이 남발한 억지와 허위주장을 볼 때 김장겸 국장에게 더 신뢰가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민주당이 MBC 노조 파업사태에서 보여준 비이성적이고 편파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는 신경민 의원과는 비교도 안 되는 합리적인 인사들이 많다고 믿는다. 신 의원은 그가 보여준 무개념, 막장 언행들을 볼 때 민주당을 대표하는 미디어홍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에는 역량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 신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일베 폐쇄 논란은 민주당 스스로 강조해온 표현의 자유 논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 외에 신 의원의 심각한 이중잣대, 뻔뻔함, 이기심, 방송 사유화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 그리고 이런 자질 미달의 인사에게 미디어홍보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긴 민주당의 양식의 문제를 던졌다. 민주당은 이런 인물을 내세워 자신들의 언론관과 정당성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을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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